대기점도와 소기점도를 잇는 노둣길./홍기철기자 코로나 펜데믹 시대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곳이 있다. 행안부 '찾아 가고 싶은 33섬'중 걷기 좋은 섬에 선정된 전남 신안 기점소악도 순례길이다. 전남도 가고 싶은 섬에 2018년 선정된 순례길은 대기점도-소기점도-소악도-진섬으로 이어진 노둣길을 따라 12㎞ 구간이다. 이 순례길은 각기 다른 12개의 작은 예배당이 들어서 있다. 종교인 비종교인 누구나 편하게 들렸다가 가는 공간으로 예배당과 명상의 장소가 된다. 하루 2차례 모세의 기적 체험은 덤이다. 힐링이 필요한 이들의 천국. 일명 '한국의 섬티아고'가 손짓한다.
12사도 순례길의 관문 대기점도 베드로 예배당/홍기철기자 23일 신안 압해도 송공항에서 출발한 철부도선은 1시간 10여분 후 대기점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대기점도에는 5개의 예배당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스 산토리니 풍의 둥글고 푸른 지붕의 베드로의 예배당. 흰 회벽에 푸른 지붕이 이국적이다. 건강의 집으로 명명된 베드로 예배당은 12사도 순례길의 시작을 알렸다. 밤에는 등대가 되고 대합실이 없는 대기점도의 휴식장소 역할도 수행한다.
북촌마을 동산에 놓여 있는 안드레아 예배당/홍기철기자 첫 번째 예배당에서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기점소악도의 모섬 병풍도의 노둣길이 펼쳐진다. 노둣길 초입에 안드레아의 예배당이 있는데 작가는 밀물과 썰물을 '해와 달'로 해석, 둥글고 각진 모양의 구조물을 한데 붙여 작품을 만들었다. 섬 주민들이 사용하던 돌절구와 여물통도 건축물의 한자리를 꿰찼다. 대기점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길고양이는 '섬 지킴이' 수호신이 됐다. 작은 숲속의 오두막집을 연상시키는 야고보 예배당은 논길을 지나 숲 근처에 위치해 있는데 몸체는 흰 벽돌과 석회, 지붕은 붉은 기와를 얹었다. 통나무는 처마로 쓰였다. 실내는 신라 성덕대왕 신종의 '비천상'에서 영감을 받은 부조가 설치됐으며 다섯 개의 창문을 통해 빛이 실내로 들어왔다.
생명평화의집. 원통형으로 쌓아올린 벽돌집으로 완만하고 매끄러운 석회표면으로 마감했다./홍기철기자 네번째 예배당으로 발길을 돌렸다. 남촌 마을 팔각정 아래에는 요한의 예배당 '생명평화의 집'이 있는데 스테인드글라스로 만든 천정을 통해 비치 쏟아지는 것이 특징이다. 대기점도의 마지막 예배당은 필립의 집이다. 프랑스 남부 뚤루즈 출신의 예술가들은 고향의 붉은 벽돌과 섬에서 채취한 자갈을 사용 '행복한 집'을 만들었다. 메타세쿼이아 나무를 물고기 비늘 모양으로 잘라 얹은 뽀족한 첨탑형 지붕이 눈길을 끈다. 얼핏 보면 배 모양도 닮았다. 김현석 신안군 가고 싶은 섬 TF 과장은"이곳에서 노둣길과 바다를 바라보면 계절과 시간 물때에 따라 변화하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소기점도 호수 위에 지어진 감사의 집은 전체가 스테인드글라스로 이뤄진구조다./홍기철기자 노둣길을 건너 소기점도로 향했다. 감사의 집과 인연의 집이 자리하고 있는데 12사도 중 바르톨로메오와 토마스의 예배당이다. 감사의 집은 12개의 예배당 중 유일하게 접근이 불가한 곳이다. 호수 중앙에 위치해서다. 신안군은 연결 다리를 건설할 예정인데 관광객들의 안전문제에 대해 고민들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배당은 집 전체가 스테인드글라스로 이뤄진 구조며 보는 이의 위치와 햇빛에 따라 작품의 색이 달라진다. 게스트하우스 뒤편 토마스 예배당은 언덕을 배경으로 단정한 사각형의 흰색 작품이다. 별들이 내려와 박힌 듯 구슬 바닥과 푸른색 문이 인상적이다. '문래동 뚝도시장' 등 공공미술을 진행한 김강 작가의 작품이다.
노둣길 중간에 바다를 향해 길을 내 세운 기쁨의 집 마태오/홍기철기자 '기쁨의 집' 마태오 예배당은 소기점도와 소악도 노둣길 중간에 길을 내어 세워졌다. 밀물에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집이 된다. 금빛 돔 지붕은 이슬람 신전을 연상시킨다. 모세의 기적이 거꾸로 되는 상황을 가정해 보면. 썰물 때까지 작품과 함께 고립됐다가 물이 빠져 다시 순례길을 시작할 때의 기쁨. 이 작품의 숨은 의미다. 소악도에는 1곳의 예배당이 있는데 소원의 집이다. 프랑스 국적의 '공공조각, 설치예술가' 장미셀 후비오와 파코, 브루노 작가가 협업해 만들 작품이다. 기점소악도 어부의 기도소로 고안된 작품이다. 100년이 넘은 고택에서 가져온 오래된 재료로 기둥을 세우고 내부는 순례자들이 편안히 휴식할 수 있게 나무 마루를 깔았다. 내 집 안 방에서 편히 큰대자로 누워 등을 붙일 수 있는 작은 야고보의 예배당이 마음에 들었다. 석회벽 가운데 설치된 자연석은 순례자들이 한 번씩 쓰다듬고 소원을 빌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작은 야고보 소원의 집. 기점소악도 어부의 기도소로 고안한 작품/홍기철기자 12곳 예배당 중 나머지는 진섬 2곳, 딴섬 1곳에 자리하고 있다. 손민아 작가의 '칭찬의 집' 유다 타대오 예배당은 진섬 삼거리에 위치해 있는데 뾰족지붕의 부드러운 곡선과 작고 푸른 창문이 앙증맞다. 나훈경 신안 가고 싶은 섬 TF 담당은 "이 작품은 여러 개의 삶, 마음이 하나로 모여 서로 칭찬하고 평화롭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리 개선문과 흡사한 시몬의 집으로 향했다. 이곳에서는 낙조를 감상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실내외 공간이 구분되지 않은 개방형 구조였다. 마지막 예배당은 앞서 말했듯이 딴섬에 있는데 이유가 있었다.
예수가 손수 뽑은 12사도 중 예수를 배반한 제자 가롯 유다의 집인데 이곳은 꼭 유배의 섬처럼 느껴진다. 이날도 유배의 섬은 내발이 상륙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먼발치에서 본 지혜의집은 고딕 양식의 첨탑과 나선형으로 쌓아 올린 벽돌 종루가 있다. 이 작품은 종탑마냥 뒤틀리고 꼬인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지혜의 집 가롯유다의 예배당. /홍기철기자
대략 3시간 코스의 순례자길 섬 탐방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소악도 선착장 근처 인심 좋은 김양원 병풍도 어촌계장 (장로)가족의 호의가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섬 내방객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고 휴식공간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안방까지 내준다. 물론 무료다. 공짜를 부담스러워 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집 한쪽에는 기부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어떤 관광객은 거실에 누워 있다가 어촌계장을 손님인줄 알고 "어서 오세요"라고 말해 한바탕 웃었던 일화도 회자되고 있다. 김이 함유된 바삭한 쿠키와 피자도 공짜로 내놓고 있다. 이날도 고소한 쿠키 굽는 냄새가 거실에 가득했다. 미안함에 일부 관광객들이 몰래 놓고 간 약간의 사례금은 전액 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석 과장은 "올해 4월 18일 어촌계장님 아들이 신안교육지원청과 '섬 소년장학회' 설립 협약을 맺고 기부에 참여하고 있다"며"관이 못하는 일을 민간에서 나서 군 이미지 제고에 앞장서 고마울 따름이다"고 말했다.
소악도 기부카페./홍기철기자
김양원 어촌계장은 "관광객들이 섬 특수성 때문에 배 시간보다 한두 시간 일찍 나와서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배 놓칠 까봐.. 배 기다리가 허기진 사람들에 무료로 차와 음식을 내줬더니 (관광객들이)'왜요 왜요'라는 반응을 보였다"면서"이곳에 와서 굶고 가서 그런다고 했더니 오히려 감동해서 밖에 있는 양파도 사가고 김도 사가고...우리 사회가 아직 낙담할 때는 아니라 생각했다"고 환하게 웃었다.
한편 철부도선은 오전 6시 50분 첫배를 시작으로 신안 성공항에서 대기점도까지 4차례 운항한다. 정원은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100명에서 180명까지 증가했다. 편하게 섬을 둘러 볼 수 있게 신안군청이 대기점도와 소기점도에서 자전거를 무료로 대여하니 참고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