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활동에 제약이 생기면서 취미 관련 시장이 급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나만의 취미를 찾는 이가 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야외 활동에 제약이 생겨 집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한 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보편화도 한몫했다는 평이다. 고가의 모형을 사기 위해 발품을 파는 등 키덜트 관련 상품이 큰 관심을 모으는가 하면 자동차 경주 게임이 공식 모터스포츠 대회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코로나19가 바꾼 새로운 취미 문화를 조명해봤다.

취미 위해 '플렉스'… 장난감 차에 빠진 어른이들

코로나19 여파로 활동에 제약이 생기면서 취미 관련 시장이 급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을 벗어나 야외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캠핑이 크게 인기를 누림과 동시에 실내에서 혼자 즐기는 소소한 활동 또한 과거보다 늘어났다는 평이다.

외부와 단절된 생활이 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키덜트(어린이(Kids)와 성인(Adult)의 합성어로 어린 시절 취미를 여전히 즐기는 어른을 뜻하는 말) 관련 물품이 관심을 받았다. 수십만원짜리 프라모델이나 미니어처를 사고 한정판 레고 블록을 조립하는 과정을 SNS에 중계하는 건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키덜트 문화는 그동안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 팬덤, SNS의 확산으로 형성됐고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이 촉진제가 됐다는 평이다. 특히 소비 계층이 성인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지속적인 소비 형태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달라진 취미, 새로운 시장 열었다

유통 업계에 따르면 취미 관련 제품 판매량은 꾸준히 신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마켓에서 지난해 조립식 블록 상품은 전년 대비 39% 판매가 늘었다. 무선 조종(RC) 관련 제품 판매량은 지난해 6% 성장하는 데 그쳤지만 올 들어 30% 증가했다.


중고 제품의 거래도 활발해졌다. 중고물품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따르면 지난해 거래 데이터 분석 결과 다양한 분야에서 취미 용품 거래량이 증가했다. 특히 캠핑용품 거래 건수는 전년 대비 85% 증가했으며 레고(블록)는 120% 증가했다. 캠핑·골프·낚시 등 장비를 갖춰야 하는 취미를 즐기기 위해 중고 제품으로 입문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고 집 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보드게임과 레고 등 블록이 인기를 누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 중 눈에 띄는 것은 레고다. 캠핑과 보드게임은 가족과 함께 즐기기 위한 물품이라면 레고는 소장용인 경우가 많다는 게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유통 업계에 따르면 취미 관련 제품 판매량은 꾸준히 신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래픽=김민준 기자, 자료제공=번개장터

지난 4월 번개장터 검색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레고는 25세 이상 이용자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키덜트 품목으로 총 5만9000건이 검색됐다. 인기 영화 관련 제품이나 고성능 스포츠카 등을 재현한 시리즈가 인기다. 조립하기가 까다롭고 가격대도 높은 편이어서 마니아의 관심도가 높다.

한 쇼핑몰의 상품 담당 매니저는 “코로나19로 해외에서 수입되는 취미 관련 제품이 줄면서 신품을 되파는 리셀이나 중고거래가 늘었다”며 “한정판 프라모델이나 레고 테크닉 등 고가의 제품은 출시가격을 한참 웃돌아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레고그룹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3% 증가한 437억덴마크크로네(약 7조9757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129억덴마크크로네(약 2조3544억원)로 전년 대비 19% 증가했다. 지난해 최다 판매 프랜차이즈로는 ▲레고 시티 ▲레고 테크닉 ▲레고 스타워즈 등이 이름을 올렸다.

레고그룹은 성인들을 위한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18개국 아이와 성인 약 5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플레이 웰 스터디 2020’ 조사 결과 한국 성인은 전 세계 2위에 해당하는 76%(전 세계 평균 67%)가 일상 탈출을 꿈꾼다고 답했으며 81%(전 세계 평균 73%)는 놀이가 일상 속 스트레스를 해소해준다고 답했다.

특히 실제 자동차 디자인은 물론 기능까지 사실적으로 구현하는 레고 조립 자동차 제품이 성인 팬들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게 레고 코리아 측 설명이다. 슈퍼카 부가티 시론이나 람보르기니 시안의 모형은 40만원대에 출시됐지만 온라인 쇼핑몰 판매가격은 제각각이다. 심지어 중국제 호환품인 ‘짝퉁’도 등장했다.

레고는 인기 모델을 연이어 내놓으며 가격대를 낮추기도 했다. 올 1월 출시된 레고 테크닉 지프 랭글러는 지프 랭글러 루비콘을 정교하게 재현했다. 제품 크기는 가로 13㎝×세로 24㎝×높이 12㎝며 총 부품 수는 665개, 가격은 7만원대다.
위쪽부터)레고 테크닉 페라리 488 GTE AF 코르세, 테크닉 맥라렌 세나. /사진제공=레고

◆앞으로 더 성장한다

관련 업계에서는 ‘키덜트’ 시장이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키덜트 시장은 2014년 5000억원 수준이었지만 2018년 1조6000억원으로 성장했다. 놀이시장과 수집시장은 물론 개인간거래(리셀)시장까지 더해 앞으로 시장 규모가 11조원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과거엔 키덜트의 범위를 연령에 따라 20~30대 성인으로 한정했지만 현재 그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며 “대상 품목도 라이프스타일 영역까지 넓어져 워낙 다양해진 상황이라 시장 파악에 어려움이 많다”고 전했다.

김현근 한국타미야 대표는 “코로나19 여파로 취미 관련 시장이 전년대비 늘었다”며 “야외에서 즐겨야 하는 RC는 다소 주춤했지만 올 하반기면 투어링과 레이싱 품목도 회복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수천만원 레이싱카 대신 수백만원 게임기에 관심

레이싱 게임으로도 ‘카레이서’ 자격증 발급 가능… 올림픽 타이틀 대회도 생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고급 취미’로 불리는 모터스포츠의 판도를 바꾸는 데도 영향을 끼쳤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고급 취미’로 불리는 모터스포츠의 판도를 바꾸는 데도 영향을 끼쳤다. 과거엔 여타 스포츠 경기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관중을 동원했지만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지침 탓에 무관중으로 대회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수년 동안 모터스포츠 대회는 아마추어 참가자의 데뷔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클래스를 운영하며 문턱을 낮춰왔다. 그 결과 코로나 사태 직전인 2019년엔 연간 18만명 이상의 관중이 경기장을 방문하는가 하면 563개 팀과 3805명의 선수가 이름을 올리며 양과 질을 두루 챙겼다는 평을 받았다.
 
코로나19는 레이싱 서킷 이용에도 영향을 미쳤다. 자동차 경주 대회가 정상적으로 열리지 못하는 데다 서킷을 정해진 시간 동안 마음껏 달릴 수 있는 ‘트랙 데이’도 중단됐다. 고급 운전법을 익힐 수 있는 드라이빙 스쿨도 지난해 문을 닫았다가 올 들어서야 다시 시작됐다.

이런 이유로 모터스포츠업계는 간신히 불을 지핀 모터스포츠 열기가 코로나19 여파로 식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 e-스포츠에 대한 각종 혜택이 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인다는 평이 나온다.


◆게임만 잘해도 카레이서?

대한자동차경주협회(KARA)는 올 시즌부터 레이싱 게임도 정식 모터스포츠 종목으로 지정했다. 그동안 스포츠로 인정받기보다는 게임으로 여겨졌지만 기술의 발달로 실제 상황과 유사한 환경에서 경주를 벌일 수 있는 데다 선수들이 게임을 훈련용으로 활용하는 점 등이 작용했다.

KARA에 따르면 지난 3월 ‘디지털 모터스포츠 가이드 라인’을 만들고 관련 대회 공인 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e슈퍼레이스·현대N e페스티벌·AMX e스포츠 챔피언십 등 심레이싱(Sim Racing·시뮬레이션 경주) 대회 참가 선수의 기록이 모터스포츠 주관 단체의 보호를 받는다.

디지털 모터스포츠의 확산은 이미 세계적 추세다. 국제자동차연맹(FIA)이 2019년부터 챔피언십 대회를 직접 개최하고 있고 대한민국 KARA를 포함해 FIA 산하 70여개 국가의 회원 단체가 심레이싱을 모터스포츠 저변 확대 방안으로 활용하고 있다.


FIA는 ‘심레이싱’, ‘시뮬레이션 레이싱’, ‘버추얼 레이싱’, ‘e-레이싱’ 등의 용어를 ‘디지털 모터스포츠’(Digital Motorsports)로 통칭하기로 하고 국제 표준을 만드는 작업도 이어가고 있다.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는 지난 4월 게임을 통한 가상공간 경기인 ‘올림픽 버추얼 시리즈’의 창설을 공식 선언하며 5개 디지털 종목 중 모터스포츠를 포함 시켰다.

협회 관계자는 “디지털 모터스포츠는 규정을 지키며 공정한 조건에서 기록을 겨룬다는 점에서 실제 자동차 경기와 스포츠맨십의 본질을 공유한다”며 “연령과 공간의 장벽을 허무는 온라인 경기만의 장점을 모터스포츠 대중화에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는 그란투리스모·아세토 코르사·아이레이싱 등 현재 국내에서 접근 가능한 모든 레이싱 게임 플랫폼에 문을 열 방침이다. 자동차 게임이 젊은 층의 관심을 받으면 결국 모터스포츠의 영역이 확대된다고 보는 것이다.

KARA 공인 디지털 모터스포츠인 AMX는 인터넷 방송 콘텐츠 플랫폼인 아프리카TV와 유튜브를 통해 대회를 중계하고 있다. 1라운드에서는 동시접속자 2301명을 기록했지만 2라운드에서는 3502명으로 집계됐다. 누적 영상 조회수도 2만7312회에서 4만3799회로 61% 증가했다.
로지텍 드라이빙 기어 G923 /사진제공=로지텍

◆비싼 경주차 대신 레이싱 게임?

이처럼 새로운 환경이 갖춰지면서 평소 카레이싱에 관심이 있었지만 직접 경주차를 구입할 수는 없었던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는 평이다.

모터스포츠업계 관계자는 “경주차 튜닝에 각종 지원을 받더라도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수천만원에 달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게임을 통한 접근은 비용을 낮춰 모터스포츠 저변을 확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레이싱 시뮬레이터를 마련하는 비용이 적지 않지만 실제 경주차와 비교하면 매우 현실적이라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레이싱 시뮬레이터를 구비하는 데 드는 비용을 250만원 선으로 본다. 구성에 따라 이 가격의 절반도 들지 않을 수도 있고 두 배 이상이 되기도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게임 콘솔 기기 또는 PC를 구입한 뒤 게임 타이틀과 레이싱 휠 컨트롤러(운전대와 페달 세트)도 필요하며 이를 고정할 프레임과 운전자가 앉을 의자까지 갖춰야 한다. 단순히 게임을 즐기려는 정도라면 100만원 선에서 해결되지만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선 더 비싼 장비가 필요하다.

소니인터랙티브코리아에 따르면 콘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PS)4는 2018년 전 세계에서 9160만대 판매를 넘어섰고 2019년 1억600만대를 돌파했다. 올 3월 기준으로는 1억1590만명의 사용자가 게임을 즐기고 있다. 소니는 이후 출시된 PS5의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마저도 가격이 부담스러운 이들을 고객으로 삼는 레이싱 게임 카페도 등장했다. 1시간에 5000원 정도를 지불하면 온라인으로 다른 상대와 경주를 즐길 수 있다.
FIA 모터스포트 게임즈 디지털 컵 결승전. /사진제공=한국자동차경주협회

◆게임 실력이 실전에서도 통할까

모터스포츠 관계자들은 자동차 게임 성적이 좋을 경우 실전에서도 높은 순위를 기록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진욱 카레이서 겸 모터스포츠 해설자는 “실제 물리 데이터를 바탕으로 게임을 만들기 때문에 많은 선수가 훈련용으로 자동차 게임을 활용하고 있다”며 “선수들은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이미지 트레이닝이 필수고 이 과정에서 실제와 유사한 자동차 게임은 경기 감각을 유지하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CJ슈퍼레이스 관계자는 “엘리트 스포츠로만 여겨졌던 모터스포츠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e슈퍼레이스를 지난해 개최했다”며 “온라인으로 개최된 대회에서 젊은 층의 관심이 매우 컸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한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둔 경우가 있어 연계 확대 등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