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이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스토리데이 행사에서 그린 비즈니스 중심 포트폴리오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권가림 기자
"포트폴리오 중심을 카본(탄소)에서 그린으로 전환할 것."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스토리데이 행사에서 "향후 5년 동안 그린 비즈니스에 30조원을 투자해 현재 30%인 그린 자산 비중을 오는 2024년 70%로 확대할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SK이노는 에너지·화학을 중심으로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을 만들어왔으나 현재는 사업 출발점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며 "경험해보지 못한, 차원이 다른 거센 위협이지만 동시에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비행기는 순풍이 아니라 역풍을 타고 이륙한다"며 "SK이노베이션은 이륙 중에 있다"고 평가했다. 

그린 비즈니스 중심엔 '배터리'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에서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김 사장은 그린 비즈니스 중심 사업 전략을 제시하며 그 중심에는 배터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생산규모를 40GWh(기가와트시)에서 2023년 85GWh, 2025년 200GWh, 2030년 500GWh 이상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2030년 글로벌 시장 점유율 목표는 20%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 강화를 위해 배터리 사업 분사도 지속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 사장은 "자회사에 대한 지분매각, 자산효율화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 옵션에 대한 검토를 실행하고 있다"며 "E&P(석유개발), 배터리 사업 최적화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시장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폐배터리 재활용(BMR, Battery Metal Recycle) 사업은 수산화 리튬 회수 기술을 자체 개발해 54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이를 활용하면 최초 리튬 채굴 시 발생하는 탄소를 40~70%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는 "배터리 사업 투자가 본격 확대된 2017년부터 판매량이 매년 2배 성장하고 있다"며 "이런 추세라면 2022년 판매량 기준 글로벌 톱3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올해 EBITDA(세전·이자지급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 기준 흑자를 달성하고 2023년 1조원, 2025년 2조5000억원을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폭스바겐 등 완성차업체가 각형 배터리 채택을 선언하고 있는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은 파우치형 배터리 경쟁력을 살릴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필요할 경우 (각형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결심한 단계는 아니다"라며 "파우치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가격이 낮은 장점이 있어 충분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인력 확보는 과제로 꼽혔다. 지동섭 대표는 "배터리 사업이 성장하고 있지만 인력 블랙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향후 20~30GWh 공장을 3~4개 동시 구축돼야 하는 만큼 국내 생산인력 뿐 아니라 해외 엔지니어, 오퍼레이터를 육성해 양산체제를 안정화하는 게 중요해졌다"고 평가했다. 

SKIET는 2025년까지 현재의 3배 수준으로 생산능력을 늘려 글로벌 선두 위치를 공고히 할 계획이다.   

2027년 플라스틱 100% 재활용… 석화제품 생산 확대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이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에서 친환경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SK종합화학은 2027년 국내외에서 생산하는 플라스틱을 100% 재활용한다는 전략이다. 기존 리사이클 제품, 고기능성 소재, 고객 네트워크라는 세 가지 장점을 활용해 연간 250만톤 규모의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겠다는 다짐이다. SK종합화학은 2025년 그린 사업으로만 EBITDA 기준 6000억원 이상을 창출할 목표다. 

나경수 SK종합화학 대표는 "원유에서 만들어진 플라스틱은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있다"며 "이젠 거꾸로 플라스틱을 원유로 만드는 '도시유전' 사업을 통해 제2의 탄생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사업에서도 변화를 꾀힌다. 김준 사장은 "석유 사업은 고민이 가장 큰 사업이지만 결국 탄소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어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다"며 "카본 비용을 고려한 최적화 운영 모델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향후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 육상·수송용 연료 제품 생산을 줄이고 석유화학 제품 생산을 늘려 석유제품 대 석유화학제품 생산 비중을 대등하게 맞출 예정이다. 바이오 리뉴어블 사업 참여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에서 사용하는 원료원을 LNG(액화천연가스)로 전환하는 작업은 물론 울산 CLX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밖에다 저장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그린 포트폴리오 디자이너 앤 디벨로퍼' 도약 


이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은 2050년 이전에 '탄소 순배출 제로(Net Zero)'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배터리 사업은 2035년까지 실현한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이 배출하는 탄소는 1200만톤으로 2030년까지 탄소 저감 노력이 없으면 비용은 6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투자를 지속할 경우 필요한 재원은 1조2000억~1조6000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SK이노베이션은 2030년까지 연구개발 인력을 지금보다 2배 확충하고 외부 기술역량 등을 통해 그린 비즈니스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계획이다. 

김준 사장은 "카본 비즈니스를 매각한다고 해도 위치만 옮기는 것일 뿐 누군가는 해결해야 한다"며 "카본 비즈니스를 해왔던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부분까지는 해결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SK이노베이션의 역할은 그린 포트폴리오 디자이너 앤 디벨로퍼"라며 "자회사도 독립적으로 경영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