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8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일산과 제주테크노파크, 경북 테크노파크 등 국내 전기차 폐배터리 창고에는 609개의 전기차 폐배터리가 쌓였다. 전기차 폐배터리는 2024년 1만3826개, 2026년 4만2092개가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폐배터리 거점수거센터 설치… 민간 유통 시작
환경부는 내년부터 민간기업과 이 배터리들을 거래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전기차 폐배터리는 지방자치단체에 반납해야 한다. 새 전기차를 구매할 때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을 받기 때문이다. 반납 규정만 있을 뿐 그 이후 재활용 등에 관한 지침은 없어 지자체는 폐배터리를 민간에 매각할 수도 없다.
이에 재활용 업체들은 해외 법인에서 폐배터리를 수거해 국내에서 니켈, 코발트 등을 추출, 재활용하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배터리 생산공장에서 발생하는 불량 배터리만 수거하고 있다. 한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 대표는 "전체 물량 중 배터리 제조업체에서 발생하는 불량 배터리가 80% 차지한다"며 "폐배터리가 정부 창고에 쌓여 있어 국내 물량으로는 공장 하나 돌리지 못해 해외 법인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업계의 지속적인 요구 끝에 환경부는 지난 6일부터 전기차 폐배터리 등을 회수·보관·재활용하기 위해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의 운영 업무를 한국환경공단에 위탁하는 내용을 담은 '전자제품 등 자원순환법 시행령' 개정안을 시행했다. 경기 시흥 등 4개 권역에 설치될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는 오는 8월 준공해 시범운영을 거친 후 폐배터리 민간 매각이 허용되는 내년부터 운영된다. 전기차 소유자가 폐배터리를 센터에 반납하면 남은 용량과 수명 등을 평가해 민간·기업 등에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월1일 개정된 대기환경보전법 시행에 따라 올해부터 전기차를 구매한 소비자의 폐배터리 반납의무도 폐지되면서 재활용 업계는 그나마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고 있다. 리사이클 사업에 진출하는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현대차 등은 폐배터리에서 양극재 추출이나 ESS(에너지저장장치) 활용 등을 모색하고 있다. 두산도 화학제를 쓰지 않고 회수할 수 있는 기술 실증에 들어간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폐배터리 반납제도를 이제야 폐지했지만 전기차 배터리 수명을 고려하면 7~10년 뒤에야 제도개선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볼멘소리도 내놨다.
폐배터리 가치산출 기술 확립돼야
다만 우려가 없는 건 아니다. 폐배터리를 ESS나 캠핑용 파워뱅크, 전기자전거, 전기오토바이, 가로등 배터리 등으로 재사용하려면 폐배터리의 남은 용량과 수명 등 잔존가치를 측정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폐배터리의 성능과 안전성을 확인하는 시스템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민간 차원의 비즈니스 모델이 활성화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됐지만 후속 조치가 관건"이라며 "전기차 배터리는 위험 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고 화재 가능성도 큰데 이를 재사용하려면 사용 후 배터리 성능 평가 방법과 안전 기준 마련이 필수다. 이를 위한 기술과 제도가 취약하다"고 평가했다.
국내 배터리사들은 이 같은 우려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폐배터리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배터리 개별 제어를 통해 배터리 간 퇴화도 차이로 발생되는 문제점을 극복하고 운영 중 일부 배터리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특정 배터리만 교체할 수 있는 'Plug & Play' 방식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며 "클라우드 EMS(에너지관리시스템)를 통해 폐배터리를 ESS 배터리로 재사용할 경우 운영 효율성이 저하될 수 있는 문제점도 보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SK렌터카와 장기 리스 차량 등에 디바이스를 장착해 주행별 배터리의 상태를 측정하고 있다. 이렇게 모여진 빅데이터는 향후 폐배터리의 잔존 가치와 안전성 관리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폐배터리의 거래를 허용한 만큼 폐배터리 가치산출 솔루션 패권 경쟁이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