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파고를 넘어 들어오는 수입차업계의 맹공이 예고된 가운데 국내업체는 파업 초읽기에 들어간 노조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그래픽=김민준 기자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가 신음했음에도 국내 자동차시장은 폭풍 성장을 거듭했다. 올 상반기 자동차 반도체 수급 차질 문제에도 다른 국가 자동차업계와 달리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하반기는 다르다. 코로나19 파고를 넘어 들어오는 수입차업계의 맹공이 예고된 가운데 국내업체는 파업 초읽기에 들어간 노조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업체의 현 상황을 진단했다.
코로나-車반도체 부족 고비 넘었지만 ‘암초’ 등장
신차 쏟아지는데 노조는 ‘태클’
국내 완성차업계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올 상반기 자동차업체들은 자동차용 반도체 등 일부 부품 부족 사태로 발생한 생산 차질을 만회하기 위해 하반기 많은 신차를 내놓으며 분위기를 반전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노조의 쟁의가 본격 시작될 분위기여서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게다가 수입차업체의 파상공세도 예고된 상태여서 국산차업계는 이중고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업체들은 올 하반기 완전변경과 부분변경 모델을 합해 신차 40여종 출시를 앞뒀다. 국내 완성차업계는 약 15종의 신차를 준비한 반면 수입차업체는 20여종 이상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치열한 접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와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산차 점유율은 83.6%, 수입차는 16.4%로 나타났다. 2019년 국산차 87.4%, 수입차 12.6%와 비교하면 수입차시장의 가파른 성장세가 도드라졌다.

자동차업계에서는 국산차업체가 지난해 역대급 판매량을 기록한 만큼 이 같은 분위기가 올 상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와 기아를 제외한 3사의 내수 판매량은 메르세데스-벤츠·BMW·아우디 등 독일 브랜드 3사의 판매량을 합한 것보다 적었다. 한국지엠·르노삼성·쌍용차의 올 상반기 내수 판매량은 8만8625대로 독일 3사의 8만9229대에 미치지 못했다.


국산차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국내 업체는 반도체 부족과 노사 갈등으로 생산 차질을 겪었다”며 “하지만 수입차회사도 반도체 부족 사태로 생산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결국 제품 자체의 경쟁력과 공장의 생산 효율 등을 고려해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26일 열린 현대자동차 올해 임단협 상견례. /사진= 뉴스1 윤일지 기자


◆파업 향해 가속페달 밟는 노조

이처럼 수입차업체가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는 가운데 국내 완성차업계엔 파업의 그림자가 짙어지는 상황이다. 각 업체별 세부 요구사항엔 차이가 있지만 큰 틀에서는 전기차 등 미래차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자리를 보장하라고 회사 측에게 요구하고 있다. 전기차 및 관련 부품의 직접 생산과 주요 신차 공정 배정, 정년 연장 등이 대표적인 사항이다.

한국지엠노조는 ▲월 기본급 9만9000원 정액 인상 ▲통상임금의 150% 성과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과 생계비 보전을 위한 격려금 400만원 ▲각종 수당 신설 및 인상 등이 담긴 ‘2021년 임금투쟁 요구안’을 확정하고 사측과 지난 5월부터 9차례 교섭을 진행했다. 이 요구안이 수용되면 1인당 1000만원 규모의 혜택을 받게 된다. 부평공장에 신차 생산 배정도 요구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올 상반기 내수 3만3160대와 수출 12만1623대 등 총 15만4783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6.8% 감소한 상황이다. 그나마 지난 6월 수출이 2만1136대로 전년동기대비 27.1% 증가한 것이 위안거리로 꼽힌다.

한국지엠노조가 쟁의 행위를 예고한 가운데 지난 7일 현대자동차노조도 총투표를 실시했고 찬성, 가결됐다. 지난 6월30일 사측과의 임단협 결렬에 따라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자동차 제조사별 단체협상 쟁점 /그래픽=김민준 기자
현대차 사측도 노조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차노조는 지난 13차 교섭에서 사측이 내놓은 ▲기본급 5만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금 100%+300만원 ▲품질향상격려금 200만원 ▲2021년 특별주간 2연속교대 10만포인트 등 제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기본급 9만9000원 인상(정기호봉 승급분 제외) ▲당기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정년연장(최장 만 64세) ▲전기차 생산에 따른 일자리 유지 등 당초 임단협 요구안을 지킬 것을 강조하고 있다. 기아노조도 현대차노조와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차노조는 “13차례 교섭에도 사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해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노동3권에 보장된 쟁의 행위에 돌입키로 했다. 쟁의 행위는 노동자의 합법적 권리인 만큼 왜곡된 시선을 거둬달라”면서도 “조합원이 납득할 만한 안을 갖고 교섭을 요청하면 언제든 임하겠다”고 전했다.

이후 사측의 제안에 따라 지난 14일 14차 단체교섭을 시작했고 최대 쟁점은 '정년 연장'으로 의견 조율이 쉽지 않아 보인다.

현대차 측은 노조의 입장을 무조건 수용하기도 난감한 상황이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사무직 노조가 설립됐고 이들은 기존 노조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물론 대표노조가 아니어서 교섭권은 없지만 회사가 이들의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관련 업계의 시각이다.

르노삼성자동차는 XM3(수출명 아르카나) 수출 호조에 숨통이 트였지만 지난해 임단협을 여태 마무리 짓지 못했다. 르노삼성에는 ▲기업노조(1768명) ▲민주노총 금속노조 르노삼성차지회(39명) ▲새미래노조(제3노조·129명) ▲영업서비스노조(제4노조·26명) 등 4개의 노조가 있으며 지난해부터 기업노조가 대표노조로서 사측과 협상해왔다.

그럼에도 사측과 제대로 된 교섭조차 이어가지 못했고 무리한 파업으로 빈축을 샀다. 르노삼성노조는 지난 4월 전면 파업에 돌입했고 사측은 부분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이에 새미래노조와 영업서비스노조가 지난 5월29일 재교섭을 요청하며 기존 대표노조의 쟁의행위가 중단되고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진행했다. 대표노조로 결정된 날로부터 1년이 지난 이후엔 어느 노조라도 교섭요청을 하면 사용자는 교섭창구 단일화를 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기존 대표노조는 쟁의 행위를 중단해야 해서다.

하지만 기존 대표노조인 기업노조가 다시 교섭대표로 확정되면서 하반기에도 상황이 나아지리란 보장이 없다. 특히 지도부가 지난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된 민주노총 가입 추진을 재검토하고 있어 논란이다.
자동차업계에서는 해외 판매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파업을 시작하면 생산량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사진은 수소전기차 넥쏘의 생산라인.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하반기 생산량 줄어들면 ‘최악’
자동차업계에서는 해외 판매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파업을 시작하면 생산량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내수에서는 수입차업체의 점유율 확대 움직임에 대응해야 하고 판매 호조를 보이는 해외에서는 물량 부족을 겪을 경우 직격탄을 맞을 수 있어서다.

국산차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수가 30%쯤 적기 때문에 노조가 일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과도한 요구를 하는 셈”이라며 “글로벌 완성차업체 외에도 각국의 다양한 스타트업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파업으로 생산 차질을 겪으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지금은 코로나19에서 벗어나면서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노조의 무리한 요구가 많아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노조가 파업을 진행하면 심각한 상황이 올 수도 있는 만큼 노사 화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회생 가능할까… 믿었던 美‘HAAH’ 대신 韓중소업체만 ‘기웃’
현재 쌍용차는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정문. /사진=뉴시스 김종택 기자
쌍용자동차의 회생에 의문을 갖는 이가 많다.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가 올 초 매각 협상 테이블을 떠나면서 잠재적 투자자로 알려진 미국의 자동차 유통업체 ‘HAAH 오토모티브’로 시선이 쏠렸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서다.

◆회생 날갯짓하는 쌍용차

현재 쌍용차는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다. 인수대상자를 확보한 이후 기업 회생을 추진하는 것으로 최근 이스타항공의 인수자 선정 사례가 대표적이다. 매각 주간사회사가 인수 희망자를 모집하면 법원이 회생 대상 기업과의 적합성을 판단해 선정하게 된다. 이스타항공은 호남권 건설사 성정으로 인수가 확정됐다. 앞으로 성정은 이스타항공 인수대금 지급과 함께 구체적인 회생안을 제출해야 한다.

비슷한 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차는 회생 계획안 제출 시한을 2개월 연기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 4월 회생 절차 개시 결정을 내리면서 7월1일까지 계획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여전히 인수대상자를 확정하지 못한 쌍용차가 회생 계획안 제출 기한 연기를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9월1일로 미뤄졌다.

지난달 28일 쌍용차와 매각 주간사인 EY한영회계법인은 쌍용차 M&A 공고를 냈다. 이달 30일 오후 3시까지 인수의향서와 비밀유지 확약서를 접수받고 오는 8월2일부터 같은달 27일까지 예비 실사를 진행한다. 이후 인수제안서를 받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본 실사와 투자계약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쌍용차는 9월 우선협상대상자가 정해지면 10월 정밀실사와 함께 구체적인 가격 협상 등을 진행할 방침이다. 업계 일부에서 제기했던 ‘청산’은 사실상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인수전에 뛰어든 회사는 꾸준히 인수 의향만 밝혀온 HAAH를 비롯해 ▲에디슨모터스(전기버스 제조업체) ▲케이팝모터스(전기차업체) ▲박석전앤컴퍼니(사모펀드) 등이 참여 의향을 드러냈다.

◆대주주 마힌드라와 기웃거리는 HAAH

자동차업계에서는 쌍용차 매각 협상 테이블에서 떠난 마힌드라를 향한 원망 섞인 목소리가 들린다. 2010년 쌍용차와 상하이차의 악몽이 되살아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당시 상하이차는 필요한 기술만 갈취한 뒤 쌍용차를 내팽개치며 이른바 ‘먹튀’ 논란을 일으켰다. 2011년 인도 마힌드라그룹은 쌍용차 지분 72.85%를 5500억원에 인수한 뒤 두 번의 유상증자로 1300억원을 추가 투자했고 지분은 75%까지 늘었다.

회생자금을 마련한 쌍용차는 2015년 소형SUV ‘티볼리’를 출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당시 이 차를 개발하며 구축한 플랫폼은 2018년 마힌드라가 인도시장에 출시한 ‘XUV300’에도 적용돼 마힌드라도 티볼리 덕을 봤다.

마힌드라가 손을 뗀 후 쌍용차 인수에 지속 관심을 보여온 HAAH는 2억5000만달러(약 2843억원) 규모의 쌍용차 유상증자에 참여해 대주주(51%)가 되는 방안을 계획했고 산업은행에 같은 규모의 금액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산차업계 관계자는 “쌍용차의 공익채권 3700억원보다 적은 투자금액을 제시한 상태여서 인수 의지에 의문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며 “그럼에도 쌍용차는 HAAH라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던 것”이라고 전했다.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쌍용자동차 생산공장. /사진제공=쌍용자동차

◆쌍용차 회생 가능할까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법원이 쌍용차 청산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낮다고 예상했다. 쌍용차 외에도 협력업체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협력업체 관계자는 “쌍용차를 어떻게든 굴러가게 해서 차가 팔리면 회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일부 희생을 감수하겠지만 파산해서 아무것도 건지지 못하는 것보단 나은 방법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달 29일에는 EY한영회계법인의 중간보고서 내용 일부에서 청산가치가 크게 나온 점이 잠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쌍용차는 “보고서 내용을 근거로 M&A 성사 여부나 청산 등을 언급하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 M&A 전문가는 “기업 회생 절차가 시작되면 다양한 자산을 평가한다”면서도 “무형자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시장의 변수까지 모두 반영하기는 어려워 서류상으로는 청산가치가 큰 것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계속 영업 활동이 가능한 경우 회생 가능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두게 된다”고 덧붙였다.

관련 업계에서는 쌍용차가 회생 절차에 돌입하면 체질개선이 필수라고 본다. 인수대상자가 회생에 필요한 비용을 지급한 뒤 자산매각과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 시각이다.

이에 쌍용차는 자구안을 마련해 노조 측에 제시했고 노조 측은 해당 내용에 합의했다. 주요 내용은 ▲무급 휴업 2년(1년 후 1년 추가) ▲현재 시행 중인 임금 삭감 및 복리후생 중단 2년 연장 ▲임원 임금 20% 추가 삭감 ▲단체협약 변경 주기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변경 ▲효율적인 인력 운영 및 생산 대응 ▲무쟁의 확약 ▲유휴자산 4곳 추가 매각 등이다. 2009년 2000여명의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불거진 ‘쌍용차 사태’ 재발 방지를 염두에 둔 내용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14일 온라인 브리핑에서 “지속 가능한 사업계획 없이 제시된 자구계획만으로 경영정상화 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며 “투자자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할 일이 많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영 주체 인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영능력을 갖춘 투자자와 지속가능한 사업 계획 없이는 지원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쌍용차는 신차 출시와 함께 조기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쌍용차는 첫 전기차인 ‘코란도 이모션’을 오는 8월 유럽에 먼저 출시한 뒤 연말쯤 국내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내년에는 중형SUV ‘J100’을 출시하며 본격 회생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앞으로 사업 계획을 토대로 잠재 인수자와 함께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자구안 이행과 정상적인 생산-판매활동으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겠다”고 말했다.
쌍용차 히스토리 /그래픽=김민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