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사진=뉴스1
산업계가 국제 유가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70달러대를 뚫은 유가는 올해 하반기 80달러를 넘어 최대 100달러로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쏟아진다. 기름을 연료로 쓰는 석유화학·항공·해운업계로서는 유가 상승이 상품 생산 원가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걱정이 앞서고 있다. 정유·조선·건설업계는 재고평가이익과 해양플랜트 및 중동 산유국 대형 프로젝트 발주에 희망을 걸고 있다.

정유업계 “유가 상승, 반갑긴 한데…”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마이너스)38달러까지 추락했던 유가가 슬금슬금 오르더니 어느덧 80달러대를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저점 대비 3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전국 휘발유 평균가격도 10주 연속 올랐다. 7월 첫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1615원으로 2년8개월 만에 고점을 찍었다. 경윳값도 약 1년 반 만에 ℓ당 1400원을 넘었다. 

원유를 가공해 이익을 남기는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업계는 재고평가이익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유가가 오르면 정유사가 미리 들여온 원유 재고 평가액이 늘어난다. 다만 마냥 웃지만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유사 실적은 정제마진에 따라 결정된다. 정제마진이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뺀 가격이다. 최근 유가는 실제 수요 회복이 아닌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 ▲OPEC+ 감산 우려 등 복합적인 이유로 상승하고 있다. 이에 석유제품의 가격 상승 폭이 원유 가격 상승폭을 밑돌아 정제마진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올 5월 셋째 주부터 6월까지 정제마진은 1달러대를 기록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제품 가격이 오르지 않은 상황에서 원가가 올라 정제마진이 주춤했다”며 “경기 회복 기대감에 오른 유가는 다시 급락해 손실을 안길 수 있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는 국제유가가 오르면 원료 가격 상승으로 제품 스프레드(정제마진) 감소가 불가피하다. 업계는 원유 부산물인 나프타를 가공해 에틸렌 등 제품을 생산한다. 제품 수요가 늘어난 것은 아니어서 원료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무작정 전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유전 개발·중동발 건설 꿈틀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 /사진=대우조선해양
조선업계는 해양플랜트 수주를 노리고 있다. 원유 채굴 설비인 해양플랜트는 통상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넘을 경우 수익 창출이 가능해 발주·수주가 늘어난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조선3사 모두 해양플랜트 수주를 못 했다.

올해 글로벌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 프로젝트는 10건으로 예상된다. 올 상반기 6건의 프로젝트가 발주됐고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이 2건을 수주했다. 남은 프로젝트는 ▲브라질 메로4 ▲파르크 다스 베일리아스 ▲말레이시아 림바용 ▲중국 유화 11-1 등이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해 노르웨이 국영석유회사 에퀴노르가 북극해에서 추진하는 해상유전 개발 프로젝트 입찰에도 뛰어든 상태다. 업계는 지난해 미뤄졌던 프로젝트들이 올해 유가 상승 등과 맞물려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계도 중동발 수주를 겨냥하고 있다. 백신 접종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유가 상승으로 산유국 발주 여건이 점차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와서다. 올해 ▲사우디아라비아 줄루프 육상 원유전 개발 ▲자푸라 가스 플랜트 ▲아랍에미리트(UAE) 하일&가샤 천연가스 플랜트 등 발주가 예상된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프로젝트 발주가 UAE와 사우디 등에서 나오고 있다”며 “유가 상승으로 대형 프로젝트도 꿈틀대는 분위기이지만 실제 발주로 이어지려면 지속적인 유가 상승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항공·해운 유류비 ‘매출의 30%’


항공·해운업계는 연료비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항공사 영업비용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30%다. 국제항공운송협회에 따르면 이달 9일 기준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80.4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6.3%, 올해 6월보다 3.8% 상승했다. 

항공사들은 유가 상승분을 유류할증료에 부과할 수 있지만 항공권 가격이 오르면 여행객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여파로 운항 편수가 예년 대비 10~20% 감소했는데 항공권 가격 인상은 어려운 처지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분을 유류할증료에 일부만 반영하기 때문에 부담을 안고 가야 한다”며 “최근 수익을 올리고 있는 화물 부문의 추가 성장이 없다면 부담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해운업계도 유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업종이다. 다행인 점은 물동량 급증으로 운임이 오를 대로 올라 연료비 상승 부담을 감당할 만한 여건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SCFI(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이달 9일 기준 3932.35포인트로 2009년 10월 집계가 시작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매출 대비 유류비용이 적게는 15% 많게는 30% 차지해 연료비 부담은 있지만 최근 운임이 급등한 상태여서 압박을 버틸 수 있을 것”이라며 “규모가 작고 연식이 오래된 컨테이너선을 운영하는 곳의 경우 부담이 더 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