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지난 12일 밤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9160원으로 의결한 뒤 위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강종민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끝났지만 후폭풍은 여전하다.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불만을 표시하는 가운데 공익위원들의 의견에 따라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노동계와 경영계는 내년되 최저임금이 올해(8720원)보다 5.04% 오른 9160원으로 결정된 것을 수용할 수 없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노동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저임금 노동자 생활안정과 사회 양극화 및 소득불균형 해소하는 데 5.04% 인상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경영계는 임금 지불주체인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이 코로나19 장기화의 여파로 생존 위기에 내몰린 상황에서 이를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인상이라고 맞선다.

공익위원 단일안으로 결정된 최저임금

내년도 최저임금 9160원은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단일안을 찬반 투표에 부쳐 결정된 것이다. 민주노총 측 근로자위원 4명과 경영계를 대표하는 사용자위원 9명은 표결이 시작되기 전 단일안에 반발하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사실상 공익위원 9명과 한국노총 측 근로자위원 5명만 참여한 가운데 정부가 선임에 영향을 미치는 공익위원들의 입맛대로 최저임금이 결정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 같은 논란은 기존에도 꾸준히 제기돼온 것이다. 현행 최저임금 논의는 노사가 각각 최저임금 요구안을 제시한 뒤 격차를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노사의 대립이 이어지면 정부 추천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안 심의촉진구간을 설정한 뒤 중재를 시도하고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단일안을 제시해 표결에 들어간다.

사실상 최저임금이 정부 추천 인사에 따라 좌지우지 되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는 2019년 제도 개선에 착수, 최저임금 결정체계 이원화 카드를 꺼냈다.

전문가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가 최저임금의 상·하한선을 먼저 정하고 근로자 측, 사용자 측, 공익위원들로 구성된 '결정위원회'가 정해진 구간 안에서 최저임금을 최종 결정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결정체계 개편 공회전… 차등지급 등도 쟁점

구간설정위가 객관적으로 최저임금 상·하한선을 먼저 정하면 소모적 논쟁을 줄일 수 있다는 것으로 기대됐지만 노동계의 반발에 밀려 폐기됐고 이후로 개선 논의는 3년째 공회전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다르게 적용하는 '차등적용' 문제와 주휴수당 폐지 등도 과제다.

경영계는 코로나19와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산업별로 다른 피해 정도 등을 감안해 업종별·직군별 차등적용을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또한 실제로 근무한 시간이 아님에도 임금을 줘야하는 주휴수당을 폐지할 것으로 촉구한다.

하지만 노동계가 차등적용과 주휴수당 폐지에 결사반대하고 있어 쉽게 메스를 대지 못하고 있다.

경영계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매년 반복되는 최저임금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경제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객관적 지표에 의해 산출하는 방식으로 개편하는 일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유례없는 경제난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버티는 경제주체들의 상황을 고려하여 최저임금제도가 보완되기를 희망한다"며 "정부와 정치권은 업종별·직군별 차등 적용, 최저임금 결정 요소에 기업의 지불능력 포함 등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이 최소화될 수 있게 제도 개선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