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은옥 기자
카드사들이 올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연이어 축포를 터트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됐던 소비심리가 회복되면서 카드 이용이 증가했고 여기에 수입 다각화의 일환인 할부금융·리스 사업이 약진하며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가시적인 성과에도 하반기엔 먹구름이 자욱하다. 장기카드대출(카드론)을 바라보는 금융당국의 눈길이 날카로워지고 있고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무게추가 기울고 있어서다.

연이은 ‘실적 잔치’에 방긋… 신한카드 1위 ‘수성’

금융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신한·KB국민·삼성·우리·하나카드 등 5개 카드사는 상반기 순이익이 1조165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39.7% 늘어난 수치로 모두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을 거뒀다.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367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1.4% 증가했다. KB국민카드는 같은 기간 54.3% 늘어난 252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이어 ▲삼성카드 2822억원(26.7%↑) ▲우리카드 1214억원(52.5%↑) ▲하나카드 1422억원(117.8%↑) 등의 기록적인 순이익을 거뒀다.

카드사의 상반기 실적이 고공행진 하는 사이 금융지주 내 비은행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올 상반기 금융지주 내 비은행의 실적 기여도는 ▲신한금융 46.6% ▲KB금융 45.2% ▲하나금융 37.3% ▲우리금융 18%로 각각 집계됐다.

특히 신한금융의 비은행 당기순이익 중 소매금융(카드·저축은행)의 비중은 전체 중 31%로 집계돼 금융투자·캐피탈 등 자본시장(43%)의 뒤를 이었다. 금융권에선 올 하반기 비은행 부문의 실적기여도에 따라 금융 지주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카드사들이 올 상반기 일제히 기세를 올린 이유는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소비심리가 회복된 탓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 2분기 전체카드 승인금액은 244조6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9.9% 증가했다. 승인건수는 59억4000건으로 1년 전보다 5.7% 늘었다.

2분기 개인카드 승인금액은 199조4000억원, 승인건수는 55억80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7.4%, 5.3% 증가했다. 이 기간 법인카드 승인금액과 승인건수는 각각 45조4000억원, 3억6000억건으로 역시 전년동기대비 22.9%, 13.3% 각각 늘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2분기 저조했던 카드승인 금액이 증가하면서 기저효과가 나타났고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등으로 전반적인 소비 심리 회복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2분기 중 수도권은 2단계, 비수도권은 1.5단계 등 상대적으로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유지되면서 오프라인 쇼핑과 모임·여가 관련 업종의 매출이 다소 회복됐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비대면·온라인을 통한 구매 수요 증가세 유지와 기업 외부활동 정상화 추세에 따른 법인카드 이용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고 여신금융협회는 밝혔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신한-KB, 자동차 금융에서 쏠쏠… 수익다각화 일환 

이 기간 눈에 띄는 부분은 자동차 할부금융·리스의 약진이다. 신용카드 영업수익만으론 부족하다는 판단에 자동차 할부·리스사업으로 몸집을 확대한 전략이 제대로 통한 것이다.

신한카드의 경우 올 상반기 본업인 신용카드부문 영업수익은 1조417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7% 감소했지만 할부금융은 771억원, 리스 부문은 1856억원의 이익을 내며 각각 8.3%, 45.1% 증가했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해 10월 ‘신한 마이카’를 출시하며 자동차 금융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자동차 금융상품을 한 번에 비교해 필요한 한도를 통합해 보여주는 통합한도조회와 최적상품을 추천하고 대출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인 더클래스 효성, SK렌터카 등과의 제휴를 통해 중고차 금융에도 발을 넓혔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신용카드 영업수익만을 기반으로 한 수익창출이 어려워진 상황이어서 수익성 다각화의 일환으로 자동차 할부 금융에 집중하고 있다”며 “기존에 해오던 사업들이 자리를 잡고 외형확대에 성공하면서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KB국민카드 역시 올 상반기 신용카드부문 영업수익은 1조809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2% 증가에 그쳤지만 할부금융·리스 사업 부문 순이익은 같은 기간 60.7% 늘어난 793억원을 기록했다. KB국민카드는 2019년 중고차 금융상품으로 ‘KB국민 이지오토할부’를 출시, 이후 ‘오토 금융센터’를 개소하는 등 중고차 시장 내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하반기 역시 코로나19 재확산 등 불확실성이 잠재된 상황이어서 건전성 악화, 수익성 저하 등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비용 효율성 제고 노력을 이어갈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자동차 할부금융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확보하는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수수료 재산정에 금융당국 압박까지… 하반기 고민

하지만 상반기 호실적에도 카드사들은 하반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오는 11월이면 윤곽을 드러내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재산정이 올해 역시 인하에 무게가 기울고 있어서다.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 재산정은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2012년부터 3년 주기로 이뤄지고 있다. 카드사의 자금조달·위험관리·마케팅 비용 등 원가분석을 토대로 적격비용을 산정한 후 검토해 정해진다. 오는 11월 결정된 카드 수수료율은 이듬해인 2022년 적용된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줄곧 내리막이다. 2007년 4.5%였던 일반 가맹점 수수료율은 2019년부터 1.97~2.04%로 떨어졌고 전체 가맹점의 96%에 해당하는 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은 매출 규모에 따라 0.8∼1.6%의 ‘우대 가맹점’ 수수료가 적용된다. 올해 역시 수수료율 인하에 무게가 기울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 역시 수수료율 인하를 내다보며 이 여파로 내년 카드업계의 실적이 다소 부진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리포트에서 “2022년 카드업계의 수익성 전망은 다소 부정적”이라며 “2022년부터 새로운 가맹점수수료율이 적용될 예정으로 과거의 재산정 사례를 고려할 때 수수료율이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카드론을 바라보는 금융당국의 눈초리도 날카로워지고 있어 금융상품 수익성을 기대하기도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롯데카드 남대문 콜센터를 방문해 “2금융권 대출의 빠른 증가세가 우려스럽다”며 “금융업권 간 규제차익을 활용한 대출경쟁을 자제하고 카드론 등에 대한 리스크관리를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경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 역시 지난달 “비은행권의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폭이 확대됐다”며 “은행권의 관리노력은 긍정 평가할 수 있겠으나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해 2금융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제2금융권의 가계 대출은 올 상반기에만 21조7000억원 급증했다. 이 기간 신용카드사의 카드론 잔액도 늘었다. 금융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전업카드사 7곳(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33조1788억원으로 전년동기(30조3047억원)와 비교해 9.5% 증가했다.

상반기 호실적에도 첩첩산중을 직면한 카드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 계획을 유지하면서 금융당국의 규제와 지시에 따르도록 상황을 면밀하게 살피겠다는 입장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와 수수료 재산정 이슈, 금융당국의 압박이 이어지면서 하반기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지만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 같다”며 “이 영향으로 수익 다각화를 위해 자동차 할부금융은 물론 데이터 사업 등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