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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업계를 향한 우려 섞인 시선이 늘고 있다. 자동차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해외 자동차 제조사들은 체질개선을 서두르는 반면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노동조합의 ‘몽니’에 한숨을 쉬는 상황이어서다.
현재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은 저마다 새로운 전기차 전략을 공개하면서 2035년쯤부터 순수 내연기관차를 더 이상 만들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과 독일 등 주요 자동차 생산국 정부가 강력한 인센티브를 내걸고 업체들이 자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국내 완성차업체 중 올해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을 마친 것은 고작 현대자동차뿐이다. 잠정합의안 투표가 부결되며 파업 우려가 제기됐지만 양 측의 추가 협상으로 극적 무분규 타결을 이끌어냈다. 파업할 때가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덕분이다.
하지만 기아는 최근 투표를 통해 무려 73.9%의 찬성률로 쟁의행위(파업)권을 확보했다. 노조는 2019~2020년 2조원의 영업이익 달성에 따른 경영성과 보상과 함께 정년 연장, 노동시간 단축 등을 사측에 거듭 요구했다. 사측이 쉽사리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기아의 대형세단 K8은 지난 4월 출시 이후 2만2063대가 팔렸다. 특히 지난 7월엔 6008대가 팔리며 현대 그랜저를 약 3년 만에 넘어서는가 하면 대기수요도 4만대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의 첫 전용 전기차 ‘EV6’는 세련된 디자인과 뛰어난 성능으로 출시 전부터 호평이 끊이지 않았고 미리 주문받은 3만대 이상의 물량은 하반기 내내 부지런히 생산해도 수요에 대응하기가 어려운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 노조가 파업을 단행하면 부품을 납품하는 하청업체에도 피해를 끼치게 되며 자동차산업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애타게 차를 기다리던 소비자를 무시한 것인 만큼 그 대가도 따른다. K8은 내년 출시를 앞둔 신형 그랜저로 관심이 이동할 것이고 EV6는 당장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다른 전기차로 수요가 쏠릴 수 있다.
최근 신형 전기차 볼트EV와 볼트EUV를 선보인 한국지엠도 상황이 비슷하다. 여름휴가 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타결을 기대했지만 잠정합의안 투표에서 51.15%(3441명)의 반대로 부결됐다. 현재 노사는 협상에 진전을 보이지 못한 채 대치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사측에 미래 전기차 생산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볼트EV는 국내에서 생산되지 못해 수입 판매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노조의 강경한 태도 탓에 GM 측이 신차 배정에 소극적인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GM 본사 입장에선 바이든 정부의 기조에 발맞추기도 벅찬 마당에 잡음이 들리는 한국시장에 신경 쓸 리 만무하다는 얘기다. 당연히 소비자도 이런 상황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파업을 위한 파업은 더 이상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노조 측을 응원하던 목소리도 크게 줄었으며 노조 내에서도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과거 회사가 힘들 때 양보한 데 따른 보상을 요구할 수는 있지만 현재는 당장 생존 가능성조차 가늠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본격적으로 열릴 전기차 시대를 대비할 골든타임이 줄어들고 있다. 노사 모두가 살얼음판 위에 오른 상태라는 점을 명심하고 반드시 명쾌한 타협을 이끌어내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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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규 기자
자본시장과 기업을 취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