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개발한 초슬림 3단자 MLCC. / 사진=삼성전기
‘전자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부품이있다. MLCC(적층세라믹캐패시터)가 그 주인공이다. MLCC는 전기·전자회로에서 전기에너지를 저장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콘덴서(축전기)의 일종으로 스마트폰을 비롯해 일상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IT·전자제품에 사용되는 수동소자다. 최근에는 4차산업혁명에 따른 미래 모빌리티가 개발되면서 전장용 MLCC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전기 일정하게 공급하는 ‘댐’ 역할

MLCC는 휴대폰, 개인용 PC, 디지털 등 전자 회로에서 수동부품의 60%를 차지한다. 크기가 가로 0.4㎜, 세로 0.2㎜ 제품도 있을 정도로 쌀알보다도 크기가 작다. 통상 스마트폰 1대에 800~1200개의 MLCC가 들어간다.

회로에 들어오는 전류가 일정하지 않으면 전자제품이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고장이 날 수 있는데 MLCC는 중간에서 반도체에 전기를 일정하게 공급하는 일종의 댐 역할을 한다. 흔히 ‘노이즈’라고 불리는 신호간섭을 제거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반도체와 전자회로가 있는 제품에는 MLCC가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전자산업의 쌀’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둔 상황에서 MLCC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디지털전환 등 4차 사업혁명 시대의 주요 기술에 최첨단 전자부품 적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장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리서치는 2019년 99억7000만달러(11조6100억원) 수준이던 글로벌 MLCC 시장이 2025년 157억5000만달러(18조3500억원) 규모로 연평균 10%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전장용 MLCC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자동차에는 최소 3000개, 최대 1만5000개 가량의 MLCC가 탑재되고 제품 단가도 IT제품보다 2~3배 더 높은 고부가 제품이다. 최첨단 사양을 적용한 고급 자동차의 경우 3만개의 MLCC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자동차시장의 흐름이 내연기관을 벗어나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디지털 요소가 더욱 중요짐에 따라 자동차용 MLCC는 업계의 블루오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에 따르면 전장용 MLCC 시장규모는 2019년 33억달러(3조8500억원)에서 이후 연평균 20% 성장해 2022년 57억달러(6조6000억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MLCC 수요 비중은 2008년 IT·통신·가전제품 등이 89%, 자동차는 11%였지만 2018년에는 자동차의 비중이 15%로 늘었고 2028년에는 25%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장용 MLCC 수요 빠르게 증가할 듯

다만 전장용 MLCC는 시장진입장벽이 높다. 전장용 MLCC의 경우 150도의 고온과 영하 55도의 저온 환경, 휨 강도 등 충격이 전달되는 상황, 85%의 높은 습도 등 극단적인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하는 등 기술적 난이도가 높기 때문이다. 자동차 전자부품 신뢰성 시험 규격인 AEC-Q200(자동차용 수동부품에 대한 인증규격) 인증을 비롯해 까다로운 제조 기준과 각 거래선별 엄격한 검증을 통과해야 공급할 수 있다.


일본기업들은 전자산업의 패러다임이 IT 및 산업용 전자에서 자동차용 전장산업으로 변화하는 것에 대응해 빠르게 전장용 MLCC 제품비중을 높이고 있다. 한국에서는 삼성전기가 전장용 MLCC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있다.

하지만 점유율은 아직까진 일본기업에 비해 크게 뒤쳐진다. KEIT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체 MLCC 시장에서 삼성전기는 21%의 점유율로 일본 무라타(44%)에 이어 세계 2위지만 전장용 MLCC는 무라타가와 TDK, 다이오유덴 등 등 일본기업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삼성전기 시장점유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지난해 7월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에 위치한 전장용 MLCC 생산 공장을 찾아 MLCC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삼성전자
이런 가운데 삼성전기는 연구개발(R&D)와 투자를 통해 내년까지 전장용 MLCC 사업에서 확고한 글로벌 2위를 이뤄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전기는 2016년부터 산업·전장용 MLCC사업을 시작해 2018년 부산에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지난 2분기에는 중국 톈진 신공장을 준공해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갔다. 삼성전기는 전장용 수요 증가에 맞춰 톈진 신공장의 생산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주력 생산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최근엔 0603 크기(가로 0.6㎜, 세로 0.3㎜)에 100nF(나노패럿) 용량의 소형 제품과 3216(가로 3.2㎜, 세로 1.6㎜) 크기에 47uF(마이크로패럿) 용량의 초고용량 전장용 MLCC를 선보이는 등 기술 초격차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삼성전기의 전장용 MLCC 사업을 챙기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7월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찾아 전장용 MLCC 사업을 직접 살펴보고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선두에 서서 혁신을 이끌어가자”고 당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