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의혹'에 매몰된 여야 경선…'묻지마 대선판' 우려
대선판 '고소·고발 난무', 정당정치 마비 연장선…후보자 자질 검증 뒷전
미래 비전 실종에 각 후보들 공약 특색없고 설익은 공약만 난무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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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연주 기자 =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여야 후보 경선이 과거 논쟁에 매몰되고 있다. 대장동과 고발 사주 의혹이 후보들의 미래 비전까지도 집어삼키는 형국이다. 후보자들의 자질 검증은 온데간데없고 후보들도 설익은 공약을 쏟아내기 바쁜 형국이다. 의혹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가운데 이슈가 장기화될 경우 자칫 후보들의 공약은 뒷전으로 밀린채 투표에 나서는 이른바 '묻지마 투표'에 대한 우려가 커질 전망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9일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의혹 관련 아들 퇴직금 의혹에 휩싸인 곽상도 의원의 의원직 제명을 촉구했다.
이재명 후보가 대장동 의혹을 '국민의힘 게이트'로 프레임 전환을 시도한 가운데 당 지도부 역시 1위 주자의 위기를 진영의 위기로 인식, 연일 배수진을 치는 모습이다.
민주당 경선은 앞서 후보 간 네거티브전 과열 논란이 일었다. 이재명 후보 측은 이낙연 후보의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표결 의혹을, 이낙연 후보 측은 이재명 후보의 욕설 등 자질 논란을 꼬집었다. 이후 집안 싸움은 겉보기에 일단 진정된 듯하나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국민의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앞서 나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은 윤 전 총장의 대세론을 흔들었다. 이후 새로운 대장동 의혹으로 희석되는 듯했으나, 대장동 의혹이 야권으로 번지면서 '물고 물리는' 긴 싸움이 이어질 조짐이다.
과거 논쟁이 격화화면서, 여야 후보들의 정책 경쟁은 뒷전으로 밀렸다. 민주당의 경우 경선 TV토론만 11차례 열렸으나 '이재명 기본소득'과 '이낙연 신복지'는 공방을 위한 도구로만 이용됐다.
최근 후보들의 발언 또한 대장동 의혹에 집중되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이번 주에 낸 '개발이익 환수'와 '제주도 관광객 1인당 1만원씩 입도세' 공약은 치열한 사회적 토론을 거치지 않고 묻혔다. 이 후보는 개발이익 환수 공약 토론회에서 대장동 해명에 집중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공약 베끼기 논쟁까지 벌어졌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공약을 두고 유승민 전 의원 등이 '공약 카피'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자신의 공약에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못하는 준비 부족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뉴스1과 통화에서 "구조적으로 정책 경쟁이 어려운 상황이다. 내년 대선에 이어 6월 지방선거까지 놓고 진영 정치로 비화한 상황에서 소위 말해 한쪽이 죽어야 이기는 게임이 됐다"고 말했다.
부동산 이슈로 여권이 흔들리고, 대통령에게 맞선 검찰총장 출신이 야권 1위 주자로 득세하는 등 역대 최대급 진영 대결이라 하더라도 강력한 무기가 될 정책 발굴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대선만 놓고 봐도 '경제 민주화' 나 '보편 복지' 등의 어젠다를 둔 토론이 활발했었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국회 미래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통화에서 "20대 국회 후반기부터 정당 정치가 마비됐다. 현재 정책 논쟁이 사라진 대선 경선은 그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18대, 19대 대선만 해도 경제민주화나 협치, 페미니즘 등 대선 전반을 아우르는 정책적 이슈가 있었지만 이번엔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메시지가 실종됐다"며 "대선 캠프에 참여하는 사람들 역시 공적 대의를 말하는 사람이 없다. 정책 논쟁이 사라진 선거의 주요한 특징"이라고 말했다.
관련 의혹의 진위가 명확해지기 전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나서야 할 수 있다는 것 또한 문제다. BBK의혹이나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것만 보더라도 우려해야 할 대목이다.
언론사 출신의 한 여권 인사는 "30년 넘게 대선 투표를 했지만 여야 1위 주자들이 이렇게 많은 의혹에 휩싸인 전례를 찾기 어렵다"며 "정론을 위해 목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지식인들의 침묵 역시 아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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