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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영화 '보이스'(감독 김선, 김곡)는 가족과 동료들의 돈 30억원을 찾기 위해 보이스피싱 조직을 추적하기 시작한 전직 형사 출신 현장작업반장 서준의 추적기를 그린 범죄 액션 영화다.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본격적으로 다룬 '보이스'는 지난 9월 중순 개봉 후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
주연을 맡은 변요한은 보이스피싱으로 모든 것을 잃고 절실한 추격에 나서는 한서준 역할을, 김무열은 보이스피싱 본거지 기획실의 극악무도한 총책 곽프로 역을 맡아 맞붙는다. 실제로 액션을 거의 다 소화했다는 변요한의 열정과 김무열의 헛방이 없는 자신감에 김선 감독은 칭찬을 보내기도 했다.
최근 영화 '보이스'(감독 김선, 김곡)의 연출을 맡은 김선 감독은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고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곡 감독은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보이스 피싱을 소재로 다루게 된 이유가 있나.
▶보이스 피싱이 사회문제로 대두된 건 오래됐는데 언제 한 번 이를 파헤쳐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본격적으로 시나리오를 쓰게 된 것은 재작년 즈음이었다. 보이스 피싱이 영화에서는 아주 조그만한 사건으로만 쓰이거나 에피소드 한 소재로 쓰이는 경우만 있었는데, 우리는 심층적으로, 본격적으로 파헤치고 싶어서 보이스 피싱 적진에 들어가보자, 그리고 적진 안의 풍경들과 사악한 기운들을 주인공을 통해서 온몸으로 느끼게 해보자고 생각했다.
-보이스 피싱 내부 모습이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실제와 가상을 얼마나 배합해서 구현해낸 것인가.
▶보이스 피싱 범죄를 이렇게 해부해놓고 보면 굉장히 층위들도 많고 점조직화 되어 있어서 한 집단이라고 볼 수는 없고, 굉장히 넓게 얇게 군데군데 삶에 침투해 있기 때문에 그걸 한 단계 한 단계 보여주는 건 무리였다. 그래서 최대한 많이 담으려고 했고, 핵심 세력인 콜센터가 메인 공간이어야 했고 그것과 연계된 인출책, 변작소, 환치기 상들을 곳곳에 배치하면서 주인공 서준이 이를 따라가고, 김무열과 이기호 팀장(김희원)이 그걸 되짚어가면서 관객들에게 보이스피싱의 해부도를 보여주려고 했다. 그래서 영화 상에서 보여드린 콜센터나 환치기, 변작소는 거의 다 팩트다. 최대한 현실 고증을 하려고 우리가 아는 한에서 경찰 분들과 금감원 분들과 방송에 여러 번 소개된 팩트를 중심으로 최대한 사실 고증을 하려고 했다. 다만 콜센터 규모 자체는 약간 상상력을 더해서 저희가 알고 있는 현실 콜센터 규모보다 살짝 더 크게 만든 것에서 상상력이 더해졌다.
-변요한을 서준 역에 캐스팅한 이유는 무엇인가.
▶변요한을 눈여겨 보고 있었다. 독립영화부터 시작해서 방송, 영화까지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었고, 그의 경력을 쭉 보다 보면 이 분이 연기는 물론 잘하지만, 영화를 선정하는데 있어서 모험심이 있구나 생각했다. 좋은 영화면 달려 들어서 멋지게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언젠간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보이스' 시나리오가 나왔을 때 액션이 많고 절박함이 있는 배역이라 이전까지 안 봤던 변요한의 터프하고 절박한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서준 역은 감정적인 부분도 있는데, 액션도 소화해야 했다. 변요한의 액션 연기는 어땠나.
▶서준은 감정적으로 절박함이 있었고, 모든 것을 빼앗아 버린 이들을 내가 한 번 만나보고 응징하겠다는 절박함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었다. 여기에 연출적으로 사실성을 주려고 했다. 보이스 피싱이 현재진행형이라 허황되고 만화적으로 보이길 원치 않았다. 옆 동네 사람이나 친척분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리얼감을 원해서 만화적 액션보다는 리얼한 맨주먹 싸움을 원했다. 그래서 그런 액션 콘셉트가 잘 합의됐고 무술감독님도 잘 이해해서 안무를 짜주셨다. 변요한은 대역을 써도 됐는데, 어떻게 보면 배역에 잘 몰입한 것 같다. 액션 하나라도 본인이 하다 보니까 액션 초반부터 끝날 때까지 액션 연기가 지속됐고, 영화를 마치고 보니 대역을 쓴 장면이 거의 하나도 없더라. 실제로 몇 커트 정도, 손에 꼽을 정도다. 99%는 직접 했다. 연출인 나도 놀랐다. 그런 것들이 내가 볼 땐 변요한이 이 캐릭터를 사랑했고, 피해자들의 울분을 대변하고 분노를 잘 드러낸 그런 의지에서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악인인 곽프로 역에 김무열을 캐스팅한 이유가 있을까.
▶김무열의 전작을 봤는데 카멜레온 처럼 변하는 배우 같다고 느꼈다. 젠틀하게 생긴 외모에서 악의 기운이 나오면 더 영화가 풍부해지고, 그 캐릭터가 더 무서워질 수 있겠더라. 그래서 김무열에게 연락했고, 김무열도 처음 만남 때 곽프로를 굉장히 궁금해했다. 그러고 나서 둘이서 사악한데 동시에 지적이고 여유있으면서 동시에 욕망덩어리로 보일지, 캐릭터 분석을 많이 했다. 시나리오 상에서 나온 느낌을 얘기하고 곽프로의 전사도 많이 얘기했다. 김무열의 장점은 일단 자신감이 있다. 감독이 조금 설명이 부족하고 그럴 때에도 어떻게 보면 자신이 있는 수를 놓기 때문에 헛방이 없더라. 자기 자신에 확신이 있어서 남의 말을 경청한다. 아이러니한데, 자기를 믿기 때문에 귀도 더 열어 놓는다고 생각한다. 어떤 말을 들어도 자기 식으로 소화하니, 나도 그걸 알고 더 편하게 말하고 소통했다.
-사실 김무열은 '보이스' 대사가 어려웠다고 언급했더라.
▶곽프로는 보이스 피싱을 의인화한 캐릭터다. 피싱이라는 범죄가 인간으로 나왔을 법한 캐릭터를 곽프로로 만든 것이라서 그랬을 것이다. 그래서 보이스 피싱의 모든 것, 기만, 악랄함, 인정사정 없음, 무자비함, 철두철미한 디테일, 그리고 광범위한 정보력과 말빨 등 이런 모든 것을 언변이나 표정, 손짓, 몸짓 옷매무새까지 해서 캐릭터에 담아냈다. 그래서 김무열이 캐스팅되고 정말 많은 얘기를 했다. 추상적인 얘기부터 시작해서, 어떤 성격일지 얘기하고 단어 한땀 한땀 얘기를 많이 했다. 곽프로가 중반부부터 등장하는데 초반 촬영에도 연락이 와서 캐릭터에 대해 얘기했다.
-보이스 피싱을 당한 사례를 실제로 주변에서 본 적은 있나. 들어본 이야기가 있다면.
▶시나리오 준비하면서 많은 분들을 만났는데, 실제 오디션 장에도 있더라. 그 분들에게 들어보면 자책을 많이 한다. 사실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왜 그런 거짓말에 속냐고 질책하겠지만, 전화를 받으면 공포스러운 점이 전화기를 못 놓게 하고, 큰일나게 할 것 같이 세팅을 하기 때문에 정말 당하게 된다. 그런데 그러고 나서 자책한다. 그래서 그 분들에게 잘못이 아니라 그들이 악랄하고 치밀하기 때문에 여러분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영화의 결말은 어떻게 연출하려고 했나.
▶결말에 고민이 많았다. 영화가 굉장히 빠른 전개인데, 효율적인 측면에서 빠르게 진행될 필요가 있었다. 마지막 잡혀가는 과정도 그렇고, 저는 그 마지막 장면에 모든 캐릭터가 모이는 장면에 고민이 많았다. 제일 큰 건 곽프로와 서준이 일대일로 맞닥뜨리는 장면이었다. 거기서 곽프로가 어떤 대사를 해야 할지, 여러 버전이 있었는데 김무열과 논의한 끝에 영화에 나온 대사로 정해졌다. '날 죽여도 보이스 피싱은 절대 끝나지 않다'는 내용을 담고 싶었다. 변요한은 어떤 경우에 총을 들어야 할지, 정말 방아쇠를 당겨야 할지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죽이는 장면까지도 얘기가 됐고, 분노를 어느 정도 끌어올려야 할지 고민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여기서 분노를 눌러야 피해자들의 절박함을 보여줄 수 있지 않겠나 생각했다. 변요한도 '오케이'(OK)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촬영 중에 (변요한이) 감정이 올라서 마지막에 눈물이 흘린 것이다. 그런데 그 장면이 너무 좋아서 안 쓸 수가 없었다.
-영화가 풀어낸 소재나 범죄를 다룬다는 점에서 무게감도 느껴졌을 텐데, 영화가 어떻게 다가가길 바라나.
▶'보이스'가 사회의 범죄를 다룬 영화이지만 범죄에 맞서는 영화가 되고 싶다. 보이스 피싱 범죄가 아직 만연해 있고 앞으로도 스마트폰의 진화와 함께 같이 진화될 악성 범죄라서 이 영화를 많이들 보시고 조금 더 경각심을 가지고 어떤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작품, 사회에 보탬이 되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 아울러 이미 당하신 분들에게는 조금의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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