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치캔디 할머니의 비밀주머니' © 뉴스1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동화는 흔히 '어린이가 읽는 책'으로 여긴다. 어른은 자녀를 위해 동화를 읽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자신을 위해 읽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일부 동화는 애초 집필 당시부터 주독자층을 어른에 두기도 한다. 신간 '스카치캔디 할머니의 비밀주머니' 또한 이에 해당한다.

이 동화의 주인공은 잡지사에 다니는 남녀다. 여자는 계약직 편집자고 남자는 영업직 팀장이다. 이들은 일하는 영역이 다르지만 정신적으로 황폐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야기는 남녀가 각각 스카치캔디 할머니의 집에 찾아가 삶의 의미를 되찾는 과정을 번갈아 보여준다. 이들이 할머니의 민박집에 방문하는 것은 시차가 있지만 우연한 계기로 상대방의 방문을 짐작한다.

출발은 여자의 이야기다. 그녀는 스스로를 문과 출신의 계약직 30살 노처녀라고 규정한다. 초여름 아침에 눈을 뜬 그녀는 어머니를 만나러 무궁화호에 탑승하지만 '단아역'에 무작정 내린다. 그녀는 스카치캔디 할머니가 사는 강변 2층집에 여정을 풀고 몰스킨 수첩을 꺼내 빼곡히 적힌 업무의 흔적을 돌아본다.


"회사는 그랬다. 에디터라는 명함을 한 장 파주고 정말 바닥까지 핥아내듯 나를 부려먹었다. 이름 대면 누구나 알만한 잡지사 명함 한 장을 얻느라, 나는 젊음을 갖다 바쳤다.…나는 몇 년이나 장당 얼마의 노동력을 제공했다. 10포인트 행간 여백 160% A4용지 1장당 얼마. 근수 달아 파는 정육점도 아니고 장당 얼마라니."

수첩에는 직장생활 중에 유일하게 설레였던 순간도 적혀 있었다. 영업직 팀장과의 식사. 매운탕을 함께 먹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게 다였다. 그녀는 연애 한번을 제대로 못한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그녀는 스카치할머니와의 대화하는 과정에서 천천히 회복해간다. 그러나 폭우가 내리던 밤, 할머니가 실종된다. 그녀는 충동적으로 할머니를 찾겠다고 나선다. 책은 할머니와 그녀의 생사를 확인해주지 않고 남자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남자는 회사에 사표를 냈다. 그가 취미인 낚시를 하러 이곳에 찾아온 것은 여자가 이곳을 떠난 지 15일 뒤다. 마을 사람들은 남자에게 둑이 무너져 할머니가 실종된 것을 알려준다. 남자는 할머니의 빈 집에 찾아온다. 그는 이곳에서 여자가 스카치캔디 주머니에 넣어놓은 몰스킨 수첩을 발견한다.


수첩은 물에 젖어 대부분의 글씨가 흐릿해졌지만 몇몇 글씨가 남아 있었다. 그는 수첩에서 '최대혁'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동명이인의 물건이라고 생각한 수첩에는 더 놀라운 글귀가 남아 있었다.

"그와 단둘이서 처음이자 마지막 밥을 먹었다. 나는 하얀 매운탕이 맛있는 줄 처음 알았다고 말하고 싶었다."

다음은 그녀의 이야기다. 스카치할머니를 찾으러 나선 그녀는 다행히 건강하게 도시로 돌아왔다. 잡지사에 방문한 그녀는 최대혁 팀장이 사표를 냈다는 얘기를 듣는다.

책은 엇갈리는 만남 속에서 이들이 잃었던 각자의 꿈을 위해 새롭게 출발하는 과정을 담았다. 또한 각 장 중간에는 곰곰히 생각해볼만한 경구들이 쉼표처럼 담겼다. 예를 들어, 157쪽 중간에는 체 게바라의 명언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는 꿈을 간직하자'가 놓였다.

신간 '스카치캔디 할머니가 남긴 비밀주머니'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표방했지만 장편소설이라 불러도 큰 차이가 없다. 이는 양부현 작가의 심성이 맑고 따뜻하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책은 순수한 마음이 우러나오는 동화와 핍박한 현실 이 담긴 소설 사이의 중간지점에 놓였다.

◇ 스카치캔디 할머니의 비밀주머니/ 양부현 지음/ 하알투스/ 1만43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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