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자 확인도 안 되는 노숙인들…접종 대상 '0명' 지역도
노동에 갇힌 미등록이주민…"맞고 싶어도 맞을 수가 없어"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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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공존을 뜻하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를 모색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방역체계가 확진자 차단을 위해 사람들이 모이는 걸 막고,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등 규제 일변도였다면, 위드 코로나는 조인 건 풀고 막힌 건 뚫어줌으로써 코로나19 이전(까지 가능할지 모르겠다)의 일상의 삶으로 돌아가자는 취지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은 있기 마련이다. 예상치 못한 변수들에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고,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위드 코로나로 가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준비돼 있는 걸까. 뉴스1이 미리 점검해 봤다.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지난 7일 오후 서울역 인근에서 홈리스행동 활동가들을 만난 노숙인 A씨는 서류가 빽빽하게 채워져 있는 봉투 4개를 꺼내 들었다. 1월부터 받았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지를 모아둔 것이었다. 슬쩍 보기에도 수십장이 넘는 검사지는 A씨가 한해 동안 얼마나 많은 검사를 받았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서울시는 지난 1월 노숙인 시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전수 검사를 실시하고 방역 조치를 강화했다. 이때부터 노숙인들이 복지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최근 7일 이내 코로나 검사 후 음성 결과를 받았다는 검사지를 지참해야 했다. 이후 노숙인들에게 1주일에 한번씩 코로나 검사를 받는 것은 일상이 됐다.
백신 접종을 완료하면 정기적으로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하는 부담을 덜 수는 있지만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지난 4월 노숙인 거주 및 이용시설 입소·이용자, 종사자를 코로나19 백신 접종대상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노숙인 시설이 없는 지역에서는 접종 대상자 자체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노숙인 관리 제대로 안돼 접종도 이뤄질 수 없는 구조"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 받은 노숙인 백신 접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까지 전국적으로 접종 대상으로 파악된 1151명의 노숙인 중 385명(33.5%)이 1차 접종을 마쳤고 296명(25.7%)이 2차까지 접종을 완료했다.
문제는 노숙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없는 지역의 경우 접종 대상자 자체가 파악이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세종과 경북, 제주는 노숙인 접종 대상자를 0명으로 파악했다. 이외에도 경남(7명), 광주(8명), 울산(2명), 전남(2명), 전북(6명), 충북(7명) 6개 광역자치단체는 노숙인 접종 대상자를 10명 이내로 보고했다.
인천과 광주, 울산, 세종, 충북, 충남, 전라, 전남, 경북, 경남은 거리 노숙인 중 접종 대상자를 확인 할 수 있는 노숙인 종합지원센터와 일시보호시설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강 의원은 "거리 노숙인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이에 따라 백신 접종도 이뤄질 수 없는 구조"라며 국민 모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제대로 된 실태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형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백신을 맞고 이상 증상을 보이게 될 경우 방문할 수 있는 의료시설이 제한된다는 점도 노숙인들이 접종 꺼려하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노숙인들은 비용 등의 문제로 지정된 병원만 이용할 수 있는데 이 지정병원들이 생활권과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 즉각적인 치료를 받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어 안 활동가는 최근 정부가 '위드 코로나'로의 방역 정책 전환을 이야기 하는 것에 대해 "제대로 된 밥 한끼 먹기 위해서도 주기적으로 코로나 검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위드 코로나'는 이야기 할 거리가 아니다"라며 그동안 방역정책에서 소외돼 왔던 노숙인들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위드 코로나로의 방역 정책 전환의 핵심 전제 조건으로 백신 접종률의 제고를 두고 있다. 백신을 맞을 경우 코로나19에 걸렸다고 할지라도 치명률이 현저히 낮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숙인들과 같이 백신 소외 계층들에게는 방역 정책의 전환이 먼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서울 성동구는 지난달 9일과 12일 미등록 외국인을 대상으로 원스톱 예방접종 서비스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구는 불법체류 등의 이유로 백신사각지대에 있는 미접종 대상자를 찾아 백신접종을 위한 임시관리번호 부여, 등록?접수, 접종까지 원스톱으로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 보건소에서 백신을 접종하는 외국인의 모습.(성동구 제공) 2021.9.10/뉴스1
◇미등록 이주민 노동 환경 고려않는 지자체 접종 계획
이런 사정은 미등록 이주민들에게도 똑같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는 미등록 이주민들의 백신 접종을 독려하기 위해 접종 희망자를 단속·출국조치 등의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접종을 기피하는 기류는 여전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기준 미등록 이주민 39만1012명 중 42.2%인 16만4892명이 예방접종시 필요한 임시관리번호를 받지 않았다. 정부는 미등록 외국인의 백신 접종률을 제고하기 위해서 맞춤형 접종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지자체의 적극적인 조치들이 부족하다고 지적이 나온다.
미등록 이주민들의 백신 접종을 돕고 있는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는 이주민들의 접종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그들이 처한 '노동 환경'과 이를 고려하지 않는 지자체의 접종 계획이라고 꼬집었다.
미등록 이주민들이 백신 접종 계획을 쉽게 세우지 못하는 상황에는 단속에 대한 두려움도 큰 몫을 하지만 현실적으로 짧은 시간이라도 노동 현장에서 벗어나기 힘든 환경이 더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최근 태국인 여성노동자들의 백신 접종을 도운 사연을 소개하면서 "그들은 주사를 적극적으로 기피하는 생각은 없었다. 주사를 맞고 싶지만 환경이 여의치 않아 이제까지 맞지 못하고 있었다"라며 "(그들은) 미등록자로서 접종을 위해 바삐 돌아가는 공장에서 빠져 나가는 것이 부담스러워했다. 게다가 접종 부작용이 생겨 하루 이틀 쉬게 될 경우가 생긴다면 그도 부담스러운 일이라서 하루하루 접종을 미뤄왔다고 했다"라고 전했다.
또 김 대표는 미등록 이주민들의 경우 "접종을 언제 어디서 하는지 알지 못하고 접종을 위한 예약을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며 접종 확대를 위한 지자체들의 적극적인 홍보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김 대표는 "접종 예약을 하면 보건소에서 일방적으로 시간을 정해 준다. 미등록 이주민의 경우 아침부터 밤까지 일을 하는데 날짜를 맞추기가 힘들다"라며 "이들을 위해 시간이 날 때 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세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