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계란값… 소비자만 봉됐다
[머니S리포트 - 계란 대란 1년, 여전한 ‘금(金)란’ 전쟁 ②-1] "한 번 오른 가격 내리지 않는다"… 고가 고착화
한영선 기자
8,558
공유하기
편집자주
지난해 11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이후 본격화된 ‘계란값 대란’의 여진이 여전하다. 한 알에 100원대였던 계란값이 300~400원대까지 치솟았고 한때 구하기도 어려워 나라 전체가 들썩였다. ‘국민 음식’ 가격의 폭등을 방치하고 늑장 대응했다는 이유로 정부는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았고 당국자들은 연신 고개를 숙였다. 1000억원이 넘는 세금을 들여가며 수입란을 들여왔지만 아직도 ‘금(金)란’ 전쟁의 여파가 가라앉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계란을 매점매석해 이득을 챙기려는 행위도 곳곳에서 들린다. 유통현장에선 최근들어 계란 가격이 다소 안정됐다고 해도 이전으로 되돌아가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들이 더 이상 싼값의 계란을 만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1) “계란값, 예전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1-2) 계란값은 왜 천차만별일까
(2-1) 브레이크 없는 계란값… 소비자만 봉됐다
(2-2) 그 겨울, 추억의 간식들이 사라진 이유
(3) “계란, 헐값시대는 끝났다”
생산량 회복으로 계란값이 소폭 내림세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비싼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가격 안정에 나선 정부의 움직임은 분주하지만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계란값 상승의 시작점과 주원인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지목됐지만 가격 오름세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유통 과정부터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높은 가격은 결국 소비자의 몫이어서다.
생산자와 중간유통 상인 간 공정거래 관행이 ‘문제’
이동기 대한양계협회 경영정책2국 국장은 “계란 생산자 입장에선 중간유통 과정이 불합리하게 느껴진다”며 “‘선출하 후정산’의 관행이 자리잡아 대부분의 농가가 불이익을 당하는 거래방식이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출하 후정산’이란 계란 가격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출하한 후에 결정된 가격으로 정산하는 방식이다. 월말 정산 방식인 ‘후장기거래’라고도 불린다. 후에 정산하기 때문에 정산 과정에서 계란 등락 폭에 따라 할인율이 적용돼 현저하게 낮은 가격에 계란값이 책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도매업자들은 현실을 잘 모른다고 지적한다.
강종성 한국계란선별포장유통협회 회장은 “계란은 일반 품목과 다르게 수급 현황이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도매상인들의 역할이 필수”라며 “계란은 수급 원칙에 따라 생산자가 을이 될 때도, 유통자가 을이 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도매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도매상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불만을 표했다. 대한양계협회와 한국계란선별포장유통협회는 최근 ‘계란산업발전협의체’를 설립, 각종 현안에 공동 대응하는 동시에 산란계농가와 유통 상인들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계란 1500억원어치 수입… 양계업계 “병아리 수입이 더 필요”
수입란은 운송료·작업비를 포함, 한 판당(30개 기준) 수입원가가 평균 1만2000원대에 달했다. 이들 수입란은 공매를 통해 3000~4000원대에 판매, 결과적으로 한 판당 8000~9000원대의 손해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조류인플루엔자 확산 방지를 위해 외국 사례·전문가 의견 등을 고려해 살처분대책을 시행했으며 이에 따른 계란 공급 감소와 코로나 지속으로 인한 수요증가로 가격 급등이 우려돼 부족량 수준 정도를 수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강 회장은 “정부가 계란을 수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이해하지만 불필요한 포장비와 운송비에 너무 많은 비용을 지불했다”며 “계란 대신 병아리를 수입하는 게 오히려 맞지 않았냐는 의견이 많다”고 지적했다.
제과업계도 견디지 못한 계란값 상승 파장… 궁극적으론 소비자만 골탕
제과업계도 견딜 수 없었다. 주재료인 계란값이 꾸준히 오른데다 우유 가격까지 인상되면서 원가 압박이 더욱 커진 것이다.
롯데제과는 9월1일부터 카스타드 등 모두 11개 제품의 가격 인상과 함께 중량 축소를 시행했다. 인상 폭은 중량당 가격 기준으로 평균 12.2% 수준이다. 카스타드는 6개들이 한 상자가 권장소비자가 기준으로 3000원에서 3500원으로 올랐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최근 유지·전란액·설탕·포장재 등 각종 식품 원부자재 가격이 뛰면서 원가부담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SPC 관계자는 “제품의 주재료인 계란이나 우유 등의 가격 인상을 견뎌내면서 다각도로 원가절감 방안을 찾고 있다”며 “단순히 이들 주재료뿐 아니라 임대료나 인건비 등의 상승도 가격 인상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카스테라뿐 아니라 대다수 빵 종류 제품에 계란이 사용되고 있다”며 “주재료의 가격 인상이 궁극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원인”이라고 푸념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계란은 소비자가 접근하기 쉬우면서 영양가가 높은 식품”이라며 “이미 인상된 공산품들의 가격이 다시 내릴 가능성이 낮은 만큼 소비자들의 고통이 갈수록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