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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세계 자동차시장의 변방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우뚝 선 현대자동차가 친환경(전기·수소)차를 앞세워 선구자로서의 도약을 노린다. 세계 친환경차시장 공략을 위한 전초기지로 동남아시아를 택한 현대차그룹은 현지 정부들과의 협력을 강화한다. 한국보다 반세기나 앞서 현지 시장을 공략해 텃밭을 일군 일본을 몰아내기 위한 전략 수립에도 한창이다. 인도네시아에는 공장을 지으며 손을 내밀었고 베트남에선 현지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 판매량 1위에 오르며 내실을 다지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미래차 생산 시스템도 검증한다. 세계 자동차시장 지배력 강화에 나선 현대차그룹의 거침없는 행보는 성공할 수 있을까.
(2) ‘中·日’도 눈독 들이는 아세안 미래차시장, ‘수소 한류’로 판 키운다
하지만 아세안 시장도 최근 들어 점차 달라지는 모습이다. 전 세계가 탄소 중립을 외치는 가운데 아세안도 서서히 친환경 모빌리티에 눈을 뜨는 단계다. 미래 모빌리티에 필수 요소로 꼽히는 희토류 등 천연자원이 풍부함에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평을 받는 만큼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친환경차 시장 공략하는 한·중·일
인도네시아의 잠재력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2021년 예상치를 기준으로 인도네시아의 GDP(국내총생산)는 1조584억달러(1250조원)인 반면 1인당 GDP는 3870달러(457만원)에 불과하다. GDP가 3366억달러(397조원)인 말레이시아의 1인당 GDP는 1만402달러(1231만원)다. 올해 현재 인구 수는 말레이시아가 약 3277만명인 반면 인도네시아는 약 2억7636만명이나 된다. 게다가 인도네시아는 니켈 등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광물도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 정부의 관심과 지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외신들과 잇따라 접촉하며 자국에서 생산할 전기차 홍보에 여념이 없다.
아세안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떠오를 것으로 평가받는 인도네시아를 놓칠세라 한·중·일 3국의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중국은 인도네시아에 전기차를 수출할 때 관세가 없는 점을 활용,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에서 가격이 매우 저렴한 ‘홍광 미니’ 차종으로 전기차 판매 돌풍을 일으키며 유명세를 탄 울링은 인도네시아 현지 판매 9위에 이름을 올렸다. 내년엔 인도네시아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며 일부 물량을 해외로 수출할 계획이다.
일본은 관세가 20%지만 현지 생산 기반이 강한 만큼 물량 공세를 펼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인도네시아 판매 10위권에는 무려 9곳이 일본 업체다.
현대차그룹은 수출보다 현지공장 설립을 통한 시장 확대를 구상하고 있으며 2022년엔 전기차 양산도 시작한다. 내연기관차로는 승부가 불 보듯 뻔하지만 전기차는 다르다는 평이다. 코트라 자카르타무역관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네시아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된 순수전기차(BEV)는 570대였으며 그 중 511대는 현대차다. 한-인니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이 발효되면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철강과 자동차부품 등도 관세 철폐 혜택을 보게 돼 인도네시아를 넘어 아세안 시장에서의 현대차 가격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수소 사회 제안한 정의선의 ‘빅 픽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 같은 기회를 살리기 위해 ‘수소’ 카드를 꺼내들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현대차의 넥쏘는 올 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수소전기차다. 정 회장이 자신 있게 수소를 앞세운 배경이다. 그는 지난 10월 25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정부가 주최한 전기차 행사에 참석, 그룹의 미래 비전을 설명하고 현지 정부와의 협력 방안 등을 밝혔다. 특히 현지의 수소 사회 구현을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가 함께할 것을 제안했다. 신재생에너지 잠재력이 풍부한 인도네시아와 수소 활용의 선도 기업인 현대차그룹이 수소 생태계 구축에 힘을 모은다면 미래 세대에 깨끗하고 지속가능한 환경을 돌려줄 수 있을 것이란 취지에서다. 그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추진하는 신행정수도 프로젝트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미래 사업에도 현대차그룹이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며 다방면에서의 협력도 예고했다.정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인도네시아를 수소 사회 구현의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란 분석이다. 관련업계에선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시장에 수소 경제가 구축되면 현지의 탄소배출 감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데다 국내도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소의 단가가 낮아짐으로써 보급 촉진제가 될 수 있어서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수소전기차의 핵심은 수소를 통해 전기를 만드는 장치인 스택”이라며 “스택을 여러 대 이어 붙이면 발전기가 되고 배터리와 함께 사용하면 비상전력으로도 활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정적 전력 확보와 탄소 감축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아세안 국가들의 상당수 고민은 수소가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소의 수출입을 통한 수소 사회 확장 가능성도 제기됐다. 임한권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팀은 최근 수소와 관련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수소 수입’이 한국 등 선진 공업국이 수소 사회로 조기 진입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이나 일본 등에선 이미 수소 수입에 대한 실증 연구가 진행된다고도 짚었다.
국내 한 화학업체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등에서 생산한 암모니아를 수소 운반에 활용하면 수소를 액체로 만들어서 수송하는 것보다 훨씬 안정적이면서도 1.5배 이상 더 많은 양의 수소를 운송할 수 있게 돼 국내 산업도 이득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차그룹은 수소 사회 구현을 위한 파트너가 늘어날수록 유리한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움직이는 모든 것에 수소를 통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게 최종 목표”라며 “현대차그룹의 수소 관련 기술은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UAM)와 목적기반 모빌리티(PBV) 등으로 모빌리티 영역을 확장하려는 점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랩 등 현지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에 대한 투자와 협력 강화를 통해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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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규 기자
자본시장과 기업을 취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