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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 제약·바이오가 승승장구하고 있다. 올해 보건산업 수출과 기술수출은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보건산업 수출고는 이미 251억달러를 돌파했다. 또 제약·바이오업계의 기술수출은 11조원에 달한다. 매출 1조를 넘어서는 업체가 늘어나는 등 제약·바이오업계는 유래없는 호황기를 맞았다. 다만 기술수출의 이면도 있다. 기술수출에 있어서 영세한 업계에만 맡겨놔선 안 된다는 지적에서다. 기술기업으로선 관련 정책과 예산 지원이 절실하다. 어느 때보다 공격적인 투자와 개발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제약·바이오업계의 오늘과 내일을 살펴봤다.
K-제약·바이오 최대 수출고, 내년에도 ‘이상 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진흥원)의 ‘2021년 보건산업 주요 수출 성과 및 2022년 수출 전망’에 따르면 올해 보건산업 수출은 전년보다 15.6% 증가한 251억달러(잠정치)를 기록하며 지난해 역대 최대 수출액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품목별로 보면 의약품 수출이 95억달러로 전년대비 12.8%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진단키트 등 의료기기를 포함한 나머지 품목들의 수출액은 약 160억달러로 전망된다.
특히 코로나19 발발 이후 국내 주요 보건상품의 전세계 수입시장 점유율이 상승하며 수출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다. 자가면역치료제 등 바이오의약품의 해외시장 판매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 의약품 위탁생산판매(CMO)의 꾸준한 성장과 더불어 백신 및 진단제품의 수요도 유지됐다.
국내 생산 바이오시밀러(복제의약폼)는 독일 등 유럽, 미국, 일본에서 처방확대에 따른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또 싱가포르,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으로의 시장 확대도 이어지고 있어 전망을 밝게 한다.
올해 의료기기 수출액은 전년대비 13.2% 증가한 65억 달러가 예상된다. 방역품목 수출은 코로나19 이전 대비 큰 폭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이 이어져도 방역물품 수출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초음파·임플란트 등 기존 주력품목의 빠른 회복세까지 더해 보건산업 수출 증가에 거는 기대가 크다.
주요 지역별로 보면 중국시장 수출은 임플란트, 시력보정용 렌즈, 방사선 촬영기기 등을 주축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베트남은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따라 자가진단키트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아시아·퍼시픽 수출을 견인했다. 진단용 시약의 미국 수출은 전년에 비해 대폭 축소됐지만 초음파 영상진단기, 방사선 촬영기기 등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의약품·진단키트 선전… 무역수지 흑자폭도 확대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 대유행의 영향으로 주목받은 체외진단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진단용 제품(진단키트)의 수출도 주목된다. 전통적으로 체외진단시장은 미국과 유럽(독일·영국 등)이 점하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발발 후 코로나 진단키트의 발빠른 긴급사용승인으로 한국과 중국이 세계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국내 진단제품은 EU(2.5%→15.8%)와 ASEAN(3.8%→11.3%)에서 점유율을 대폭 확대하며 세계에서 인정받는 의료기기 주력 수출 품목으로 올라섰다.
체외진단용 시약은 코로나19 이후 급성장했다. 올해 유럽지역 내 저가의 중국산제품이 대량 유입돼 수출 성장이 주춤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전체 수출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 수출 대상국이 넓어진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진흥원은 “진단용 제품의 수출 대상국이 다변화해 상위 국가에 대한 수출 집중도는 예년에 비해 낮아져 특정 국가에 편중된 수출시장이 아님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역수지 흑자폭도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의약품, 의료기기 수출액은 지난해 ‘K-방역’을 앞세워 흑자전환했다. 보건산업 무역수지는 2016년 6.1억달러, 2017년 19.5억달러, 2018년 28.7억달러, 2019년 29.9억달러, 2020년 88.4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무역수지 또한 기대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진흥원)은 2022년 보건산업 수출 전망치를 전년대비 10.1% 증가한 276억달러로 잡았다. 코로나19 이후 증가폭은 다소 둔화되나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바이오의약품 및 백신(위탁생산)의 시장 확대, 위드 코로나 시행 국가 확대 등 코로나19 이슈 상황에 따라 국내 진단용 제품의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진흥원은 위드 코로나를 시행한 일부 국가에서 재확산세로 인해 봉쇄조치를 다시 집어든 마당에 치료제 및 진단제품의 수요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봤다.
"보건산업 수출, 내년에도 최고 실적 경신 전망"
내년 의약품 수출액 전망치는 올해보다 6.5% 증가한 101억 달러로 제시됐다.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 만료와 각국의 바이오시밀러 정책 변화 등에 따라 국산 바이오시밀러가 세계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관측됐다.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위탁 생산으로 인한 수출 증가는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의료기기 수출도 방역품목 수출 확대에 따라 큰 폭의 성장을 이을 전망이다. 내년 의료기기 수출 전망치는 올해보다 5.6% 늘어난 68억달러다. 진흥원은 당분간 코로나19 진단키트 등 방역물품의 수요에 따라 수출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초음파 영상진단기, 임플란트 등 기존 주력품목의 빠른 회복에 힘입어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동우 진흥원 보건산업혁신기획단 단장은 “올해 보건산업 수출은 지난해 역대 최고 기록을 또 다시 경신할 것으로 예상되며 2022년에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진흥원은 보건산업 분야 수출입 정보제공과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밸류체인 피해사례 조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및 수출애로사항 등 업계 의견수렴을 통해 산업계 지원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K-제약·바이오 최대 수출고… 내년에도 ‘이상 무’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11월17일까지 국내 기업들의 기술수출은 28건, 총 규모는 약 11조404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사상 최대 기술이전 실적을 기록했던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는 수치다.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수출은 성장세에 있다. 연간 기술수출 규모는 ▲2018년 5조3706억원(13건) ▲2019년 8조5165억원(15건) ▲2020년 10조1488억원(14건)으로 상승 곡선을 꾸준하게 그리고 있다.
올해 기술수출의 신호탄은 GC녹십자랩셀-아티바가 쏘았다. 지난 1월 MSD(미국)에 CAR-NK 세포치료제 3종을 18억6600만달러(약 2조900억원)에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 이어 2월에는 제넥신이 KG바이오(인도네시아)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와 면역항암제로 개발 중인 ‘GX-17’을 약 11억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해 조 단위 기술수출 기업으로 등극했다.
이후 6월과 9월 보로노이와 레고켐바이오가 각각 영국 익수다테라퓨틱스와 미국 브리켈바이오텍에 4237억원, 38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10월에는 올릭스와 에이프릴 바이오가 각각 5300억원대 기술수출을 일궜다.
11월에는 한미약품과 보로노이, 레고켐바이오 등이 성과를 냈다. 한미약품은 급성골수성 백혈병(AML) 치료 혁신신약으로 개발 중인 FLT3억제제(HM43239)를 앱토즈 바이오사이언스에 기술수출했다.
계약금은 1250만달러로 한미약품은 계약금을 500만달러의 현금과 750만달러 규모의 앱토즈 주식으로 수령한다. 단계별 임상·개발 상업화 기술료는 최대 4억750만달러(약 5000억원)다. 판매가 이뤄지면 한미약품은 단계별 로열티도 받게 된다. 보로노이와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도 각각 1조2580억원, 1조2127억원 규모의 기술수출을 했다.
‘역대급’ 기술수출… “경쟁력 갖고 있다는 방증”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최근 협회 조사에서 국산 신약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이 1500개에 육박할 만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향상시켜 나가고 있다”며 “기술수출이 활발하다는 것은 그만큼 글로벌 빅파마들이 눈독 들일 만한 경쟁력 있는 신약 파이프라인을 국내 기업들이 다수 갖추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기술수출 모델이 각광받는 이유는 단연 ‘비용절감’이다. 경쟁력 있는 신약 후보물질을 임상 중 수출하면 개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상업화까지 성공할 시 매출에도 도움이 돼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가장 큰 요인은 개발비용을 줄이면서 수익은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개발을 거쳐 경쟁력 있는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임상 중 기술수출을 하면 개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이후 계약 상대방이 임상을 마치고 상업화까지 성공하면 판매에 따른 로열티를 받을 수 있어 매출을 확보하게 된다는 점에서도 기업 입장에서도 좋다”고 부연했다.
중국 제약·바이오 시장의 급성장도 기술수출이 활발해지는 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술이전 계약은 지난해 3건에서 올해 10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중국 기업들이 유럽, 미국에 앞서 중화권을 대상으로 먼저 기술이전을 성사시키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국내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본력·정부지원 부재… 기술수출의 명과 암
활발한 기술수출 이면에는 그림자도 있다. 제약·바이오업계의 부족한 자금력과 열악한 정부 지원 문제가 노출되기 때문이다.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업체들은 그나마 기술을 팔아야만 다른 연구개발을 이어가는 현실이라는 것.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왜 국내에서 기술이 끝까지 개발되지 못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적극적인 투자와 정부 지원, 정책 지원이 있다면 중소업체들도 치열한 경쟁을 통해 연구개발에 나서지 않겠나”라고 되물었다.이와 관련해 국회와 업계를 중심으로 10조원 규모의 메가펀드 조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바이오헬스 분야 연구·개발(R&D) 지원은 최대 임상 1, 2상까지만 지원을 한다. 인적 자원, 의료 접근성, 의료데이터 등 최고 수준의 환경에도 신약 개발의 어려움이 크다”며 “신약개발 핵심은 후기 임상의 성공에 달린 만큼 ‘10조 메가펀드’로 임상 3상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정부의 R&D 투자 예산은 상업화 성과를 낼 수 있는 기업보다 대학 또는 출연연구소에 집중돼있다. 기업별 지원액이 임상 1상 한 건을 수행하기도 벅찬 금액인 것이 현실”이라며 “글로벌 3상을 하려면 최소 2000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의 금액을 투입해야 함을 감안할 때 메가펀드 조성을 통한 대규모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해외 사례는 어떨까. 피플스백신연합(PVA)에 따르면 미국의 제약사인 모더나와 화이자는 80억달러(약 9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지원받았다. 호주의 경우도 정부주도의 약 17조원 규모 펀드 ‘MRFF’를 통해 의료 및 바이오테크 부문 R&D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홀딩스’는 바이오분야에 20조원을 임상 3상 단계에 집중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80% 휴지조각’ 기술반환 우려?… “지나친 경계 말아야”
국내 기술수출이 올해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업계의 분위기가 크게 고무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계약 규모를 실제 수출액 규모로 여겨선 안 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글로벌 제약사의 개발 상황에 따른 계약 반환이나 해지 사례가 나올 수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해 해외 업체로부터 계약 반환·해지 사례로 인해 7조8819억원 규모의 계약이 무산됐다. 연간 전체 기술수출의 약 80%가 휴지조각이 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기술반환을 지나치게 경계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기술수출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될 경우 기술개발에 매진하는 국내 업체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제약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기술수출이 반환되는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이는 신약개발 라이센스 인&아웃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부분”이라며 “반환된 기술을 업그레이드해 다시 재수출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기술반환이 부정적이라는 시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신약개발이라는 과정에서 더욱 단단해지고 개발의 노하우를 쌓아가는 과정으로 지켜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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