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를 맞은 한국 제약·바이오 업계가 미국과 유럽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미약품 직원들이 평택에 위치한 바이오팩토리에서 근무하고 있다./사진=로이터통신
◆기사 게재 순서
① "고지가 보인다"… K-제약·바이오, 미국·유럽 진출 러시 
② R&D 투자 확 늘렸다… 신약개발 ‘박차’
③ 제약바이오 ‘IPO 열풍’, 200호 상장사 나오나
  

팬데믹(세계적 전염병 대유행)과 더불어 전성기를 맞은 한국 제약·바이오 업계가 미국과 유럽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중국과 함께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 ‘빅3’로 통한다. 올 들어 국내 개발 의약품은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 허가 획득이라는 낭보를 잇따라 전했다. 관련 시장 진출의 첫 관문을 넘은 것이다. 더구나 역대 최대 규모의 기술수출 소식까지 이어져 K-제약·바이오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 같은 흐름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잠시 주춤했던 임상시험이 재개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항암제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국산 톡신은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을 키운다. 국산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은 글로벌 기업이 선점한 지형도를 바꿀 태세다.

항암제·톡신·백신, 글로벌 시장 진출 ‘속도’

글로벌 시장에서 최근 주목을 받는 분야는 항암제 시장이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이밸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종양 치료분야 의약품 매출은 2019년 1454억달러(약 172조원)에서 2026년 3112억달러(368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항암제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9~12%로 기대된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항암제 파이프라인에 집중 투자하는 이유다.

최근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와 보로노이는 각각 1조2127억원과 1조3억9500만원 규모의 기술수출을 달성했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자사의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기술을 유럽 소티오 바이오텍에 기술 이전했다. 선급금 및 단기 마일스톤(기술료) 2950만달러와 임상개발·허가·상업화 마일스톤 9억9800만달러를 포함해 최대 10억2750만달러(1조2127억원)를 받게 된다. 매출액에 따른 로열티는 별도다.

ADC는 최근 차세대 항암제를 개발하기 위한 필수 플랫폼으로 부상했다. 항체의약품과 1세대 세포독성 약물 두 가지를 링커로 연결해서 암세포를 공격하는 기술이다. 레고켐바이오는 ADC 분야에서만 올해 4건을 포함해 총 10건의 기술이전 및 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누적 계약금액은 3조원을 넘어섰다.

보로노이도 미국 바이오테크 피라미드 바이오사이언스에 MPS1 표적 고형암 치료제(VRN08)를 최대 8억4600만달러(1조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다만 계약금 및 세부적인 마일스톤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미약품도 항암 신약 미국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미약품 협력사 스펙트럼은 12월7일(현지시간) 포지오티닙 허가신청서를 FDA에 제출했다. 포지오티닙은 한미약품이 개발해 2015년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 신약이다. 미국 등에서 임상 2상이 진행됐다.

포지오티닙은 올해 초 FDA로부터 ‘패스트트랙’(FastTrack) 의약품으로 지정됐다. 패스트트랙은 중요한 신약을 조기에 환자에게 공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FDA가 시행하는 절차다. 이에 따라 시판허가신청 검토 기간은 10개월에서 6개월로 단축됐다. FDA가 관련 적응증으로 승인한 치료제는 현재까지 없다.

증권업계도 내년 항암제 개발에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 종식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위드 코로나 체제 전환 속에 관련 임상이 다시 활발해질 것이란 관측에서다.

서미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팬데믹은 초기 단계에서 모든 임상시험에 중단이나 지연 등의 영향을 줬다”며 “다만 코로나 백신 및 치료제가 출시됨에 따라 임상 중단 및 지연 영향은 다소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단 또는 지연됐던 항암제 임상 파이프라인에 대한 관심이 증가될 것”이라며 “위드 코로나 체제로 전환되며 신약개발 임상 또한 다시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산 보툴리눔 톡신(보톡스)의 세계 시장 진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춘천에 위치한 휴젤의 거두공장./사진=휴젤

글로벌 톡신 시장 영역 확장… 코로나 치료제·백신도 기대

국산 보툴리눔 톡신(보톡스)의 세계 시장 진출도 기대를 더하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19년 6조원에서 2026년 12조원으로 전망된다.

휴젤은 국내 기업 최초로 중국 톡신 시장에 진출했다. 중국에 현지 법인 ‘휴젤 상하이 에스테틱’을 설립한데 이어 대만에 조인트 벤처 ‘휴젤 에스테틱 타이완’을 설립하고 중화권 시장 점유율 확대에 불을 붙였다. 이제는 중국을 넘어 미국과 유럽 시장까지 가시권에 뒀다.

휴젤은 지난 3월 FDA에 보툴리눔 톡신 ‘레티보’의 품목허가 신청서(BLA) 제출을 완료했다. FDA는 6월 본격적인 심사에 착수하고 두 달 뒤인 8월 춘천 거두공장에 대한 현장 실사를 마무리했다. 

휴젤은 내년 상반기 FDA 허가를 획득하고 하반기 현지 출시 계획을 잡고 있다. 유럽 시장과 관련해 휴젤은 지난 11월 거두공장에 대한 유럽 GMP 인증서를 발급받으며 EU GMP 승인을 획득했다. 유럽 진출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FDA의 승인이 나오면 글로벌 빅3 시장에 모두 진출하는 전기를 맞는다.

휴젤 관계자는 “현재 순조롭게 해외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며 “톡신 빅3 시장 진출 목표가 한 발짝 더 가까워진 만큼 세계 시장에 휴젤로 대표되는 K-톡신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의 해외 진출도 주목할 만하다. 셀트리온의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가 유럽 시장을 뚫었다. 주사형 렉키로나는 12월12일(현지시간)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로부터 ‘정식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유럽에서 정식 품목허가를 획득한 국내 최초의 항체 신약 지위를 확보했다. 지난 7월과 8월 인도네시아 식약처(BPOM)와 브라질 식약위생감시국(ANVISA)으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획득했다. 9월에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정식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현재 셀트리온은 세계 56개국과 렉키로나 수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 중 유럽 내 9개 국가와 렉키로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초도물량 15만바이알(총 5만명 투여분)은 연내 출하된다. 또 호주에서 임상 중인 흡입형까지 렉키로나의 내년 전망에 관심이 모인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GBP510’의 출시도 주목된다. 임상 3상 중간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상반기 국내 허가를 받고 세계보건기구(WHO) 사전적격성평가(PQ) 인증과 해외 국가별 긴급사용허가를 차례로 획득할 계획이다.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은 GBP510을 차세대 코로나19 백신 프로젝트로 선정했다. GBP510이 상용화하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자체 생산·공급 물량 외에도 코백스 퍼실리티(국제 백신 공유 프로젝트)를 통해 수억회분이 전 세계에 공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