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22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운데)가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을 약속했다. / 사진=뉴스1 구윤성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대선주자發 ‘노동이사제’ 논쟁 재격화… 재계 좌불안석
② 근로자의 이사회 참여, 한국엔 정말 안 맞을까
③노동이사제 이어 5인미만 근기법·타임오프제까지… 속타는 재계


해묵은 노동이사제 도입 논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최근 여야 대선후보가 잇따라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에 긍정적인 견해를 밝히면서다. 더불어민주당은 임시국회 기간 내에 서둘러 법안을 처리하겠다며 강력한 도입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노동계와의 대립적인 관계를 이유로 제도 도입을 반대해온 재계는 그야말로 좌불안석이다.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이 통과될 경우 민간부문으로의 확대는 사실상 시간문제라는 우려에서다.

노동이사제 도입 논의, 왜 불거졌나

노동이사제는 기업이나 기관의 노동자가 직접 선출한 이사를 회사 상임이사에 포함시키도록 하는 제도다. 기업 의사결정의 영향을 받는 노동자가 직접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경제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노동이사제를 법률로 의무화하고 있는 국가는 독일·프랑스·네덜란드·중국 등 14개국이다.


한국의 경우 그동안 논의는 수차례 있었지만 제도를 둘러싼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면서 실제 도입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노동계는 내부적인 경영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경영 투명성을 효율적으로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을 근거로 노동이사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재계는 노동자 대표가 경영에 전문적인 능력을 갖추지 못해 경영효율성을 저해할 우려가 높고 주요 경영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지연시킬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선주자들이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을 언급하며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불을 댕긴 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다. 이 후보는 2021년 11월 한국노총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공공부문 노동이사제는 결단만 하면 되고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선거대책위원회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12월 한국노총을 방문,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에 찬성 의견을 피력했다. 당시 회동에서 윤 후보는 국민의힘 당 차원에서도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점을 한국노총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 후보로 꼽히는 여야 대선후보가 잇따라 찬성 의견을 내놓으면서 민주당도 입법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은 윤 후보의 노동이사제 찬성에 즉각적인 환영의 뜻을 나타내며 이번 임시국회 내 관련법을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다만 민주당의 의지처럼 임시국회 기간 내 법안이 처리될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국민의힘이 이번 임시국회가 이재명 후보의 하명법 처리를 위한 자리라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제대로 된 논의 일정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재계, 긴장감 여전… 입법중단 호소

하지만 여야 모두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 자체엔 이견이 없다는 점에서 재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임시국회 내에 처리되지 못하더라도 대선 직전인 2월 임시국회 등을 통해 언제든지 안건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재계는 노동이사제가 도입돼선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대립적·갈등적 노사관계 상황에서 노동이사 선임을 의무화할 경우 이사회까지 노사갈등이 확대되고 전략적 의사결정이 지연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근로자대표의 추천 또는 근로자들의 투표로 선출된 노동이사는 회사의 중장기적인 발전보다는 특정 이해관계를 우선시 할 가능성이 커 이사 본연의 역할과 상충된다”며 “노동계의 추천으로 임명된 노동이사는 노조 측 입장만 대변해 이사회 운영의 기본방향과 충돌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공공부문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향후 민간부문에도 도입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요구가 커질 것”이라며 “대선을 앞두고 노동이사제 도입을 강행하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부작용을 살피고 노사의 합의를 도출하는 등 선행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내 주요 재계 단체들은 연일 정치권과 국회를 상대로 연일 입법 중단을 호소하고 있다. 경총·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재계 5개 단체는 최근 공동입장문을 내고 “공공기관의 노동이사제 도입은 노사관계 힘의 불균형 심화, 이사회 기능의 왜곡 및 경영상 의사결정의 신속성 저하, 공공기관의 방만운영과 도덕적 해이 조장, 민간기업 영향을 미쳐 입법추진에 앞서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나 국민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입법절차를 즉시 중단해 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도 최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과 국회를 찾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도읍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을 면담하고 “지금은 노동이사제 도입보다는 갈등적이고 대립적인 노사관계를 협력적 노사관계로 바꾸기 위한 노력에 노사정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