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사실 앞에 겸손한 정통 민영 뉴스통신' 뉴스1이 뉴욕타임스(NYT)와 함께 펴내는 '뉴욕타임스 터닝 포인트 2022'가 발간됐다. '터닝 포인트'는 전 세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별 '전환점'을 짚어 독자 스스로 미래를 판단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지침서다. 올해의 주제는 '변화의 파고를 넘어서: 디지털 세상과 세대교체'다. 격변하고 있는 전 세계 질서 속에서 어떤 가치가 중심이 될 것인지를 가늠하고 준비하는데 '터닝 포인트'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 뉴스1 (출처 = NYT 터닝 포인트 2022)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터닝 포인트: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와중에 2021년으로 연기돼 열린 2020 도쿄 하계올림픽은 선수들이 경험하는 압박감에 대한 중요한 대화의 장을 열었다.

나의 꿈은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월드 챔피언 타이틀을 지키는 것이었다.

나는 2012년 런던 올림픽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의 여자 800m 경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래서 나는 올림픽에 다시 출전해 역사상 가장 위대한 800m 여자 육상선수가 되겠다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싶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도쿄 올림픽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나는 나의 출전권을 박탈한 2018 세계육상연맹(WA)의 결정에 분노, 슬픔, 그리고 실망감을 느낀다.


이들이 박탈 근거로 삼은 2017 보고서는 도쿄 올림픽 직후 철회됐다. (WA는 400m, 400m 허들, 800m, 1,500m, 1.62㎞ 등 종목에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출전 요건에 남성 호르몬 수치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세메냐는 남성 호르몬 수치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시술을 거부해 올림픽 출전권을 박탈당했다.)

당시 2018년 WA가 내린 결정은 내 이름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결정이 나를 겨냥했다는 것을 나는 안다. 이들은 선천적으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여성들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출전을 허락받으려면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추는 약을 먹어야 했다.


이 같은 결정 소식을 듣고 나는 무너졌다. 아니, 분개했다. 여자로서, 나는 내 몸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경기에 나가기 위해 호르몬 억제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가?

올림픽은 종종 운동선수들을 육체적, 정신적 한계로 몰아넣는다. 운동선수 개인은 이로 인해 종종 엄청난 대가를 치른다. 세상은 선수들이 금메달을 얻기 위해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희생하기를 원한다.


경쟁에서 불공평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편법을 찾는 선수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압박에 굴복하지 않았다. 나는 나 자신을 잘 알고 있으며, 불의를 폭로하는 것이 두렵지 않다. 나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운동선수들이 내게 일어난 일을 경험하지 않도록 말이다.

© 뉴스1 (출처 = NYT 터닝 포인트 2022)

도쿄 올림픽이 끝난 직후 영국 스포츠 의학 저널은 WA가 내 출전권을 박탈한 근거로 삼은 테스토스테론 수치 제한 규정의 기초가 된 2017 연구 결과를 번복했다. 여자 선수들의 높은 테스토스

테론 수치가 경기력 수준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결과는 “탐색적”이었으며 “인과적 추론으로 인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만약 올림픽 개최 전에 이 같은 연구의 오류가 인정됐더라면, 나는 아마도 출전권을 박탈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연구 정정 사실에 대해 알게 됐을 때 내가 변호인들에게 건넨 첫마디는 “그러니까 내가 뭐랬어요”였다. 내가 지금 싸워야 하는 곳은 법정이다. 변호인 중 몇 명은 내게 무상 법률 서비스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지원이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WA의 결정에 대한 나의 첫 번째 도전은 2018년 6월 스위스 로잔에 본부를 둔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WA를 제소했을 때였다. 이듬해 4월 CAS는 WA의 손을 들어줬다.

그래서 나는 다음으로 CAS의 결정을 뒤집을 권한이 있는 스위스 연방대법원에 항소했다. 하지만 2020년 9월 연방대법원은 CAS의 결정이 기본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변호인들은 우리에게 한 가지 카드가 더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것은 유럽인권법원(ECHR)에서 스위스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뒤집자는 것이다.

나는 ECHR에서 남아공 인권위원회(SAHRC)가 내 입장을 지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AHRC는 ‘적응, 부정, 그리고 자기희생은 불필요하다’는 것을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나의 태생적인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추고 내 자연적인 상태를 변화시키기 위해 호르몬 수치는 낮추도록 강요하는 규정이 내 존엄성을 침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ECHR에서 승소하게 되면 WA의 결정은 더욱 힘을 잃을 것이다. 드디어 제대로 된 재판의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니 고무적이다. 이 재판은 2022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릴 예정이다.

도쿄 올림픽 출전 기회를 놓치기는 했지만,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에 차 있다. 나는 남아공의 흑인이다.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서 운이 좋았다. 하지만 야망, 인내,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가 겪은 많은 좌절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좌절은 위대한 운동선수가 되는 데 필요한 덕목 중 하나다. 나는 또한 내 정체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문을 품은 세상의 모욕과 굴욕도 견뎌내야 했다. 억압 속에서도 존엄과 희망을 유지하는 법을 나는 알고 있다. 지금 내 목표는 재판에서 이기는 것이다.

여성으로서, 인간으로서, 잔인한 불의와 싸우는 나에게 승리는 달콤할 것이다.

트랙에서 내가 이룬 그 어떠한 결과만큼이나 말이다.

© 뉴스1 (출처 = NYT 터닝 포인트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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