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욱의 세계人터뷰] "고통 겪는 아프간 국민들 관심 가져달라"
호스나 자릴(Hosna Jalil) 전 아프간 내무부·여가부 차관 단독 인터뷰… "트럼프, 평화협상 당시 아프간 정부 패싱"
김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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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지도부는 '대국민 사면'과 '양성평등'을 약속했으나 지키지 않았다. 아프간 여성들이 일자리와 학교에서 쫓겨났고 아프간 국민들은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 지난해 10월31일 미국 매체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과거 아프간 정보 요원들과 엘리트 군인들은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에 합류하고 있다.
머니S는 사실 파악을 위해 아프간 내무부(2018.12-2021.02)·여가부(2021.02-2021.08) 차관을 역임한 호스나 자릴과 비대면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자릴 전 차관은 아프간 최초의 내무부 고위직 자리에 오른 여성이다.
"트럼프 행정부, 탈레반과 평화합의 체결 직전 통보"
평화합의 체결 당시 내무부 차관을 역임한 그는 "충격적인 사실은 미국과 탈레반의 물밑 접촉이 이뤄지던 당시 워싱턴은 카불의 의견을 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아프간 정부에) 사전에 언질도 없었다"고 불쾌감을 표했다.
그는 지난 2020년 초 미국으로부터 '수상쩍은' 제안이 있었다고 밝혔다. 내무부 차관 역임 당시 치안 업무를 총괄한 그는 미국으로부터 "보안관(local police)을 해산하고 이들을 정규군에 편성하는 것이 어떻냐"는 제안을 받았다.
그는 지난 2020년 초 미국으로부터 '수상쩍은' 제안이 있었다고 밝혔다. 내무부 차관 역임 당시 치안 업무를 총괄한 그는 미국으로부터 "보안관(local police)을 해산하고 이들을 정규군에 편성하는 것이 어떻냐"는 제안을 받았다.
그는 "보안군 해산은 미국 외에도 아프간의 하미드 카르자이 전 대통령(2004~2014년 재임)과 아슈라프 가니 전 대통령(2014~2021년 재임)도 원했던 것이어서 이상한 낌새를 느끼지 못했다"며 "미국이 아프간을 테러리스트의 손아귀에 넘기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감스러운 점은 해당 보안군은 지난 2010년 카르자이 전 대통령의 강한 반대에도 미국의 압력으로 설립됐다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미국과 탈레반, 각각 민주주의와 이슬람 내팽개쳐"
하지만 이 같은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미국은 아프간 정부에 대한 금전적인 지원을 끊었다. 그는 "이는 우리가 탈레반에게 패한 이유"라며 "아프간 정부군의 급여 대부분을 미국에 의지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우리는 30만명의 병력이 있었지만 미 공군 등의 도움 없이는 탈레반을 상대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지난 2001년 민주주의 수립과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아프간 땅을 밟았다"며 "하지만 최근 미국의 최우선 외교 정책이 '중국 견제'로 수정되며 아프간 국민들은 서서히 잊혀졌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같이 비교적 안전한 국가에 약 3만명(미군) 병력이 주둔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국은 아프간과 같이 매순간 폭발음이 들리는 국가에는 병력 2500명을 파견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탈레반이 내거는 '이슬람 원리주의'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탈레반은 이슬람과 관계 없다"고 선을 그으며 "이를 대표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최근 탈레반의 '이슬람 율법학자 살인사건'"이라고 밝혔다.
그는 "저명한 이슬람 율법학자이자 카불대학 교수였던 무함마드 아야즈 니아지는 지난 2020년 탈레반의 폭탄테러에 목숨을 잃었다"며 탈레반이 이슬람 율법학자들이 이슬람의 진실을 알려 정권 유지에 위협이 될까 두려와 협박·살해를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레반, 가니 행정부 경찰·군인 살해·고문 일삼아… 전직 군인·경찰 IS 합류는 거짓”
그는 "탈레반이 지난해 약속한 대국민 사면은 거짓"이라며 "이는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탈레반의 잔혹성은 오히려 1990년대보다 심화됐다"며 탈레반이 지난 1996~2001년 아프간을 지배할 당시에도 비슷했다고 설명했다.
"1996년 탈레반 정부와 2021년 탈레반 정부는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이번 탈레반 정부는 가니 행정부에서 경찰·군인으로 복무한 이들을 살해한 후 '살인' 원인을 'IS 가담'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한달 전, 친구가 탈레반 대원의 총격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탈레반은 친구를 살해한 후 그가 IS대원이라고 억지 주장을 펼쳤습니다."
그는 "탈레반과 IS의 반목과 대립은 사실"이라면서도 "전 행정부 경찰·군인들이 IS에 합류한다는 다수의 외신 보도는 탈레반의 거짓 프레임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탈레반, 순항하던 아프간 양성평등 프로그램 짓밟아"
"지난해 초 여가부 차관으로 부임했을 당시 전국에 여경이 2500명 밖에 없었어요. 불과 6개월 (차관) 재직 기간 동안 우리는 여경을 1500명 증원해 4000명을 달성했죠. 저는 4년 로드맵을 수립해 '2024년 여경 1만명' 목표를 세웠습니다."
여경 비율 증원 계획을 발표하자 행정부 내에서도 저항이 심했다고 밝힌 그는 "하지만 여경들이 현장에서 훌륭한 실력을 발휘해 이 같은 반대를 잠재웠다"고 전했다. 이어 "여경은 여성·아동 관련 범죄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투입됐다"며 "내게 조금만 더 시간을 줬다면 큰 진보를 이뤄낼 자신이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여경이 남경에 비해 '부패에 빠지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4년 로드맵'에 호응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아프간 상황 심각… 인도주의적 지원 절실
그는 "아프간 내 대다수 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매주 1인당 최대 인출 가능 한도를 1만아프가니(약 111만원)로 제한했다"며 "지금은 그 돈도 다 떨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대다수 아프간 국민은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저의 지인들은 비롯한 대다수 아프간 국민이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탈레반을 공식 정부로 인정하는 것과는 별개로 국제사회의 지원이 절실합니다. 아프간은 지난 1990년대(탈레반 집권 1기)와 같이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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