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대란을 뚫고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미국에선 사상 처음으로 일본의 혼다를 제치고 점유율 5위를 기록하며 달라진 위상을 실감케 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현대차그룹은 올해 미래 모빌리티 전략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최근 대권역 위주의 조직개편도 단행하며 발 빠른 시장 대응을 위한 진용을 갖췄다. 현대차그룹의 다음 목표는 그간 부진했던 중국, 일본시장에서의 반등이다. 세계 자동차시장의 게임체인저를 넘어 미래 모빌리티 시대의 퍼스트무버가 되려면 중국과 일본시장에서의 성과는 필수다. “새로운 시대의 퍼스트무버가 되겠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다짐은 올해가 사실상 본격적인 출발점이다.
아이오닉 5. /사진=현대차
▶기사 게재 순서
①현대차·기아, 세계 최대 시장 美서 승승장구
②만리장성-후지산도 넘는다
③현대차·기아 “덜 팔고도 많이 남겼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중국, 일본 시장 재도약에 방점을 찍는다. 지난해 유럽·미국에서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중국에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아이오닉 5, EV6 등 전기차와 고급차 제네시스 출시를 통해 부진 탈출에 나설 구상이다. 전기차 시장 잠재력이 뛰어난 일본 시장에는 철수 12년 만에 친환경차를 앞세워 재진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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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충격’에 밀린 현대차·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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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지난해 중국에서 35만2000대(도매 기준)의 차량을 판매했다. 중국 내 현대차 판매량은 2016년 100만대가 넘었지만 2017년 78만5006대, 2018년 79만177대, 2019년 65만123대, 2020년 44만177대로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기아의 중국 판매량도 2016년 65만대에서 지난해 12만7000대로 약 5분의 1토막 났다.
중국 내 현대차그룹 판매량이 하락한 것은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보복 여파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단순히 그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사드 사태 4~5년 전부터 중국 시장 트렌드는 대형 SUV(승용형 다목적차)를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었지만 현대차그룹은 세단을 고집했다”며 “중국 소비자들이 첨단 기술에 대한 선호가 강하다는 점도 건너뛰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사이 중국 토종 브랜드의 품질이 치고 올라오며 20~30% 비싼 현대차를 구매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고 설명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사드 사태가 발생한 비슷한 시기에 일본은 중국과 영토분쟁을 겪었다”며 “그럼에도 일본차는 에너지 효율, 정숙성을 인정받고 중국에서 500만대 이상 팔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경쟁력의 문제”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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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유럽 장악한 현대차, 中전략은 ‘선택과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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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현대차는 중국에서 37만대, 기아는 18만5000대를 판매하는 것이 목표다. 목표 달성을 위해 현대차와 기아가 택한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다. 여러 모델을 내놓는 것보다 수요가 지속되는 카니발 또는 준중형 SUV 스포티지 등을 중심으로 판매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럭셔리 모델로는 제네시스를 앞세운다. 현대차는 주요 도시에 제네시스의 쇼룸을 여는 등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힘을 쏟고 있다. G90, GV70 전기차, GV60를 순차적으로 투입할 예정이다.
김용진 서강대 교수는 “고급차는 로열티가 높은 시장이어서 진입 문턱이 높다”며 “글로벌 수준의 품질과 성능을 앞세운 이미지 제고를 통해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와 차별화를 두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2027년까지 EV6를 포함한 6종의 전용 전기차를 내놓을 계획인데, 이를 위해 시장 전략도 철저히 검토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 신차 판매량은 471만7728대로 57.4%(271만대)가 중국에서 팔렸다.
중국 시장을 잡지 않고선 전기차 판매량을 확대하기가 어렵다. 이항구 연구원은 “중국 전기차 시장은 테슬라 등 고급 브랜드와 홍광 등 저가 브랜드로 양극화돼 있다”며 “중저가 시장에서 승부를 걸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아는 전기차 시장 맞춤 전략을 더 과감하게 추진하기 위해 2002년 중국 현지 진출 당시 설립한 합자법인 둥펑위에다기아의 경영구조를 재편했다. 이 회사는 기아 50%, 둥펑자동차 25%, 옌청시 소유 기업 장쑤위에다그룹 25% 지분의 3자 체제였는데 장쑤위에다그룹이 둥펑자동차가 보유한 지분을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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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쏘, 日미라이와 한판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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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6. /사진=기아
현대차는 12년 만에 일본 승용차 시장에서 출사표를 다시 내밀었다. 2001년 일본에 진출한 현대차는 2009년 승용차 부문에서 사실상 철수했다. 누적 판매량이 1만5000여대에 그치는 등 실적이 부진해서다. 지난해 판매량 기준 일본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5.4%에 그쳤다.
현대차가 마음을 바꾼 배경엔 친환경차가 있다. 일본은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하는데, 일본 완성차업체들은 하이브리드와 수소차에만 집중해 전기차 개발이 더디다. 일본 내 승용차 시장에서 전기차 점유율은 1%도 안된다. 현대차는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로 일본 전기차 시장 문을 두드린다. 가격은 479만엔(약 5000만원)이다.
수소차인 넥쏘도 전략 모델 중 하나다. 현대차의 수소차 기술은 세계 최고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수소차 판매량에서 넥쏘 점유율은 53.5%(9300대)로 1위를 기록했다.
넥쏘는 일본 시장에서 토요타 미라이와 진검승부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미라이의 글로벌 판매량은 5900대로 넥쏘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넥쏘는 중형 SUV라는 점에서 세단인 미라이와 차별화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넥쏘의 일본 가격은 776만8300엔(약 8000만원)으로 미라이(710만~860만엔)의 중간 트림 가격과 비슷하다. 1회 충전 시 넥쏘의 주행거리는 820㎞, 미라이는 750~850㎞다.
현대차는 판매 방식에서도 변화를 꾀한다. 일본에 승용차 판매망이 없는 현대차는 차량 선택부터 시승 예약, 견적, 주문, 결제, 배송까지 모두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으로 차를 판매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