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 文과 尹의 애증사…참여정부부터 '어긋난 만남'
노무현 대통령 대선자금 수사한 尹…文, 당시 검찰 행태 "마녀사냥" 비판
尹, 문재인 정부서 서울중앙지검장-검찰총장 거쳐 유력 대선주자까지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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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조소영 기자,김상훈 기자 =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의 인연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어긋난 만남'은 참여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3년 참여정부 출범 초기 문 대통령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고 윤 당선인은 잠시 변호사를 하다가 광주지방검찰청 검사로 재임용됐던 터였다.
윤 당선인은 전라남도 정무부지사를 수사하고 기초단체장 친인척들의 금품수수사건을 파헤치다가 안대희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지휘하는 '제16대 대통령 선거 불법 대선자금 비리 의혹' 수사팀에 합류했다. 당시 여야 대선캠프가 모두 수사를 받았는데 윤 당선인은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캠프 수사를 맡았다.
윤 당선인을 포함한 수사팀은 삼성·한화·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에서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노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이상수 전 민주당 사무총장(당시 선거대책본부장)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 등을 모두 구속기소했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에서 당시 상황을 두고 "사법처리 된 분들의 처지는 모두 딱하고 억울했다"며 "민정수석으로서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내 처지가 원망스러웠다"고 소회를 밝혔다. 당시 검찰의 소환 행태에 대해서는 "망신 정도가 아니라 마녀사냥을 하듯 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윤 당선인과 함께 노 대통령 캠프 대선자금을 수사했던 팀원 중에는 이인규 당시 원주지청장도 있었다. 이인규 지청장은 이후 대검 중수부장이 돼 2009년 퇴임한 노 전 대통령을 직접 수사하다가 노 전 대통령 사망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검찰직을 사퇴했다.
윤 당선인은 이명박 정부에서 대검 중수부 중수1·2과장을 거치며 승승장구하다가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3년 국정원의 '댓글'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하면서 언론 전면에 등장했다. 윤 당선인은 윗선의 외압과 수사방해를 국정감사에서 폭로하며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시 서울대학교 교수였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SNS로 "윤석열 검사의 오늘 발언, 두고두고 내 마음에 남을 것 같다"며 윤 당선인을 치켜세웠다.
그 일로 좌천됐던 윤 당선인은 문 대통령이 2017년 취임 직후인 5월19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승진 임명시키면서 직접적인 인연을 맺는 계기가 됐다. 전임자였던 이영렬 전 지검장(사법연수원 18기)보다 무려 5기수나 낮은 윤 당선인(사법연수원 23기)이 발탁된 것은 당시 검찰 내에서 파격 인사로 통했다.
윤영찬 당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임명 배경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의 최대 현안인 '최순실 게이트' 추가 수사 및 관련 사건 공소유지를 원활히 수행할 적임자를 승진 인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문 대통령이 '적폐청산' 과제의 선봉에 윤 당선인을 내세웠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윤 당선인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DAS) 의혹,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의혹 수사를 이끌다가 2년 뒤인 2019년 7월 문 대통령의 지명으로 검찰총장에 취임했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에게 검찰총장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여당이든 만에 하나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그에 대해서는 정말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길 바란다"며 "그렇게 해야만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해 국민이 체감하게 되고, 권력형 부패도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 당부했다.
윤 당선인은 약 한 달 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가족의 비리 의혹에 대해 전격수사를 결정했다. 이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등 정부·여당에 대한 굵직한 수사를 단행하면서 청와대와 불편한 기류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조 전 장관이 물러나고 2020년 1월 취임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윤 당선인과 검찰 인사 및 수사 지휘권 등을 두고 1년 동안 사사건건 대립했다. 추 장관은 검사장급 간부를 대거 교체하면서 이른바 '윤석열 사단'을 해체하고 급기야 윤 당시 검찰총장에 직무배제와 함께 징계를 청구하는 초강수를 뒀다. 윤 당선인도 행정소송으로 맞받았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에 대한 언급을 피하다 마지막 순간 검찰총장 '정직 2개월' 징계 제청을 재가하면서 동시에 추 장관의 사의 표명을 수리할 뜻을 내비쳤다. '추·윤 갈등'을 정치적인 해법으로 일단락하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은 징계처분 집행정지를 인용하며 윤 당선인의 손을 들어줬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의 검찰총장 직무 복귀에 대해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결과적으로 국민들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계기로 윤 당선인은 '반문'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며 유력한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2021년 새해 기자회견에서 윤 당선인을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며 "(윤 당선인이)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같은 기대를 저버리듯 윤 당선인은 2021년 3월 검찰총장직을 사퇴하고 사실상 정계 진출을 선언했다. 사퇴 선언문에서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문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윤 당선인을 향해 여당에서는 '배신자'라는 비난이 잇따랐다.
윤 당선인은 그해 6월 공식 대선 출마 선언을 했고 이날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전직 검찰총장이자 후임 대통령이 된 윤 당선인을 보는 청와대 속내는 복잡하다. 문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내세우며 취한 선택이 결국 악연으로 끝을 맺은 셈이기 때문이다. 5년 만에 정권교체가 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기도 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족하면 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날인 5월9일까지 '불편한 동거'가 이어질 전망이다. 만약 윤 당선인이 공약 이행을 위해 현 정부가 동의하지 않거나 기존 정책을 뒤집는 제안을 요구할 경우 청와대와의 갈등이 불가피하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말기 이명박 정부 인수위가 정부조직 개편안을 노 대통령에게 공포해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했다고 회고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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