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에서 포착된 친러 반군 차량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성공을 기원하는 Z 표식이 선명하다. 2022. 3. 1.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우크라이나에서의 분리·독립을 선언한 동부 돈바스 친(親) 러시아 지역 징집병들의 열악한 전투 현실이 드러났다. 러시아군은 이들에게 2차 세계대전 때나 쓰던 낡은 소총을 쥐어주고 우크라군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한 '총알받이'로 내몰았다고 4일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도네츠크·루한스크)은 2014년 러시아군이 크름반도를 병합하고 나간 뒤 분쟁 지역이 됐다. 친러계 분리주의 세력이 정부군과 8년간 내전을 벌였는데, 러 측이 이들을 경제·군사적으로 지원했다는 게 우크라이나와 서방 정보 당국의 분석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적 돈바스 주민들에게 자국 여권도 발급해왔다.


돈바스가 분쟁 지역이 된 건 중요한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우선 분쟁 지역의 존재로 내전이 계속되면 우크라이나가 헌법상 추구하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이 원칙상 좌절된다. 또한 돈바스 분쟁은 이번 전쟁의 빌미가 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특별군사작전'에 서명하면서 '우크라군에 의한 돈바스 제노사이드(집단학살) 문제 해결'을 명목으로 내걸었다.

푸틴 대통령은 '돈바스의 해방'을 이번 전쟁의 표면적 목표로 주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의 휴전협상에서도 크름 귀속과 돈바스 독립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로부터 '해방'하기 위해 조국인 우크라 정부군과 총을 겨누게 된 돈바스 지역 주민 징집병들은 어떤 사명감을 갖고 싸우고 있을까. 러시아군은 그들을 진정한 전우로 대우할까.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안타깝게도 돈바스에서 징집된 주민들은 부실한 무기는 물론, 식량과 식수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한 채 전선 최전방에 내몰리고 있다고 로이터 취재에 응한 복수의 현지 주민들은 전했다. 이들은 징집병 1명을 포함해 그들의 부인 3명, 징집병의 지인 1명, 돈바스 군수 물자 정리를 돕는 친러 분리주의 지도부와 가까운 소식통 1명 등 총 6명이다. 모두 보복을 우려해 실명 공개를 거부했다.

2월 말 징집된 A는 전쟁 발발 직전 학생이었다. 자동무기를 발사하는 법조차 모른 채 실전에 투입됐다. 징집 하루 만에 배치된 곳은 박격포 부대. 그는 "그전까지 박격포는 영화에서만 보던 것이었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인터뷰에 응한 여성 3명의 남편들도 군사훈련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징집병 5명을 지인으로 뒀다는 B도 이들 중 군 경험이 있는 이는 겨우 1명뿐이라고 전했다.


돈바스 징집병들은 19세기 말에 개발돼 2차 세계대전 때나 쓰이던 '모신' 소총을 무기라고 공급 받았다고 한다. 전투에 나서야 하지만 실상은 마실 물도 없어 연못의 썩은 내가 나는 물을 마시며 버티고 있다. A는 "죽은 개구리가 들어있는 물을 마셨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열악한 환경 속 '오합지졸' 돈바스 징집병 중 어느 부대의 임무는 우크라이나군의 사격을 유도하는 것이었다. 다른 부대가 우크라이나군 주둔지를 식별해 폭격할 수 있도록 돕는 건데, 말 그대로 총알받이인 셈이다.


도네츠크주 최남단 마리우폴은 러시아군이 시내 건물의 80% 이상을 파괴하고 민간인에게 무차별 폭격과 포격을 가한 이번 전쟁 '최악의 전장'으로 꼽힌다. 이 곳으로도 돈바스 징집병 상당수가 보내졌다. 이들 중 약 135명이 무기를 내려놓고 전투를 거부하는 일도 벌어졌다고 한다. 지휘관들은 이들을 지하실에 감금하고 위협했지만, 병사들은 결국 빠져나와 철수하고 집으로 돌아갔다고 전해진다.

러시아군에 포위된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한 아파트 건물이 처참한 형태로 파괴돼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하자 우크라이나 정부는 총동원령을 선언, 18~60세 건강한 남성에게 징집령을 내렸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징집병을 모집해 배치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지만, 소수의 징집병이 투입된 사실은 인정했다.

도네츠크 분리주의 당국은 모든 전투 연령의 남성을 대상으로 징집령을 내린 바 있다. 즉, 도네츠크 징집병들은 엄밀히 말하면 러시아군이 아니라 도네츠크 자치군으로 모집된 셈이다.

로이터는 돈바스 징집병의 처우에 대해 러시아 정부에 문의했지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그건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NR)의 일"이라고 답했으며, 러시아 국방부는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스스로 독립 인민공화국을 선포한 DNR 측 대변인은 로이터의 질의에 추후 답변하겠다고 하고 아직 답을 주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지난달 11일 DNR 행정 청사 앞에는 약 100명의 여성들이 모여 공개적인 반전 시위를 벌였다고 한다. 이 때 자신을 DNR 징병사무소장이라고 밝힌 알렉산더 말코프스키는 "18~27세 남성을 징집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며 여성들을 달랬지만, 이 약속이 지켜졌는지 알 수 없다고 여성들은 전했다.


18일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의 심페로폴에서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8주년을 지지하는 주민이 러시아 지지를 상징하는 "Z"가 유리창에 쓰여진 차량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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