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원구성 합의 파기를 예고해 정치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검수완박' 두번째 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가결된 후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를 다루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안이 상정되자 퇴장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모습. /사진=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여야의 21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 합의 파기를 예고해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입법 국면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직접 서명하고 의원총회에서 추인한 국회의장 중재안을 며칠만에 파기한 데 이어 다시 정치적 합의가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이에 "여야 타협을 통한 합의를 기반으로 작동해 온 여의도 정치 문화가 스스로 신뢰의 기반을 허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6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여야가 바뀐 상황이기 때문에 후반기 원구성 협상을 원점에서 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전반기 원내대표가 후반기 원구성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합의를 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밝혔다.

앞서 여야는 지난해 7월 전반기 상임위원장 배분을 의석수를 반영해 11대7로 구성하기로 했다. 아울러 국회 전반기 법사위원장은 민주당이,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맡기로 합의했다.


윤호중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여야가 더 협력해 통 큰 협치를 이뤄나가는 데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기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국회가 협치의 장으로 잘 작동하도록 여당은 더 열린 마음으로, 야당도 협조하는 마음으로 대화와 타협의 장으로 운영해 국민께 좋은 정치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여야 모두 새로운 원내대표가 선출되자 당시의 합의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분위기다.


뉴스1에 따르면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5일 "국회법이 규정하고 있는 후반기 원구성 협상 주체는 교섭단체 대표"라며 "원점에서부터 (현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반기에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기로 한 합의 사항에 대해선 "전임 원내 지도부가 자기들의 권한 밖의 약속을 해놓은 것"이라며 "전반기 원구성 협상 부분을 후반기까지 강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원구성 합의 파기 시사는 법사위원장을 넘겨줄 경우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한국형 FBI) 입법 완수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검수완박 입법과 관련한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국민의힘이 합의했다가 불과 사흘 만에 재논의로 급선회한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선용 분풀이'라고 반발하며 검수완박 입법에 이어 '입법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6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이 가져간다는 합의문을 무시하고 가겠다는 것은 눈에 뵈는 게 없다는 것"이라며 "본인들이 입법 독주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법사위 강탈을 한다면 국민이 거세게 심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지난 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정권이 교체되자마자 말을 바꾸고 있다"면서 "자신들이 여당일 때 여당이란 이유로 법사위원장 자리를 강탈해가더니 대선에서 패배하니 야당 몫이라 우기겠다는 걸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검수완박에 이어 후반기 원구성을 둔 여야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는 것을 두고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특정 정당이 다수란 이름으로 하고 싶은 것을 다 한다고 하면 국회의 존재 이유가 없어지는 것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검수완박 중재안을 파기한 국민의힘도 잘못이지만 원구성 관련 협의는 별개의 문제"라며 "민주당이 검수완박 중재안을 파기한 국민의힘을 비판하면서 자신들도 비판받을 행동을 하겠다는 건 앞뒤가 안 맞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