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상승에 정유사들의 속내가 복잡하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사진=이미지투데이


국제유가 고공행진으로 역대급 실적이 예고된 정유업계의 속내가 복잡하다. 지금 당장은 고유가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나 유가가 올라간 만큼 '탈석유'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정유 4사(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2분기 전년 동기보다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를 확인하면 ▲SK이노베이션 1조144억원 ▲에쓰오일 8252억원 등으로 예상된다. 각각 지난해 2분기보다 100.3%, 44.5% 증가한 수치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의 컨센서스는 확인할 수 없으나 업계에서는 이들 기업도 올해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유사들의 실적이 개선된 원인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재고평가 이익 증가와 고공행진하고 있는 정제마진 영향이다.


최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거래되는 미국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배럴당 110달러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 8일(현지시각)부터 13일까지는 배럴당 120달러대를 기록했는데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은 것은 지난 3월8일(123.70달러) 이후 석 달 만이다.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정유사들이 미리 사둔 원유의 재고평가 가치가 높아져 실적에 반영되고 있는 상태다.

정제마진은 정유사가 원유를 정제해 나온 휘발유·경유 등 제품을 팔아 남긴 차익을 의미하는데 3월 셋째 주부터 6월 둘째 주까지 배럴당 10달러 이상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2주 동안은 정제마진이 배럴당 22달러를 넘은 것으로 전해진다. 통상적으로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이 4~5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유사의 이익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유사들이 고유가 날개를 달고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나 업계 위기감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사용이 늘어나고 있는데 유가가 상승하면서 신재생에너지 도입 속도가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문재인 정부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오는 2030년까지 20%, 2050년까지 7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원전 비중이 늘어나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기존 목표치에는 못 미칠 가능성이 높지만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2014년 국제유가가 110달러 안팎을 기록했을 때 셰일가스 채산성이 좋아지면서 석유 사용이 줄고 셰일가스 비중이 늘어나는 '고유가의 역설'이 발생한 적 있다"며 "고유가 상황이 지속하면 신재생에너지 채산성이 맞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재생에너지의 단점은 자본 투입 대비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라며 "넷제로(탄소 순배출량 0) 달성을 위해 신재생에너지로 넘어가려는 상황에서 투입 비용이 비슷해진다면 당연히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겠는가"라고 토로했다.

최근 정유사들이 '탈정유'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 같은 우려를 바탕으로 둔 것으로 풀이된다. 정유사업 외에 또 다른 미래 먹거리가 필요하다는 복안이다.

SK이노베이션은 태양광·연료전지 등 분산 전원을 설치해 친환경 전기를 생산하고 이를 전기차 충전에 사용하는 주유소 기반 혁신 사업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을 추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서울 금천구 SK 박미주유소에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1호 개소식을 개최한 후 전국 SK주유소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에쓰오일은 대주주인 사우디 아람코와 함께 그린수소·그린암모니아 활용 사업에 나선 상태다. 기존 공장 연료를 수소로 전환하고 생산 공정에 청정수소를 투입하는 것이 골자다. ▲수소 공급·운영 사업 개발 ▲해외 청정 수소 도입 ▲수소 유통 확대 등 수소사업 인프라 구축을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GS칼텍스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친환경 바이오사업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으며 친환경 사업에 뛰어들었고 현대오일뱅크는 식물자원을 원료로 각종 에너지원과 화학소재를 생산하는 화이트 바이오 사업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