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400원 초읽기… 국내 증시 '롤러코스터'
[머니S리포트-천장 뚫린 원/달러 환율… 어디까지 갈까①] 美 금리 인상 전망에… 한·미 금리 역전 불가피
안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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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명실상부한 킹달러(달러 초강세) 시대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달러화는 연일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까지 고금리 정책을 지속할 것이란 전망에 시장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진 게 주된 요인이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넘어 1450원 이상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기된다. 환율 급등에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등이 맞물려 국내 증시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달러 강세에도 국내 증시에서 매수세를 보이던 외국인들은 환율 급등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 속에 다시 매도세를 보이는 등 분주하다. 킹달러 시대를 맞아 저렴한 면세점 상품 가격이 이례적으로 백화점 상품 가격을 넘어서는 가격 역전 현상도 심화되는 모습이다. 환율 움직임에 민감한 투자자들은 달러 ETF(상장지수펀드), 달러 환매조건부채권(RP) 등 '환테크'(환율+재테크) 상품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2009년 외환위기 이후 13년5개월 만에 1390원을 돌파하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환율 변동성 확대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바이코리아' 흐름이 지난달까지 지속된 가운데 투자자들의 시선은 향후 환율 전망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금리 인상 여부에 쏠린다. 연준의 빠른 긴축에 무게가 실리면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 확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1400원 '킹달러'… 과거 외환·금융위기와 다른점은?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달 9일부터 이달 8일까지 최근 한 달간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76.2원 폭등했다. 지난 7일까지 원/달러 환율은 6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뚫은 뒤 14일에는 장중 1393원까지 급등하며 2009년 3월31일(장중 1422원) 이후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 이후 13년5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셈이다.달러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이유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까지 금리 인상을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이 내년까지 고금리 정책을 고수할 것이란 전망에 시장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졌고 대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화가 초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26일(현지 시각)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연준의 목표는 인플레이션을 2% 목표로 되돌리는 것"이라며 "지금은 금리 인상을 멈추거나 쉬어갈 때가 아니다"고 말하며 금리 인상 기조를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의 원/달러 환율 급등은 과거와는 차이가 있다고 진단한다. 원/달러 환율이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는 상황에서도 환율에 민감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심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상 외국인은 환율이 오르면 매도 우위를 보인다.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달러에 대한 선호 심리가 강해지고 환율 차이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을 내놓기 때문이다. 실제 과거 환율이 급등했던 1997년~1998년 외환위기와 2007년~2009년 금융위기 당시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로 주식시장이 폭락한 것은 물론 실물경기에도 큰 충격이 발생했다.
하지만 달러 강세가 이어지던 지난 7~8월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다. 국내 주식이 충분히 조정받았다는 판단 아래 낙폭이 큰 종목을 중심으로 외국인들이 순매수에 나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8월 외국인 국내 투자 동향'에 따르면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3조6870억원, 코스닥에서 2610억원을 순매수하며 8월 한 달간 국내 주식 3조948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치솟는 원/달러 환율에도 외국인은 지난 7월(2450억원) 7개월 만에 순매수로 돌아선 데 이어 2개월 연속 국내 주식을 매수했다.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연준의 고강도 통화정책뿐만 아니라 에너지 수급 불안에 따른 유로화 약세, 중국 경기 둔화 등에 의해 강달러 현상이 지속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정책은 시장에서 선반영하고 있지만 유럽 및 중국 이슈는 향후 불확실성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의 유의미한 방향성 전환은 겨울철 유로화 약세 심화와 맞물려 연말까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미 당사의 기존 연간 상단인 1380원이 돌파된 만큼 1차 저항선은 1420원으로 판단하고 연내 환율 상단을 1450원으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물가에 환율까지… 한·미 금리역전 '초읽기'
시장에서는 미국 연준이 오는 20~21일(현지시각)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다시 0.7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FOMC 회의 전 마지막 물가 관련 주요 지표인 8월 CPI(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 전망치를 상회하면서 연준의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정책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앞서 FOMC는 지난 6~7월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0.75%포인트씩 인상하는 이른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올해에만 4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거치면서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2.25~2.5%까지 오른 상태다.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에 발맞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역시 지난해 8월부터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해왔다. 지난 7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한 데 이어 지난 8월에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지만, 연준의 2연속 자이언트 스텝의 영향으로 금리 역전을 목전에 두고 있다. 현재 한·미 금리는 2.5%로 같아 미국이 이달 말 다시 한번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할 경우 한·미 금리 차는 큰 폭으로 역전될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한·미 금리 역전은 국내 경제에는 악재로 작용한다. 금리가 역전되면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하락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과 채권 자본을 대거 유출해 본국으로 빼낼 가능성이 커져서다. 외국 자본이 유출되면 다시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한·미 금리 격차가 크게 벌어질수록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이 빨라져 이제 막 반등하기 시작한 국내 증시에 제동이 걸리는 것은 물론 환율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7월 첫 거래일 장중 2300선이 무너지면서 연저점을 경신한 코스피는 반등세를 보이며 같은 달 21일 2400선을 회복했다. 이후 이달 9일에는 2500선까지 회복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란 우려에 코스피지수는 지난 14일 2400선 아래로 다시 내려왔다. 지난 13일(현지시각) 미국 8월 CPI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인플레이션 진정에 대한 기대감이 꺾이며 뉴욕증시가 일제히 급락한 탓이다. 3대 지수 모두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6월11일 이후 하루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원화 약세가 이어지는 와중에 과도하게 긴축적 통화정책 대응을 하게 될 경우 환율 상승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는 경제 규모 대비 대외 무역 비중과 자본시장 개방도가 크기 때문에 통화 약세에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는 정석이 통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외 수요침체 상황에서 국내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 그나마 남아 있던 내수와 투자도 둔화시켜 성장이 훼손된다"며 "이는 원화 약세를 부추기기는 요소로, 외국인 입장에서 글로벌 수요둔화에 가장 민감도가 큰 국가를 먼저 버리는 것이 합리적인데 그 국가가 통화를 강하게 긴축한다면 먼저 노출을 줄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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