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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75·사진)이 자리에서 물러난다. '원조 재계 맏형'인 전경련의 위상회복을 위해 오랜 기간 공을 들였지만 현 체제에선 더 이상의 쇄신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계에 따르면 허 회장은 최근 전경련 부회장단에 2월 임기 만료를 끝으로 더 이상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그동안 함께 호흡을 맞춰온 권태신 상근부회장도 함께 물러나기로 했다. 허 회장은 앞서 2017년과 2019년, 2021년에도 임기 만료 시점에서 사임하기로 했다가 후임자 인선이 난항을 빚자 연임을 수락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물러나겠다는 의사가 확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허 회장이 전경련을 이끈 기간은 12년. 전경련 역사상 최장수 회장이다. 자신의 퇴임을 계기로 전경련이 본격적인 쇄신에 나서야 한다는 판단이다.
전경련은 2016년 불거진 국정농단 사태 당시 'K스포츠'와 '미르재단'을 위한 기업 후원금 모금을 주도한 사실이 드러나며 적폐로 낙인 찍혔다. 이후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이 잇따라 전경련을 탈퇴하면서 감원·임금 삭감·복지 등 혹독한 구조조정이 이뤄졌고 재계에서의 위상도 급격히 추락했다. 문재인 정부에선 모든 공식 행사와 일정에 배제되며 '전경련 패싱'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재계 맏형의 자리는 현재 대한상공회의소가 대신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을 계기로 전경련의 위상 회복이 이뤄지는 듯했으나 최근 윤 대통령과 재계단체장 만찬, 해외순방 등 일정에 허 회장이 잇따라 불참하는 등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허 회장은 국정농단 사태 이후에도 재계 총수들이 맡기를 꺼렸던 전경련을 지속해서 이끌며 신뢰 회복에 전념해왔지만 결국 과업을 완료하지 못한 체 물러나게 됐다. 전경련은 오는 2월23일 정기총회를 열고 차기 회장을 추대할 방침이다. 미완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은 차기 회장에게 넘어간다. 하지만 마땅한 후보가 없어 후임자 인선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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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듬 기자
동행미디어 시대 산업1부 재계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