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 본사./사진=메리츠증권 제공


◆기사 게재 순서
① 고비는 넘겼지만… 증권 PF 리스크, 중소형사 '위기감' 여전
메리츠증권, 부동산PF 부실 우려 속 나홀로 '미소'
③ 불황 먹고 자란 부실채권 'NPL' 큰장 열린다



지난해 증시 부진 여파로 증권사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한 가운데 메리츠증권이 홀로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했다. 증시 거래대금이 감소하면서 대형 증권사의 리테일(소매금융) 부문 이익이 줄어든 사이 메리츠증권은 IB(기업금융) 분야에서 수익을 키웠다. 특히 지난해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증권사의 위험 요인으로 떠올랐지만, 메리츠증권은 오히려 여기서 수익을 챙겼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조925억원으로 전년 대비 15.1% 증가했다. 메리츠증권의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메리츠증권은 그동안 IB를 주력 사업으로 키워왔는데 그 성과가 지난 실적에 반영됐다. 지난해 메리츠증권의 IB 부문 순영업수익은 전년보다 14.5% 감소하고도 4558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증권(3670억원), NH투자증권(3138억원) 등 다른 대형 증권사가 IB를 통해 낸 수익보다 1000억원 정도 더 많은 수익을 올린 것이다.

이 같은 메리츠증권의 성공방식은 최근 부동산 PF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관련 사업을 오히려 확대하는 역발상 덕분이다. 메리츠증권의 부동산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규모는 자기자본의 100% 수준으로 증권업계 중 가장 크다. 지난해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서 자산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다른 대형 증권사들이 부동산 PF 시장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6일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인 자리에서 메리츠금융그룹의 롯데건설 지원 케이스를 수익성과 공공성을 함께 살린 사례로 언급했다고도 알려졌다. 금감원 입장에선 금리 이슈보단 단기 유동성 공급이 필요한 건설 PF에 대해 금융사의 협조를 당부한 셈이다.



메리츠금융은 1월 초 1조5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만들어 롯데건설 지원군으로 나섰다. 특수목적법인(SPC) 샤를로트1·2차에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 메리츠캐피탈이 선순위 대출 9000억원을 실시하고 롯데정밀화학, 호텔롯데, 롯데물산이 6000억원 규모 후순위 대출에 참여했다. SPC 조성 자금으로 롯데건설은 부동산PF 유동화증권을 매입, 우발채무를 갚고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났다.


다만 이번 투자는 초반 금리 책정을 두고 자본시장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채권 확보, 신용보강까지 하고도 고금리를 적용, 전체 선순위 대출의 10% 수수료도 선취로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금융 입장에선 높은 이자와 수수료를 챙긴 것이지만, 일각에선 롯데건설의 PF 유동화증권이 유통시장에선 초반에 13%대 높은 금리가 적용되면서 단기간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이후 금융당국이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을 쏟아내면서 PF 유동화물 금리는 다시 하락했고 현재 건설사 자산담보부단기채 금리가 3개월물 기준 6~8% 대로 떨어진 상태다. 롯데건설이 메리츠금융과 펀드를 합작해 유동성 안정화에 나선 것도 금리 하락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이외에도 메리츠증권이 부동산 PF 익스포저가 자기자본 대비 높다는 점에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실적이 부진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와 관련해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수익보다 안정성을 중시하고 있다"며 "PF 대출 중 선순위 비율이 95%에 달한다"고 말했다.

증권, 화재, 캐피탈 등 메리츠금융 계열사들이 대부분 '안전장치'를 채운 선순위 대출 위주로 취급한다는 얘기다.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PF의 95%대를 선순위 대출로 구성하고 LTV(주택담보대출비율)도 평균 50% 수준으로 관리한다.

메리츠증권의 부동산PF 수수료 수익이 증가하면서 지난해 금융수지도 전년의 두 배 수준인 4554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는 해외 부실자산을 성공적으로 회수한 것도 반영됐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몇 년 동안 묶여있던 해외 거래 중 지난해 정상적으로 회수된 사례가 고스란히 이익으로 잡혔다"며 "대표적으로 중국 하이난항공그룹 관련 부실채권을 매각해 4년 만에 자금 회수에 성공했다"라고 설명했다.

메리츠증권은 실적 개선을 견인하고 있는 IB 분야 경쟁력을 계속 강화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한 다올투자증권에서 부동산PF 담당 인력 25명을 한꺼번에 영입하기도 했다. 이원병 상무가 다올에서 메리츠증권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20여명이 넘는 팀 단위의 부동산 PF 인력이 함께 이동한 것이다. 증권업계 전문가는 "메리츠증권이 부동산PF 강화 일환으로 조직과 인력을 확충하고 대규모 성과 보상 체계 등도 꾸준히 개선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