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속도에 제동이 걸렸다. 사진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로이터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면서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0.50% 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밟을 올릴 가능성이 낮아졌다. 연준이 무리하게 기준금리를 올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이자가 SVB 재정 건전성을 무너트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지난 10일(현지 시각)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SVB를 폐쇄하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했다. FDIC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SVB의 총자산은 2090억달러, 총예금은 1754억달러다.

SVB의 파산은 주요 고객인 스타트업들의 예금이 줄어든 탓에 대부분 미 국채로 구성된 매도가능증권(AFS·만기 전 매도할 의도로 매수한 채권과 주식)을 매각하고 18억달러 규모의 손실을 봤다는 발표가 도화선이 됐다.


지난 8일 베커 SVB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은 주주들에게 "기준금리 인상과 높아지는 예금 인출 수요에 대비해 채권 등 약 210억달러(약 28조원)를 팔아 18억달러의 손실을 봤다"며 22억5000만달러 규모의 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발표 직후 주가가 60% 이상 폭락하고 벤처캐피털 회사들의 경고가 나오면서 고객들의 예금 인출이 가속했다.

미국 금융시장에선 SVB이 파산한 이유로 급격하게 오른 기준금리를 꼽는다. 연준은 지난해부터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씩 올리는 빅스텝을 밟으고 현재 금리는 4.75%로 올라섰다.

금리인상기에 SVB는 예금 규모를 1년 사이에 거의 두 배로 모으면서 2021년 말 총자산이 2110억달러에 달한다. 늘어난 예금만큼 지불해야 할 이자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악순환이 빚어지면서 파산으로 이어졌다.


연준은 오는 21일부터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금리 인상 수준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번달 FOMC에서 또다시 급격한 인상을 선택하는 것은 힘들지 않겠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박준우 KB증권 연구원은 "SVB는 보통주자본비율과 기본자본비율은 바젤3 규제 비율을 모두 상회하고 미국 대형은행들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았다"며 "다만 규제 강도가 강한 G-SIB 등 대형 은행들과 달리 SVB가 LCR(유동성커버리지비율)과 NSFR(순안정자금조달비율) 등의 유동성 규제를 적용 받지 않고 있던 점은 취약 요소였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0.50%포인트 인상이나 6% 최종 기준금리 가능성은 낮아지고 장기금리가 종국에는 하향 안정될 것이라는 주장에 힘을 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한편 미국 크레딧 시장은 하위 등급 중심으로 스프레드가 확대될 위험이 높아졌다고 판단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