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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의 원인으로 '미 국채 가격 하락, 스마트폰을 통한 온라인 예금주'가 지목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한 통화 긴축으로 금리가 오르면서 채권가격이 하락해 SVB는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이같은 상황을 알게 된 예금주들은 스마트폰 뱅킹 앱에서 터치 몇번만으로 짧은 시간 안에 예금을 대량 인출할 수 있었다
국내 은행은 SVB 등에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없어 직접적인 영향이 없지만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부실 확대 우려를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SVB 파산 사태로 인해 정부와 금융당국, 한국은행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 필요시 시장안정화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금융당국은 예금자를 보호하고 SVB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유동성 공급대책을 이날 발표했다. 연준은 모든 예금자의 인출 요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적격담보조건으로 은행에 1년 만기 대출을 공급하기로 했다.
특히 재무부는 이번 지원의 일환으로 환안정화기금(ESF)에서 최대 250억달러를 이용해 지역 연준은행을 지원하기로 했다.
SVB, 강한 통화긴축에 손실 막대… 뱅크런까지
SVB는 총자산 276조5000억원 규모로 미국에서 16위 은행이다. SVB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벤처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주로 해왔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주요국의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 정책으로 시장에 유동성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등에 상당한 투자금이 몰렸다. 미국 벤처캐피털(VC)이 지원하는 스타트업 가운데 절반가량은 SVB와 거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한꺼번에 들어온 목돈을 SVB에 예치하기 시작했다. SVB 예금 규모는 2017년 말 440억달러에서 2021년 말 1890억달러로 5배 가까이 급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대출은 230억달러에서 660억달러로 약 3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스타트업·벤처기업의 직접 자본 조달로 대출 수요가 크게 감소한 탓이다.
막대한 예금을 받은 SVB는 돈을 굴리기 위해 1%대 장기 국채에 투자했다. 하지만 지난해 미 연준의 강한 통화긴축 정책으로 금리가 오르면서 채권가격이 하락해 SVB는 막대한 평가손실을 입었다.
여기에 통화 긴축에 따른 시중 유동성이 부족해지면서 벤처캐피털의 돈줄이 막히자 자금난에 봉착한 스타트업·벤처기업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SVB에서 예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고객들의 자금 인출로 SVB는 채권을 팔면서 평가손실이 실제 평가손실화됐다.
SVB 재무건전성 악화되자 무디스는 SVB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려 했다. 이에 SVB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도가능증권(AFS)을 매각해 18억달러 손실이 발생했다고 지난 8일 발표했다. 이어 이를 보전하기 위해 22억5000만달러 규모 주식 발행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18억달러 규모의 손실 발표가 뱅크런(대량 인출)의 도화선이 됐다.
고객들이 뱅크런 공포에 예금인출에 나섰고 9일 하루만에 SVB 예금자들이 인출한 금액은 420억달러에 이른다.
바로 다음 날인 10일 오전 미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SVB를 폐쇄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했다.
은행에 가지 않고도 역대 최대의 뱅크런이 일어난 것이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SVB의 예금주는 온라인으로 하루 종일 대화하는 스타트업 투자자"라며 "SVB 위기론이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겁먹은 고객들이 스마트폰 뱅킹 앱을 열고 서둘러 예금 인출에 나선 것이 뱅크런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은행 안가도 순식간에 뱅크런… 디지털금융의 두얼굴
과거의 뱅크런은 은행 앞에 줄을 서서 예금인출을 시도하는 모습이었지만 현재는 스마트폰 뱅킹 앱에서 숫자 몇 번을 누르는 것만으로 예금 인출이 가능해 한국 역시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한국은 모바일 뱅킹을 적극 육성하는 나라 중 하나다. 한국은행이 지난 7일 발표한 '2022년 중 국내은행 인터넷뱅킹 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은행의 인터넷뱅킹(모바일 포함) 등록 고객수는 2억704만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8.5% 증가했다.
이중 모바일뱅킹 등록 고객수가 1억6922만명으로 전년 대비 10.3% 증가했다.
고객 수가 증가하면서 지난해 인터넷뱅킹의 일평균 이용 건수는 1971만건으로 전년 대비 13.8% 늘었다. 이용금액은 8.2% 늘어난 76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모바일 뱅킹 이용 건수와 금액은 각각 1684만건, 14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7.3%, 10.3% 급증했다. 이용 건수로는 모바일 뱅킹이 전체 인터넷 뱅킹의 85.4%, 금액으로는 18.6%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뱅크런이 은행 부실 문제로만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 부실이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아도 뱅크런이 발생할 것이라는 소문이 온라인상에서 떠돌면 불안한 예금자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바로 예금 인출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예금자들은 예금을 인출하기 위해 은행 앞에 줄지어 서 있었지만 현재 또다시 비슷한 위기가 발생하면 모바일을 통한 뱅크런이 순식간에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금 예치와 인출 등 모든 금융거래가 모바일을 통해 이뤄지면서 디지털 뱅크런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은행 유동성 괜찮나
국내 시중은행의 유동성 지표를 보면 지난해 3분기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평균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은 106.77%로 지난해 말보다 1.94%포인트 떨어졌다.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을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이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인 105.27%로 4대 은행 중 최저를 기록했다.
이어 ▲신한은행 106.08% ▲우리은행 106.36% ▲KB국민은행 109.3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각각 1.53%포인트, 7.90%포인트, 5.46%포인트씩 떨어졌다.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이 하락하면 그만큼 자금 조달 리스크가 커졌다는 얘기다.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은 국제적인 은행 규제의 핵심 지표 중 하나로 국제결제은행의 바젤Ⅲ 자본규제에 신설돼 지난 2018년 도입됐다.
안정자금 가용 금액을 안정자금 조달 필요 금액으로 나눠 산출하는데 해당 비율은 100%를 넘겨야 한다. 대출과 예금뿐 아니라 각종 자금과 파생상품 부채 등을 포함하는 만큼 예대율보다 한발 나아간 규제로 꼽힌다.
부동산 PF 연체율 올라… 부실 뇌관 될라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 하락에 더해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금리 지속과 원자재 가격 상승 속에 부동산 경기가 둔화하고 있어서다.국내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125조300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5조1000억원 늘었다.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2019년말 75조8000억원에서 2020년 말 90조3000억원, 2021년말 110조200억원 등으로 매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업권별로 보면 보험 44조1000억원(35.2%), 은행 34조1000억원(27.2%), 여신전문 27조1000억원(21.6%), 저축은행 10조7000억원(8.5%), 상호금융 4조8000억원(3.8%), 증권 4조5000억원(3.6%) 등의 순이다.
부동산 PF대출 연체율도 상승세다. 금융권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2019년말 0.46%, 2020년말 0.68%에서 2021년말 0.38%로 낮아졌지만 지난해 9월 말 기준 0.90%로 올랐다.
다만 금융당국 측은 SVB 사태에 따른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내 은행 가운데 SVB 등에 직접적인 익스포저가 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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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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