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전성시대가 저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 정통 명품에 이어 '신(新)명품'까지 등장하며 기성세대부터 젊은 세대까지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기간 나타난 보복 소비가 명품에 몰리면서 정통 명품 브랜드의 희소성이 떨어지고 있다.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개성을 패션을 통해 나타내고 싶어하는 젊은 세대들은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정통 명품은 아니지만 명품만큼 인기가 많은 신명품은 그렇게 탄생했다.

신명품 브랜드들은 정통 명품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독창적이고 현대적인 감각이 특징이다. 아미, 메종키츠네, 톰브라운 등이 대표적으로 대부분 수입 브랜드다. 이들 브랜드가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한 MZ세대(1981~1995년 출생한 밀레니얼(M) 세대와 1996~2010년 출생한 Z세대를 통칭)에게 사랑받으면서 국내 패션 대기업은 수입 브랜드 포트폴리오 강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내 대표 패션 대기업인 삼성물산 패션부문, 신세계인터내셔날, 한섬, LF 등은 최근 수입 브랜드 라인 확장에 나섰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아미, 메종키츠네, 르메르, 톰브라운 등의 수입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크뮈스, 스튜디오 니콜슨, 가니 등까지 합세하면서 신명품 선두주자로 올라섰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업계에서 해외 브랜드를 가장 많이 보유한 업체다. 메종마르지엘라, 브루넬로 쿠치넬리, 알렉산더왕, 크롬하츠, 클로에 등 다수 유명 해외 브랜드를 선보이며 호실적을 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기업인 한섬과 LF도 수입 브랜드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섬은 아워레가시, 가브리엘라 허스트, 토템 등과 국내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LF는 세계적인 명품그룹 LVMH의 '슈퍼 루키'로 불리는 빠투를 론칭하며 수입 브랜드 강화를 선언했다.

소비자의 니즈에 따라 인기 있는 해외 브랜드를 국내에 소개하는 것은 필요하고 당연한 일이다. 다만 국내 패션기업들의 수입 브랜드 의존도가 높아지는 점은 우려스럽다. 글로벌 본사가 국내에 직진출하면서 계약을 종료할 시 매출 타격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례도 없지 않다. 셀린느는 2012년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과 국내 수입·유통 계약을 맺었지만 올해 본사가 국내 시장에 직진출했다.


직진출 시 실적 악화 문제가 아니더라도 국내 패션 대기업의 대표 브랜드가 대부분 해외 브랜드라는 점은 아쉽다. 자체 브랜드 육성을 통한 성장 필요성이 대두된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 K-컬쳐, K-팝 등이 주목받고 있지만 K-패션은 발걸음이 더디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국내 브랜드는 손에 꼽는 수준이다. 유수의 패션쇼에 소개되는 사례는 있지만 글로벌 브랜드로 보기엔 어렵다는 평가다.
패션업계에서는 국내 디자이너들의 실력이 부족하다고 보지 않는다. 품질이나 감각은 수준급이지만 역사와 브랜드 지속성에서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희망적인 점은 최근 디자이너 및 중소 브랜드를 중심으로 K-패션 활성화 조짐이 보인다는 것. 우영미는 까다로운 원단 선정과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 등으로 K-패션 대표 브랜드로 도약하고 있다. 프랑스 봉 마르셰 백화점에서 남성관 매출 1위를 달성한 적도 있다. 일본에서는 널디와 마르디 메크르디 등 스트리트 브랜드들이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이 예상되는 가운데서도 약진하는 산업은 있다. 품질과 트렌드에서 뒤지지 않는 K-패션이 K-컬쳐, K-팝 인기를 이어받을 타자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