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S+]힘 빠진 주주행동주의(?)… 표대결 졌지만 주주 목소리 높여
올해 주총서 행동주의펀드가 제안한 안건 대부분 부결
안건 통과는 실패했으나 주주 목소리 커진다는 점에서 긍정적
주주제안을 안건으로 올린 상장사는 35개로 전년보다 35% 증가
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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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총회를 앞두고 기대를 모았던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연대가 표대결에서 패배하며 주주행동주의가 동력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과만 놓고 보면 이들이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했지만 해당 기업들이 주주친화정책을 제시하고 나서면서 질적인 면에서 성과가 있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열린 태광산업 제62기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사측이 상정한 안건이 모두 통과됐다. 반면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제안한 주당 현금배당 1만원, 액면분할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 자사주 취득의 건 등은 부결 처리됐다.
KT&G 주주총회에서는 행동주의 펀드 트러스톤과 플래시라이트파트너스(FCP, Agnes 등)가 제안한 11건 안건 중 2개(분기배당 신설의 건과 그 부칙)만이 가결됐다. 그외 배당, 자사주 취득 및 소각, 이사 선임의 건 등은 모두 부결됐다.
소액주주들의 집단행동으로 관심을 모았던 DB하이텍 주주총회에서도 주주제안이 부결됐다. 주주연대는 보통주 현금배당 2417원, 우선주 현금배당 2467원, 한승엽 감사위원 선임,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일부 변경 등을 제안했다.
표대결에서는 졌지만 주주들의 목소리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이후 주주제안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린 상장사는 35개로 전년(26개)보다 35% 증가했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 교수는 "주주총회에서 안건이 통과돼야만 성과가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미국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주제안이 통과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주주들의 집단행동으로 경영진이 주주 눈치를 보는 일이 늘고 있다. DB하이텍의 경우 물적분할 자체를 막아내진 못했지만 회사의 분할 자회사 비상장 약속, 주주환원 정책 등으로 성과를 냈다.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은 주주총회에서 "지난해 물적분할 검토를 중단했던 건 주주친화 정책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5년 후에도 상장을 추진할 경우 모회사 주주총회 결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정관에 신설했다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동국제강은 소액주주들이 기업분할 과정에서 주주가치가 훼손될 것을 우려하자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소액주주 표심 잡기에 나섰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직접 주주총회에서 인적분할 필요성을 설명하는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또한 사업연도 말 기준 1년 국채수익률수준의 배당수익률을 적용해 최소한의 투자 수익을 보장하고, 신설 회사와 분할 회사 모두 앞으로 2년 연속 당기순손실이 아닌 한 적자 배당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주주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려는 기업 자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기업들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강조하지만 오너 일가의 이익을 위해 주주가치를 저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근본적으로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선 지배주주가 오너 의식이 아니라 남의 돈으로 경영한다는 집사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이게 싫다면 상장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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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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