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사진=이재현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갤Z플립5 10만원에 사세요"... 공짜폰 마케팅의 진실
② [르포]테크노마트를 가다... 성지는 정말 존재할까
③ 때마다 반복되는 단말기 호갱... 대안은

일명 '성지'로 불리는 이동통신 유통점에서 제공하는 불법지원금이 성행하고 있다. 삼성과 애플에서 새로운 고가의 단말기가 출시될 때마다 '호갱'(호구+고객)을 노리는 판매점의 마케팅이 기승을 부리는 탓이다. 최근 정부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개정을 통해 추가지원금 한도를 상향하는 등의 통신비 부담 완화 방안을 냈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폰파라치' 떠난 자리에 남은 불법지원금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사진=이재현 기자


정부는 휴대전화 불법 보조금을 단속하기 위해 2014년부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판매점이나 구입 시기, 방법 등에 따라 다른 지원금을 받는 차별을 막자는 것이 취지였다.


단통법의 핵심은 이동통신 3사가 모든 이용자에게 일주일 단위로 공지한 대로 일률적인 단말기 지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단말기 구입시 지원금을 받지 않는 이용자는 25%의 선택약정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공시지원금 외에 판매점의 추가지원금은 공시지원금의 15%로 제한된다.

이동통신 3사가 이용자 유치를 위해 보조금을 추가 지급하기 시작하면서 정보 불균형으로 인한 소비자의 부담이 가중됐다는 비판이 일었다. 불법지원금을 지급하는 성지가 생겨나고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각종 온라인 채팅방이나 커뮤니티가 등장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취지가 무색해진 단통법의 폐지를 주장했다.


불법지원금을 신고하고 포상금을 받는 '이동전화 불공정행위 신고포상제'(일명 폰파라치 제도)가 중단되면서 이런 사례는 더욱 활개 치고 있다. 폰파라치(휴대폰+파파라치)는 단통법 시행 이전인 2013년 1월부터 방송통신위원회가 정한 보조금 가이드라인 상한선 27만원 이상을 지급하는 유통망을 발견해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동통신 3사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에 위탁해 민간 자율 구제로 시행했다.

폰파라치 제도는 과도한 신고 경쟁을 유발한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하고 시행 8년 만에 폐지됐다. 2021년 11월 이동전화 불공정행위 신고센터가 "이동통신 시장의 안정화와 유통점 불편법 영업에 의한 이용자 피해 예방을 위해 통신사업자와 협력해 운영한 '이동전화 불공정행위 신고포상제'가 11월16일부터 잠정 중단될 예정"이라고 밝힌 뒤 해당 제도는 폐지 수순을 밟았다. 규제 공백이 생긴 자리에서 감시망을 피한 불법지원금이 더욱 판치게 됐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지원금 상한액 15→30% 상향… 실효성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사진=뉴스1


정부는 최근 가계 통신비 인하를 목적으로 단통법을 개정해 휴대폰 대리점·판매점이 자체적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추가지원금의 한도를 상향하기로 했다. 합법적으로 제공하는 지원금을 늘려 불법지원금 제공을 근절시키겠다는 것으로 풀이되지만 업계에선 실효성에 의문을 표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통신시장 과점 해소와 경쟁촉진을 위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후 국민의 통신비 부담을 완화하고 통신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들이 지속적으로 논의돼왔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7월6일 미래 통신시장의 지속 발전과 국민의 통신비 부담 완화를 주 내용으로 하는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을 발표했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단통법 개정안을 통해 추가지원금 한도를 2배 높인단 방침이다. 현행 단통법에 따르면 추가지원금은 단말기 공시지원금의 15% 내에서 지급해야 한다. 개정안이 적용되면 추가지원금 한도가 15%에서 30%로 오른다.


이와 함께 정부는 향후 시장 상황을 지속 모니터링하고 방통위와 협의해 단통법 개선 방향을 검토한단 계획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근본적인 통신시장의 경쟁구조를 개선하고 요금·마케팅··투자 등 시장 전반의 경쟁이 활성화돼 국민에게 편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통신 업계는 단통법 개정안의 실효성에 대해 미온적이다. 추가지원금의 한도를 높이는 방안으론 근본적인 통신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3사가 유통채널별로 지원금을 차별 지급하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본다. 또 이통사와 요금제에 따라 지원금보다 선택약정할인 폭이 더 큰 경우도 있어 소비자가 체감하는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추가지원금 한도가 상향 조정되더라도 불법지원금 규모가 더 큰 경우 차별적 혜택은 여전할 것"이라며 "고가 단말기 출시를 앞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단통법 위반 사례들을 발견해 단속하는 등의 선제적 예방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