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원 우리은행 사회공헌팀장/사진=장동규 기자


"다솜아, 내가 약 먹을 시간을 알려줘"
"오전 9시에 당뇨약을 먹었어요. 오후 12시 점심 먹고 혈압약을 챙겨 드세요"


서울시 은평구 역촌 노인복지관에 배치된 AI(인공지능) 말벗·케어 로봇 다솜이가 친절한 목소리로 노인들에게 약 먹을 시간을 알려준다.

우리은행이 노년층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개설한 'WOORI(우리) 어르신 IT 행복 배움터'의 디지털 서비스다. 지난달 25일 서울시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만난 이성원 사회공헌팀장은 AI 말벗 다솜이를 금융 취약계층의 친절한 '금융 동반자'라고 소개했다.

홀로 계신 장모님, 금융 취약계층 필요한 AI 로봇

케어로봇은 '다솜아'라는 음성명령어를 시작으로 일상 속 대화가 가능하며 취향에 맞는 영상과 음악감상, 기상·취침·약 복용 시간 등 일정을 안내한다. 특히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해 낙상 등으로 인해 몸이 움직이지 않거나 장기간 움직임이 없는 경우 위기 상황으로 인지해 관제센터에 알림이 전송돼 대상자의 안부를 확인해준다.
‘WOORI 어르신 IT 행복배움터’1호점/사진=우리은행


이 팀장은 "AI 로봇은 디지털금융 바람 속에 소외된 금융 취약계층을 돌보는 역할을 한다"며 "'금융으로 이롭게, 나눔으로 따뜻하게'라는 사회공헌 비전 아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6년 은행에 입행한 이성원 팀장은 지난 15년간 기업금융 현장에서 기업고객을 만나 금융 주선하는 업무를 맡았다. 주로 담보와 신용이 높은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영업하면서 비대면금융 속에 소외된 이들이 많은지 체감하지 못했다.

지난해 사회공헌 업무를 수행하면서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고객이 궂은 날씨에 간단한 금융거래를 하기 위해 은행을 찾는 모습을 보고 금융 취약계층의 고충을 알게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1년 디지털 격차 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령층(55세 이상)의 일반 국민 대비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69.1%에 불과하다. 금융권이 '공동점포'를 운영하거나 편의점에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편의점 점포'를 두는 등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디지털 전환에 따른 고령층 등 취약계층이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팀장은 "지난 추석 경상북도 김천에 계신 장모님을 뵙고 홀로 있는 노인에게 필요한 금융은 최첨단 IT기술이 아닌 곁에서 친절하게 안내하는 동반자금융이란 걸 깨달았다"며 "디지털 격차가 사회적 문제로 커질 수 있는 만큼 은행 현장에서 어르신들을 돕는 사회공헌이 무엇인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키오스크 결제하고 VR 세계여행하는 노인

우리은행이 지난해말 조성한 WOORI 어르신 IT 행복 배움터는 노년층의 특성을 반영한 공간을 구성하고 교육용 가구, 디지털기기 일체를 비롯해 모바일 금융거래, 길 찾기, 쇼핑, 키오스크 등의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를 어르신들이 일상생활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교육을 지원한다.


WOORI 어르신 IT 행복 배움터를 방문하는 어르신은 우리은행 뱅킹 앱에서 금융 거래하는 방법은 물론 일상적인 디지털기기 거래 방법을 배운다. 예를 들어 커피숍에서 키오스크로 커피 주문하기 등이다.

가상현실(VR)에서 세계여행을 즐기는 시설도 체험할 수 있다. 영국 런던, 미국 뉴욕과 하와이,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여행 등 VR로 여행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하루에도 100명이 넘는 어르신들이 행복배움터를 찾고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체험을 하고 있다.

이 팀장은 "어르신 IT 행복배움터에서 키오스크 주문을 배운 노인이 커피숍에서 키오스크로 커피를 주문, 친구들에게 커피를 샀다는 이야기를 듣고 뿌듯했다"며 "몸이 불편해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분들도 VR(가상현실)기기로 여행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행복배움터는 성별, 나이, 장애, 언어 등 제약하지 않고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유니버셜 디자인'을 도입할 계획"이라며 "편안하고 즐거운 디지털 서비스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올해 안에 추가 행복배움터를 추가 개설하겠다"고 말했다.

이 팀장이 생각하는 금융의 키워드는 '나눔'이다. 한국이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화로 넘어가는 가운데 금융권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소외된 이웃들에게 나눔활동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고령화 현상 속에 디지털 사회로 전환은 필수금융 거래가 어려운 이들을 돕는 노력을 동반해야 한다"며 "모두가 빠르게 변하는 금융환경에 적응해 자산을 관리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금융기관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11월 우리은행은 취약계층 청소년에게 금융 지식을 제공하는 '지역아동센터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은행 박물관에서 금융교육 책자를 만들어 500명의 센터 청소년에게 화폐의 순환과 가치 등 기초 금융 상식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 팀장은 "디지털금융은 누구나 제약 없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라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다솜이' 은행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