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정보통신(IT) 서비스 계열사 '롯데정보통신'이 일방적인 인사 제도 개편을 선언했다. 그룹 사훈이 '정직'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아쉬운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그룹 정보통신(IT) 서비스 계열사 '롯데정보통신'이 일방적인 인사 제도 개편을 선언했다. 그룹 사훈이 '정직'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아쉬운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그룹 정보통신(IT) 서비스 계열사 '롯데정보통신'이 인사 제도 논란에 휩싸였다.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고안한 'CL'(직급내 역량) 제도를 시행 1년 만에 폐지했기 때문이다. 별도 급여를 받을 수 있었던 직원들의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다.


회사는 정기 연봉협상에서 이를 반영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급여와 관련된 정책을 이렇다 할 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없애 혼란이 가중됐다. 이 역시 제대로 지켜질지 의문인 데다 CL 제도를 믿고 입사한 직원들은 뒤통수를 맞았다며 실망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CL 시행 당시 계열사 내부거래에 의존한 기업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섣부르게 '역대급 연봉 인상'을 공언한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분석이다. 롯데의 경영철학이 '정직'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사훈과 동떨어진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정보통신은 지난달 29일 사내 공지에서 CL을 폐지한다고 전했다. CL은 '역량급'이라는 별도 급여를 지급하는 제도다. 역량 레벨은 3단계로 나뉘며 레벨이 오를 때마다 월급을 더 부여하는 방식이다. 회사 직원들 사이에선 실질적인 연봉 인상이 가능해 호평을 받아왔던 제도다.

회사는 CL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며 도입 1년 만에 이를 폐지키로 했다. 작년에 CL을 못 받은 직원들은 200만원을 일시불로 지급받을 예정이다.


인사제도 개편에 직원들은 연봉삭감과 다름없다며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회사가 오는 4월 정기 연봉협상에서 역량급까지 반영하겠다고 했지만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입사한 직원들 사이에선 '계약사기'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고 한다.

역대급 연봉 인상을 공언한 노준형 전 대표는 스스로 밝힌 약속은 뒤로 한 채 지난달 롯데지주 ESG 경영혁신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롯데정보통신, 그룹 사훈과 정반대 행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 롯데정보통신 부스.  / 사진=롯데정보통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 롯데정보통신 부스. / 사진=롯데정보통신


롯데의 사훈이 '정직'인데 일방적인 인사 정책은 이를 무색하게 만든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CL을 도입할 때도 인건비 부담을 면밀하게 고려하지 않고 섣부른 판단을 내렸다는 시각이 많다.


롯데정보통신은 지난해 매출 1조1500억원, 영업이익 1200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지만 지속 성장을 담보할 미래 먹거리는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시스템통합(SI)과 운영·유지보수(SM)가 매출의 94%(작년 3분기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데 롯데그룹 계열사의 IT 시스템 구축과 운영을 맡아 돈을 벌고 있다.

작년 1~3분기 그룹 계열사로부터 거둔 매출은 5692억원으로 같은 기간 전체 매출액(8503억원)의 66.9%에 달한다. 2022년 닻을 올린 전기차 충전사업은 아직 매출 비중이 6%에 머문다. 아직까진 외부에서 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계열사 내부거래가 매출의 대부분이어서 사업 다각화는 롯데정보통신의 당면 과제다.내실 있는 성장이 불분명한데 무턱대고 직원들에게 공허한 약속을 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SI 업계 관계자는 "SI와 SM으로 매출을 내는 건 거의 한계점에 왔을 것"이라며 "신사업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못내고 있는데 직원들에게 탑티어급 대우를 약속한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했다.

이어 "롯데에는 일본식 기업 문화가 자리해 종신 고용 분위기가 여전한데 CL 제도를 시행할 당시 자기 라인 챙겨주기 등이 반영돼 운영상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