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트협회 소속 회원사 및 연대 단체가 롯데카드 앞에서 보이콧 선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사진=강한빛 기자
한국마트협회 소속 회원사 및 연대 단체가 롯데카드 앞에서 보이콧 선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사진=강한빛 기자


"미친 카드수수료율을 거부한다! 가맹점은 적자이건 말건 카드수수료는 꼬박꼬박 세금처럼 떼인다!"


26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롯데카드 본사 앞으로 빨간색 머리띠를 둘러맨 이들이 하나둘 모였다. 한국마트협회 소속 회원사 및 연대 단체 회원들은 '롯데카드 수수료 인하 촉구 기자회견'이 적힌 노란 현수막을 들고 한목소리로 소리쳤다. "높은 수수료율을 거부한다!"

올해 카드수수료율 재산정 시기까지 도래하면서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고되고 있다. 카드 수수료율을 더 낮춰야 한다는 가맹점의 입장과 더 이상 내릴 여력이 없다는 카드사들의 주장은 올해 역시 평행선을 달릴 전망이다.


한국마트협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그동안 카드 수수료는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영세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내려갔지만 동네마트, 슈퍼마켓, 정육점 등 연매출 30억원 이상의 중소기업 일반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은 3년마다 소폭 조정되거나 동결 수준이었다"고 주장했다.

자리에는 한국마트협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주유소운영협동조합, 전국중소유통상인협회, 한국편의점네트워크, 여성소상공자영업협회, 한국패션리폼중앙회,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연대 등 중소자영업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중소상인들에 부담이 집중되는 카드 수수료율 정책으로 인해 카드 수수료가 임대료를 넘어서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소리쳤다.

카드사는 여신전문금융법에 따라 3년마다 가맹점수수료율을 결정한다. 신용카드의 자금조달비용과 위험관리비용, VAN(카드결제중개업자) 수수료 등을 포함한 결제 원가인 '적격비용'을 근거로 각 가맹점의 매출 구간에 따라 수수료율이 붙는 식이다.


2022년 수수료율 조정을 통해 ▲3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에는 신용카드 0.5%, 체크카드 0.25%의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되고 있다. 이외 ▲3억원 초과 5억원 이하는 신용카드 1.1%, 체크카드 0.85%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는 신용카드 1.25%, 체크카드 1% ▲10억원 초과 30억원 이하는 신용카드 1.5%, 체크카드 1.25%의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된다.

다만 연매출 30억원이 넘는 '일반 가맹점'은 각 카드사와의 협상에 따라 수수료가 결정된다. 때문에 수수료 조정 시기마다 카드사와 일반 가맹점은 협상 지위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자동차, 대형마트 등 대형가맹점은 수수료 협상시 우월적 지위에서 카드사와 협상 테이블에 앉지만 동네마트는 카드사와 협상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게 중소마트들의 입장이다.

한국마트협회에 따르면 현재 롯데카드는 중소마트, 슈퍼마켓 등 일반가맹점에 평균 2.13%에 달하는 수수료를 부과 중이다. 농협카드는 1.98%로 가장 낮았으며 신한·현대카드가 각각 2.04%, KB국민카드 2.06%, 삼성카드는 2.07%를 적용했다. 우리카드는 2.08%, 하나카드는 2.09% 수준이다.

한국마트협회 관계자는 "롯데카드 보이콧 운동은 향후 동네마트 연합체인 한국마트협회를 시작으로 일반 가맹점 전체 업종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수수료 인하 촉구를 위한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수수료율 조정 시기인 2022년 한국마트협회는 신한카드가 높은 수수료율을 부과한다며 '신한카드 거부 운동' 등 집단행동에 나선 바 있다. 다만 카드업계는 각 가맹점의 매출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수료율을 적용한다는 입장이다.

3년마다 악몽 반복… 재산정 작업 5년 주기로 바뀔까

3년마다 이 같은 악몽이 되풀이되자 카드사들은 수수료율 체계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수수료율은 내릴 대로 내려 적자인데다 수수료율 재산정 작업 주기가 짧다는 이유에서다.

금융당국도 상황을 모르는 건 아니다. 금융위원회는 2022년 합리적인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가맹점단체, 소비자단체, 카드업계, 전문가를 중심으로 하는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TF(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운영 중인 적격비용 산정방식에 대한 재점검부터 근본적인 카드수수료 체계 개편방안까지 폭넓게 논의해 합리적인 방안을 내놓는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당초 개선안 발표 시점인 지난해말을 넘겨 아직까지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현재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는 수수료율 조정 주기를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게 지목된다. 오는 4월 총선이 예고된 만큼 기존 수수료율 재산정 절차를 거치기엔 시간이 빠듯한 데다 TF를 구성한 만큼 카드업계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겠냐는 이유에서다. 통상 수수료율은 3월 원가분석 회계법인 선정, 4월 컨설팅사와 방안 논의를 거쳐 12월 중 개편안이 발표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TF구성 이후 회의가 몇 차례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수수료율 재산정 작업을 위한 움직임은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기가 늦어지고 있는 만큼 수수료율을 재산정하기 보다 수수료율 조정시기를 3년에서 업계의 요구인 5년으로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