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1 “나라 망한다“는 정치인들 협박…유권자는 ‘차악선택’ 내몰렸다
"보수도 진보도 싫다" 부동층 표심 향방이 관건
비전 제시 없고 “두 심판론 팽팽"…정책 사라지고 네거티브 횡행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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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과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7일 각각 유세를 하고 있다. 2024.4.7/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
(서울=뉴스1) 한상희 이밝음 기자 = 22대 총선을 관통하는 프레임은 '심판론'이다. 총선을 하루 앞둔 9일까지도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권' 심판을 전면에 내걸고 서로를 심판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결국 이 시대를 지배하는 '시대정신'이 정권 심판과 이조 심판 중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에 따라 전체 총선 승패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4428만11명 유권자의 선택만이 남았다.
이번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중 차악을 고르는 전형적인 '비호감 대결'이다. 네거티브가 선거판을 휩쓸면서 정책과 민생은 사라졌다. 전날 유세 현장에서도 양당 대표는 상대가 다수당이 되면 '나라가 망한다'며 서로를 공격하는 데 집중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야권이 200석이 되면 개헌도, 셀프 사면도 할 수 있어 '나라가 무너진다'고 했다. 같은 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입법권까지 그들에게 넘겨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생각하면 끔찍하다'며 윤석열 정부에 '옐로우 카드'를 주자고 했다. 그러면서 지지층을 향해 "나라를 구해달라"며 투표를 독려했다.
이번 총선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도 유권자들이 표심을 결정하는 데 고민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선거라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선거가 감정적 구도 싸움으로 흘러가면서 유권자들이 체감할 만한 해답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중진들의 쓴소리도 나왔다. 3선에 원내대표를 지낸 김성태 국민의힘 서울 선거대책위원장은 전날 SBS라디오에서 "정책이 정치를 못 이기는 상황이다. 정치가 정책을 덮었다"고 했다.
캐스팅보트를 쥔 중도층, 부동층 표심의 향방도 관건이다. '윤석열도 싫고 이재명도 조국도 싫다'는 부동층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할지, 이들이 본 투표 당일 현장에서 정권 심판과 야당 심판 중 어느 쪽에 손을 들어줄지에 따라 수도권 접전지 수십곳의 성적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지역구 투표는 1표라도 더 얻으면 당선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조국혁신당은 이번 총선 국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장면 중 하나다. 지난 2월 출범한 조국혁신당은 정권 심판 바람을 타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정치권에선 "조국혁신당의 선전은 양대 정당에 경고성 신호"라는 해석이 나왔다.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 투표 전략이 먹혀 들어갔고, 양당을 모두 심판하고 싶어하는 중도 진보층도 일부 조국혁신당을 지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시대정신이 과연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가 최종적으로 승패 판가름하는 변수가 될 것"이라며 "결국 선거는 심판의 마음이다. 싸울 의지, 전의를 계속 유지시키는 게 선거의 알파에서 오메가"라고 했다. 이어 "현 시점에선 정권 심판론과 야당 심판론이 깻잎 한 장 차이로 팽팽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다만 표심은 전반적으로 정권 심판론이 우세한 분위기다. 윤석열 정부 3년차에 치러져 중간 평가 성격을 갖고 있는 데다, 대통령 지지율이 30%대에 머물고 있고, 고물가 고금리 등 민생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총선은 대선과 비교해 후보 개인보다 구도가 더 중요하다면서 "대통령 지지율이 낮고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임기 중반에 실시되는 선거는 여당이 항상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여당이 좀 더 부담감을 가져야 하는 상황임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도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고, 민주당 후보 개개인에 대한 논란이 수도권 박빙 지역에서 민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윤 대통령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신, 불통 이미지가 워낙 강해 웬만하면 정권 심판론을 넘어서기 힘들 것 같다"고 전망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유권자들 사이에 정치권 전반에 대한 울분이 있는 듯하다"면서 "정부·여당이든 야당이든 누군가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 나라의 의회를 구성하는 선거인데, 앞으로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갈건지, 어떤 방향의 입법을 할 건지에 대한 이야기가 하나도 없고, 상대방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데만 몰입하고 있다"며 "여당도 야당도 제대로 된 답을 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이 의회다수당이던 지난 21대 국회는 제대로 된 입법을 하는데 사실상 실패했고, 지난 2년간 국정을 운영해 온 정부 여당에도 책임을 묻지 않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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