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HBM4 제품. / 사진=SK하이닉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확대와 D램 가격 상승에 힘입어 나란히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올해도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에 따른 메모리 수요 증가에 힘입어 양사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다.


삼성전자는 29일 확정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 93조8374억원, 영업이익 20조737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사상 최대 실적며 단일 분기 영업이익이 20조원을 달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자 국내 기업 중 최초 기록이다.

실적을 견인한 것은 반도체다. 반도체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4분기 매출은 44조원, 영업이익은 16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동기에 비해 465.5% 폭증한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메모리는 범용 D램의 수요 강세에 적극 대응하고 HBM 판매도 확대해 사상 최대 분기 매출 및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며 "메모리 가격 상승과 함께 서버용 DDR5, 기업용 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로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연간을 기준으로도 반도체의 실적 호조가 두드러진다. DS부문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24조9000억원으로 전체 연간 영업이익(43조6011억원)의 57.1%를 차지했다.


전날 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도 지난해 매출액 97조1467억원, 영업이익 47조2063억원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기존 최고 실적이었던 2024년을 크게 뛰어넘는 성과로 매출은 30조원 이상 늘었고 영업이익도 2배 수준으로 성장했다. 영업이익률은 49%에 달한다.

4분기만 놓고 봐도 전분기 대비 매출은 34% 증가한 32조8267억원, 영업이익은 68% 증가한 19조1696억원을 기록해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썼다.


/ 그래픽=강지호 기자


올해 전망은 더 좋다.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AI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HBM을 비롯한 고부가 제품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6세대 제품인 HBM4의 양산을 앞당기며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HBM4는 주요 고객사들의 요구 성능이 높아졌음에도 재설계 없이 작년에 샘플을 공급한 이후 순조롭게 고객 평가 진행 중이고 현재 퀄 완료 단계에 진입했다"며 "2월부터 최상위 속도 11.7Gbps 제품을 포함한 HBM4 물량 양산 출하가 예정돼있다"고 전했다.

김기태 SK하이닉스 HBM세일즈앤마케팅담당 부사장은 "HBM4에 대한 준비는 고객과 협의한 일정에 맞춰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고 현재 고객 요청 물량에 대해 양산을 진행 중"이라며 "HBM4 역시 3나 3E와 마찬가지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목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D램 가격 상승세도 양사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메모리 D램 가격은 지난해 4분기 40∼50% 상승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와 2분기에도 각각 40∼50%, 20%씩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양사 모두 올해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126조5056억원이다. SK하이닉스 역시 102조803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돼 양사 합산 영업이익이 20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다.

일각에선 200조원을 넘어 '300조원 시대' 진입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SK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로 각각 180조원과 147조원을 제시했다. 양사 합산으로 327조원의 영업이익이 기대되는 것이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폭력적인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단기 실적 눈높이의 급격한 상향은 필연적으로 미래 성장률 둔화를 내포한다"며 "2026년 실적 전망의 상향은 여전히 진행형이고 장기공급계약은 미래 실적의 가시성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