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6·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치르기 위한 '국민투표법 개정'을 최우선 과제로 못박았다. 사진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2026년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우원식 국회의장이 6·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치르기 위한 '국민투표법 개정'을 최우선 과제로 못박았다. 비상계엄 재발 방지 등 최소 합의부터 단계적으로 개헌의 문을 열겠다는 구상으로 설 전후를 국민투표법 개정 시한으로 삼아 정치권 설득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우 의장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국민투표법 개정과 개헌에 조금 진전이 있다"며 "설 전후를 지방선거 동시투표를 위한 (국민투표법) 개정 시한으로 보고 마지막까지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우 의장은 개헌 추진 방식으로 단계적·지속적 개헌을 제시했다. 그는 "합의할 수 있는 만큼만 단계적으로 하자"며 "이번에는 '개헌의 문을 여는 개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선 비상계엄 재발을 막는 장치 등 '민주주의 방벽'을 높이는 내용부터 합의하자"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비상계엄 사태를 거론하며 현행 헌법의 허점을 지적했다. 그는 "5·18 민주화운동을 헌법 전문에 새겨서 우리나라가 확실히 민주주의의 전통 아래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헌법 77조를 바꿔서 국회에 계엄 승인권을 둬서 불법적 계엄은 승인받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개헌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다고도 진단했다. 우 의장은 최근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과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방선거 '원포인트 개헌'을 언급했고 조국혁신당도 동의하는 등 범여권이 개헌을 수용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개헌 얘기할 때마다 국민의힘이란 큰 벽에 부딪혔는데 장동혁 대표가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 얘기를 해서 깜짝 놀라고 귀가 번쩍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우 의장은 지방선거와 함께 지방분권, 지역 균형발전, 국민 기본권 강화를 골자로 한 개헌 국민투표를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다만 이를 추진하려면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사실상 효력이 정지된 국민투표법을 정비하는 작업이 선결 과제로 꼽힌다.

현행 헌법상 개헌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2 이상(200석) 찬성으로 의결된 뒤 30일 이내 국민투표를 거쳐 확정된다. 국민투표는 과반 투표와 과반 찬성이 필요하며 절차는 국민투표법에 따른다.


그러나 국민투표법은 2014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관련 조항이 정비되지 않은 상태다. 헌재는 재외국민의 국민투표권을 제한한 국민투표법 제14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2015년까지 개정을 요구했지만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았다.

우 의장은 "상임위에서 심사 중인 국민투표법 개정안은 계속 소통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중립은 합의가 안 되면 가운데 가만히 서 있는 게 아니라 국민·민주주의·헌법 정신의 편에 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투표법 개정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국회의장의 직권으로 상정하는 등 결단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우 의장은 개헌과 국민투표법 개정 외에도 남은 임기 과제로 ▲국회 개혁 ▲국회 '사회적 대화'의 제도화 ▲국회 경호권 독립(경호국 신설 추진) 등을 제시했다. 사진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2026년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이날 우 의장은 개헌과 국민투표법 개정 외에도 남은 임기 과제로 ▲국회 개혁 ▲국회 '사회적 대화'의 제도화 ▲국회 경호권 독립(경호국 신설 추진) 등을 제시했다. 그는 "국회가 국민의 대표기관이자 입법부, 삼권분립의 축으로 더욱 분명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변화를 만들겠다"고 했다.

국회에서 입법으로 추진되는 광역단체 행정통합과 관련해 우 의장은 "아주 적극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재화의 70% 이상이 수도권으로 모여 있는데, 이 흐름이 지속된다면 지방 소멸 문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지방 소멸은 저출산과도 직결되는 만큼 수도권 1극 체제를 지역 균형발전 체제로 바꾸는 일은 우리 미래를 위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특별법의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하지만, 디테일은 극복해야 할 대상"이라며 "예산 지원뿐 아니라 통합을 뒷받침할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 이를 위해 국회 안에서 협의의 틀을 만드는 일을 충분히 해볼 수 있다"고 했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우 의장은 "주택 정책을 신뢰성 있게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확고하게 추진하는 정책을 적극 지지한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예고한 것은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망국적 부동산 투기 문제를 해결하고 근본적으로 경제적 불평등과 자산 격차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크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전당대회 출마설 등 향후 정치 행보를 묻는 질문에는 개헌을 최선 과제로 꼽으며 선을 그었다. 그는 국회의장 취임 당시 '개혁과 민생의 국회의장이 되겠다'고 했던 약속을 거론하면서 "그 일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게 개헌이라고 생각한다"며 "저는 지금 해야 할 일을 꼭 하고 싶다. 다른 일을 염두에 두고 이런저런 행보를 할 여유가 없다"고 했다.

한편 우 의장은 지난해에 대해 "국회의 존재감이 빛난 한 해였다"고 자평했다. 그는 "헌정 질서 회복 과정에서 전례 없는 길을 개척하며 국정의 중심을 잡았다"며 "갈등이 가파른 상황에서도 초당적 협의를 통해 경기 회복을 위한 두차례 추경을 조기에 처리했고 18년 만에 국민연금 개혁에 합의를 이뤄냈으며 예산안도 5년 만에 법정기한 내에 통과시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