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미국·유럽산 유제품에 대한 관세가 철폐되는 상황에서 우유 소비 촉진을 담당하는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가 이에 대응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수입산 우유 등을 살피는 모습으로 기사의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뉴스1


올해부터 미국·유럽산 유제품에 대한 관세가 사라지면서 국내 유업계에 긴장이 감돌고 있지만 소비 촉진을 담당하는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의 사업계획서엔 별도 대응 전략이 명시되지 않았다. 7년 사이 10배 이상 늘어난 멸균우유 수입량이 시장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변화한 환경에 맞는 타개책 대신 과거의 예산 집행 구조를 답습하는 관성적 행정을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미국산 유제품은 1월1일부로, EU산 유제품은 7월1일부터 관세가 0%로 전환된다. 한때 평균 30%를 넘겼던 유제품에 대한 관세가 사라지면 국내 유제품 시장의 가격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저렴한 가격의 수입산 멸균우유는 시장 내 영향력을 빠르게 키워왔다. 국내 멸균우유 수입량은 2017년 3440톤에서 2024년 4만8671톤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소비 촉진을 담당하는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가 무관세 전환에 대한 별도 대응 전략을 사업계획서 내에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축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설립된 위원회는 낙농가가 거출한 의무자조금과 정부 지원금으로 운영된다. 2026년 사업계획서를 보면 '수입 멸균우유 확산' 등 위협 요인을 언급해 왔음에도 무관세 전환과 직결된 구체적 시장 대응 항목은 확인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예산 편성도 같은 맥락이다. 올해 조사연구 예산은 약 1억원으로 전체(131억2200만원)의 0.8% 수준이다. 이는 노년기 우유섭취에 따른 기대효과와 사회적 편익 분석 등에 편성됐다. 위원회의 조사연구 예산은 2024년부터 3년째 1억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자급률 40%대 추락에도 20년 전 예산 구조 반복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는 신선함을 강조하는 이미지 홍보에 예산을 집중했다. 올해 예산 중 47억원(36.0%)은 광고·협찬 등 직접적인 소비홍보 사업에 배정됐다. 유통구조 개선 명목으로 책정된 40억원(30.5%)도 해외공동 마케팅 사업에 쓰인다. 여기에 소비자 체험·프로모션 성격의 예산 약 6억원(4.6%)을 더하면 총예산의 70% 이상이 홍보·마케팅에 투입되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마케팅 전략이 가격 경쟁력을 상쇄하기에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는 멸균우유의 생산 국가와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기 때문에 신선함은 하나의 요소일 뿐"이라며 "신선함만 내세우는 광고가 수입산의 가격 등 다른 요소를 뛰어넘을 정도로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는 단체의 성격상 소비홍보 중심 예산 편성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조직의 목적상 홍보 사업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특성이 있다"며 "조사연구 사업 역시 계획에 따라 진행하고 있으며 홍보 중심의 예산 편성은 단체의 정체성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무관세 대응책이 부재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2년 전부터 수입 멸균우유와의 차별점을 부각하기 위해 신선함을 강조하는 홍보를 지속해왔다"며 "광고 외에도 소비자 대면 행사, 소상공인 지원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소비 촉진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신규사업으로 학교우유급식 개선·상설 체험관 구축 등도 추진하고 있으나 예산 비중 면에서는 여전히 홍보 중심이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단체 사업 속성을 감안하더라도 예산의 큰 틀은 20년 전과 유사하다는 평가다. 올해 예산 구조는 소비홍보 비중이 76%에 달했던 2006년과 비교해도 사실상 차이가 없다. 2010년 65.4%였던 국내 우유자급률은 2024년 46.7%까지 낮아졌지만 홍보 중심 예산 구조는 그대로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시장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예산 집행 답습을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위기라고 판단했다면 예산 구조에서도 변화가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며 "홍보 중심 예산 구조를 답습하지 않고 법적 테두리 안에서도 충분히 대책을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