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리포트]②경영 결정도 '파업 대상', 신사업 발 묶인 '제조 강국'
[멈춰선 제조업 시계, 노란봉투법의 역설] 신기술 반대하는 노조, 제조업 혁신 차질
김이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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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노동쟁의 범위를 확대하는 핵심 내용이 기업 경쟁력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도급 구조가 복잡한 자동차·조선 등 업종의 경우 파장이 특히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제조업 현장에서 제기되는 주요 쟁점과 산업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짚어본다.
휴머노이드·협동 로봇 등 피지컬 AI 기반 생산 혁신을 추진하던 국내 제조업계가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변수에 발목이 잡혔다. 노동쟁의 대상 범위가 확대되면서 신기술 도입과 같은 경영상 판단까지 파업의 대상이 될 공산이 크다. 불필요한 소모전으로 첨단 공정 전환이 지연될 경우 제조업의 미래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쟁의 범위를 기존 '근로조건의 결정'에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 결정'까지 확대했다. 경영상 결정에 따른 해외 투자·공장 증설·합병·분할·양도 등은 단체교섭 대상이 되지 않지만 이로 인해 근로자의 지위 또는 근로 조건의 실질적·구체적 변동이 파생될 경우 단체교섭 대상이 된다.
근로조건 변동 여부에 대한 해석의 여지가 크다. 정부는 일상적인 근무지 이동이 아닌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에 한해 적용된다는 입장이지만 합병이나 매각 등 주요 경영상 결정은 필연적으로 구조조정을 수반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인력 재배치만으로도 합법적인 파업이 벌어질 수 있다.
최근 자동차·조선 등 전통 제조업계에서는 생산 현장에 AI를 접목해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조립 공정 자동화·무인화와 조선사들의 스마트 야드 구축이 대표적이다. 중국의 저가 공세와 만성적인 인력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지만 노조가 일자리를 위협한다며 반발할 경우 로봇 등 신기술 도입은 지체될 수밖에 없다.
지난 1월 현대차가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단계적으로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노조는 "협의 없이는 단 1대도 현장에 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해외 공장이라 하더라도 로봇이 도입되면 일감 이전 등 국내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논리다.
노란봉투법으로 원청 책임이 강화되면서 하청 노조가 회사의 경영 판단에 관여할 수 있게된 점도 제조기업들엔 부담이다. 하도급 구조가 복잡한 만큼 중요한 사업 결정에 참견할 '사공'이 많기 때문이다. 의사결정이 지연될 경우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인 '속도와 유연성'이 약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신사업 투자의 '골든타임'도 놓칠 수 있다. 세계 최대 제조업 국가인 중국은 공정 첨단화를 통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의 기술 굴기를 뛰어넘을 초격차 기술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국내 생산 현장은 파업과 쟁의, 교섭이 반복될 위기에 놓였다는 평가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첨단 기술 도입에 속도를 내는 중국·미국 등과 생산성을 맞추기 위해 신기술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제조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중대한 국면에서 노란봉투법이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의식한 기업들이 채용을 축소해 생산이 줄어들면 결국 기업과 근로자 모두 패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노란봉투법이 국내외 기업들의 해외 이전을 가속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원청업체가 파업이 잦은 협력·하청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국내 사업을 축소, 해외 생산 비중을 늘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 기업들의 국내 이탈도 마찬가지다. 주한 프랑스상공회의소는 최근 노동 분야 유연성 확보와 명확한 일정 제시 등을 담은 권고안을 정부 노란봉투법 태스크포스(TF)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해 말 기준 외국인 직접 투자는 유입보다 유출이 두배 정도 많다"며 "국내 일자리 창출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노란봉투법으로 한국 기업의 해외 이전이 늘고 외국 기업의 투자 유치도 어려워질 수 있어 노동계와 기업이 균형을 맞춰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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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재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김이재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