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으로 인한 기름값 급등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서울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6일 오전 기준 모두 리터(ℓ)당 1900원대를 넘어섰다. 하루 전보다 27.5~38.9원 오른 가격이다. 서울 휘발유 가격이 1900원을 넘은 건 3년7개월 만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6일 일선 주유소를 대상으로 특별 점검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담합 가격조작은 대국민 중대범죄"라며 그 대가가 얼마나 큰지 알게 될 거라고 경고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엔 초강력 카드인 '최고가격 지정제'까지 언급했다. 한 번도 시행된 적은 없지만, 석유사업법(23조)에 따라 정부는 국민생활 안정을 위해 석유 가격을 통제할 수 있다.


대통령이 담합을 의심할 정도로 최근 기름값 상승세는 지나치게 가파른 측면이 있다. 국제유가 변동은 대개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가격에 반영된다. 그런데 중동 전쟁이 발발한 지 일주일도 지나기 전에 주유소 판매가격이 급격하게 올랐다는 것이다. 그 점에서 위기 상황을 악용하는 상술이나 시장질서 교란 행위가 없는지 살피는 건 당연한 조치다. 원가 상승분과 크게 차이나는 가격 인상이나 매점매석, 담합 행위는 엄중히 단속할 필요가 있다.

기름값 문제를 방관할 수 없는 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고환율로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 상승은 서민 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동시에 물류비와 생산비용을 끌어올려 물가 상승 압박은 더 커진다. 우리의 경우 최근 증시가 활황 국면을 보였지만 실물경제는 여전히 부진하다. 성장률은 1%대에 머물고 있고, 실질 소비지출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계속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서라도 기름값 폭등부터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다만 취지 못지않게 방법론은 정교해야 하고, 시장 질서를 해치지 않아야 한다. 우선 정부가 가격을 직접 통제하는 방식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가격을 인위적으로 묶으면 공급 위축이나 암시장 형성, 유통 왜곡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과거 연탄가격을 통제했을 때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 일단은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불공정행위를 집중 단속하고, 가격 상한제는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둬야 한다. 정유사들이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국내 주유소에 가격 부담을 전가하지 않도록 할 필요도 있다. 한국주유소협회는 자료를 내 "가격 상승의 1차 요인은 정유사의 공급가격 인상"이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은 장기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 상황에서 전 세계는 에너지 확보 전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제 유가가 계속 오르는데 국내 정유업계와 주유소를 압박해 기름값을 틀어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근본적 대책도 못 된다. 정부는 6일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6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추가 도입키로 했다고 밝혔다. 쿠웨이트 원유 200만 배럴도 확보했다고 한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공급선 다변화와 전략비축 확대, 대체 에너지 개발 등 에너지 공급량을 늘리는 데 더 속도를 내야 한다. 그게 근본적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