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외교부 장관(왼쪽), 정동영 통일부 장관(오른쪽). /사진=뉴스1


통일부의 4자 대화(남북·미국·중국) 구상을 두고 조현 외교부 장관이 "이상적인 말씀"이라고 평가절하하면서 대북 정책을 둘러싼 외교부와 통일부의 이견이 공개적으로 드러났다. 외교부는 한미일 공조를 중심으로 한 기존 대북 정책 기조를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대북 한미협의체 운영을 둘러싸고 충돌했던 두 부처의 신경전이 다시 불붙는 모습이다.


박두순 외교부 대변인은 6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중심으로 유관 부처 간 긴밀한 조율 아래 한반도 평화 공존을 위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NSC 상임위원회 논의를 통해 마련한 한미일 대북 공조와 한반도 비핵화 원칙 등 기존 대북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전날에 이어 재확인한 셈이다.

조 장관은 전날 '2026 하반기 업무보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며 "통일부에서 알파, 플러스 알파 이것을 제시한 것이 NSC 상임위에서 토론을 거쳐서 합의 결정된 문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제3국과 국제기구 등을 통해 북미 대화 재개를 지원하고 이를 계기로 북한과 소통 채널을 확보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통일부의 4자 대화 구상에 대해서는 "이상적인 말씀을 정 장관이 한 것이다. 디스카운트해 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조 장관의 '디스카운트' 발언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4자 대화 구상에 무게를 두지 말아 달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조 장관의 발언을 두고 "이상이 있어야 현실을 바꾼다"고 반박했다.

통일부는 이날 공식 입장을 통해 4자 대화 구상에 대해 "이상주의가 아니라 지금 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이라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평화를 만들려면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움직이고 또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부와 통일부는 동방경제포럼 참석 문제를 놓고도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조 장관은 전날 정 장관이 다음 달 러시아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 참석을 정부가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데 대해 "외교부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 장관은 이날 "어느 한 부처만의 몫이 아니라 모든 부처가 힘을 모아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 외교부와 통일부가 대북 정책을 둘러싸고 충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에는 대북 현안을 논의할 한미협의체 운영 주체를 놓고 두 부처가 맞섰다. 당시 외교부가 주도한 한미 정례협의에 통일부가 참석하지 않았고, 통일부는 미국 측과 별도 협의체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대북 정책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이 표면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