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더배터리컨퍼런스 2026에서 황경인 산업연구원 실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연 기자


"방위산업·로봇·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유망 산업 투자를 통해 새로운 호황기를 준비해야 합니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실장은 12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더배터리컨퍼런스 2026'에서 "국내 배터리 업계가 지금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선 전기차 너머의 신시장 공략이 필요하다"고 이같은 메시지를 던졌다.


황 실장은 배터리 업황을 좌우하는 전기차 시장이 어려운 국면을 맞이했다고 진단했다. 황 실장은 "국내 배터리 기업의 핵심 시장인 미국과 유럽연합(EU) 시장이 중국 대비 크게 부진한 상황"이라며 "EU와 미국 모두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한 게 업계에 타격을 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성비를 추구하는 완성차 업체가 늘었고 결국 LFP 배터리 적용 사례가 역시 증가했다"며 "우리 기업들이 더 힘든 상황에 놓였다"고 설명했다.

비전기차 시장으로의 전환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배터리가 불황기에 있는 건 분명하지만 저점을 찍고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며 "경기 회복 속도를 높이기 위해선 방위산업·로봇·에너지저장장치(ESS)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시장이 커질 경우 배터리 시장도 자연럽게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방산 배터리의 경우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짚었다. 황 실장은 "최근 군용 드론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며 "드론에도 배터리 탑재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이어 "방산 공급망은 우방국 중심으로 형성된다"며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 배터리의 대안으로 한국을 눈여겨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수주한 캐나다 잠수함에 국내 리튬 이온 배터리가 활용된 만큼 다양한 기회가 열릴 수 있단 분석이다.

휴머노이드 시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황 실장은 "인공지능(AI)의 발달로 휴머노이드 로봇의 인지·추론·학습 능력이 향상되면서 전력 소모가 늘어나게 됐다"며 "이게 고성능 배터리 개발이 중요해진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휴머노이드 로봇에서 배터리 원가 비중이 4~10% 정도로 추정된다"며 "휴머노이드 시장이 2035년까지 60조달러까지 커지는 것을 고려하면 전기차 시장 못지 않은 대형 수요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SS 시장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황 실장은 "근래 AI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로 새로운 성장 모멘텀 생겼다"며 "북미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건설이 이뤄지고 있는 데다 관련 세액공제 역시 유지되고 있어 미국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도 북미 ESS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황 실장은 조선업을 벤치마킹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황 실장은 "오랫동안 어려운 시간을 보냈던 조선업도 경쟁력 제고를 통해 업사이클을 맞이했다"며 "배터리 산업도 여러 신수요 분야에서의 성장을 통해 현재의 난관을 돌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