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리포트]"대표에서 물러나세요" 주주가치 vs 경영간섭, 행동주의 '명암'
[경영권 위협에 시달리는 혁신기업들①] 지배구조 취약…행동주의 타깃 돼 '흔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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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행동주의는 양날의 검이다. 주주가치 제고를 이끌 수 있는 동시에 창업주의 경영권을 위협한다. 혁신기업은 자금 유치 과정에서 창업주 일가 지분이 희석되는 경우가 잦아 행동주의에 더욱 취약하다. 오는 26일 슈퍼 주총데이를 앞두고 행동주의의 명과 암을 혁신기업 중심으로 짚어본다.
국내 혁신기업들이 주주 행동주의 영향권에 들어왔다. 행동주의는 주주가치 제고를 이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경영 간섭을 유발한다는 부작용이 존재한다. 경영진 등 회사와 주주가 양립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법개정안 힘 받는 주주 행동주의…불필요한 갈등 촉발 우려도
주주 행동주의는 주로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활동한다. 사측과 주주총회 표 대결을 펼쳐 주주가치 저해 우려가 있는 이사를 해임하거나 회사를 상대로 자사주 소각 등 주주 친화 정책을 요구하는 게 대표 사례다. 지난해 7월부터 올 2월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1~3차 상법개정안이 잇달아 통과되면서 주주 행동주의 역시 힘을 받고 있다. 상법개정안은 주주 행동주의에서 요구해온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집중투표제 및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주주가치 제고 방안이 핵심이다. 최소 750개 이상 기업이 주주총회를 진행하는 일명 '슈퍼 주총데이'(오는 26일)를 앞두고 주주 행동주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주주 행동주의가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나 경영권을 불안정하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는 게 산업계 중론이다. 특히 수익 대신 기술력에 초점이 맞춰진 초기 혁신기업은 창업주나 기업 소유주의 회사 지배력이 약해 주주 행동주의에 쉽게 휘둘릴 수 있다.
혁신기업은 상장 초기 실적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미래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유상증자 등 외부 자금을 유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과정에서 창업주나 기업 소유주의 지분율이 하락해 주주 행동주의와의 표 대결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 보통 지분율이 과반이면 안정적이라고 평가하는데 국내 주요 혁신기업 창업주나 기업 소유주의 지분율은 20~30%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지분율이 한 자릿수인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실제로 주주 행동주의로 인해 창업주 경영권이 박탈당한 사례가 존재한다. 코스닥 상장사이자 효소·바이오 소재 전문기업인 아미코젠을 이끌던 신용철 창업주가 대표적이다. 신 창업주는 바이오 소재 배지 국산화를 이끌었지만 회사의 유동성 위기를 초래했다는 등의 이유로 주주들의 신뢰를 잃고 지난해 2월 해임됐다. 당시 신 창업주의 지분율은 8.23%에 그쳤다. 단순 분쟁으로 범위를 넓히면 DB하이텍, 코웨이, KCC 등이 주주 행동주의 영향을 받았다.
홍기용 인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주주 행동주의가 주주가치를 높인다는 목적으로 기업의 지배구조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오히려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켜 기업 성장 동력을 저해할 수 있다"며 "단기 주가 변동에 집중하지 말고 기업의 장기 성과 창출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혁신기업의 지배구조가 흔들리지 않도록 돕는 차등의결권 도입 등 글로벌 수준에 맞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주 친화 정책 펼쳐도…경영 간섭에 사업 계획 차질
최근 들어서는 주주 행동주의 타깃으로 코스닥 상장사 오스코텍이 주목받고 있다. 오스코텍은 오는 30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소액주주연대의 이사회 개편안을 일부 수용했다. 주주와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이사회 구축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오스코텍 소액주주연대는 과거 회사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등 주주가치 훼손 전력을 이유로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주주연대 활동이 시작된 후 오스코텍은 주주 친화 정책을 강조해 왔지만 과도한 경영 간섭 등의 문제를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주주연대 반대로 정관 변경의 건(발행예정주식의 총수 변경)이 부결되며 SI(전략적 투자자)나 FI(재무적 투자자)로부터 투자받을 길이 사실상 막혔다. 오스코텍이 현재 발행 가능한 주식 수(4000만주) 중 95.6%(3825만8176주)는 이미 상장돼 있다. 증자 등을 통해 외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정관 변경을 통해 발행 가능 주식 수를 늘려야 했다.
오스코텍 주주연대는 고 김정근 창업주를 대표직에서 해임하기도 했다. 김 전 대표는 안정적인 대학교수직을 내려놓고 글로벌 바이오 회사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오스코텍을 창업한 인물이다. 김 전 대표는 오스코텍에서 일하며 국내 항암제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를 개발하는 데 기여한 바 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오스코텍과 같은 기술 중심 기업은 설립 초기 창업주의 리더십으로 성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반면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대주주 지분이 희석되고 소액주주가 입김이 커지면 창업주와 의견 차이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액주주들은 대부분 1년 이하 투자자가 많아 자연스럽게 단기 성과에 초점을 맞추고 과도한 주주환원책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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