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리포트]5년 걸린다던 반도체 공장, 2년 만에 완성한 일본의 비결은
[인허가에 발목잡힌 K반도체③끝]
지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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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3년째 첫삽도 못 뜨고 있다. 발표 이후 약 2년 만에 완공된 일본 구마모토의 TSMC 공장과 대조된다. 속도가 생명인 반도체 산업이 중앙·지방정부에 발목 잡혔다. K반도체의 족쇄를 풀어낼 방법을 찾아본다.
"농지 전용 승인까지 단 4개월… 국가적 명운 건 '특례'의 연속"(2024년 2월 24일, 요미우리신문)
"구마모토 TSMC, 이례적 2년 완공…행정의 하이패스가 뒷받침"(2024년 2월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대만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TSMC가 일본 구마모토현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한 건 2021년 10월. 이후 6개월 만에 착공에 들어갔고, 이후 24시간 3교대 공사가 이어지면서 22개월 만인 2024년 2월 완공됐다.
당초 건설에 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던 공사가 약 2년 만에 끝나자 현지 언론들은 그 이유를 분석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대표적인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 중앙정부(국가)와 지방정부(지방자치단체)의 '신속한 인허가'였다.
일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고용창출 효과가 큰 반도체 공장을 하루라도 빨리 완공하기 위해 '원팀'을 이뤄 기업을 도왔다. 부지 매입 단계부터 긴밀한 민관 협력 체계가 가동됐다. 공장 부지인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 일대는 대부분 농지인데, 통상 1종 농지를 공장 용지로 전환하는 데는 1년 이상이 걸린다. 그러나 일본 경제산업성과 농림수산성은 협업을 통해 해당 절차를 이례적으로 약 4개월로 단축했다.
공장 용지로 전환되며 높아진 토지 가격도 중앙정부와 기업이 함께 부담했다. TSMC·소니·덴소의 합작법인인 JASM은 토지 가격에 웃돈을 얹어 매입했고, 일본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으로 확보한 약 4760억 엔(약 4조2000억 원)의 보조금 가운데 일부를 토지 매입 비용으로 지원했다.
공장 완공 시점에 맞춰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전력 인프라 구축도 마무리했다. 규슈전력은 TSMC 유치가 확정되자 '반도체 산업 전담팀'을 신설하고, JASM 전용 변전소와 송전선로 설치 등 실무를 맡았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필요한 주민 협의와 설득을 담당하며 역할을 분담했다.
구마모토현 지사는 송전탑 예정지 인근 지주들을 직접 만나 설득에 나섰고, 규슈전력과 주민 간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 차원의 별도 민원 창구도 운영했다. 전력 인프라 구축에 따른 경관 훼손과 전자파 우려를 줄이기 위해 일부 구간의 송전선은 지중화하고, 변전소는 공장 외곽에 배치해 주민 수용성을 높였다. 아울러 TSMC 공장 가동으로 발생하는 지방세 수익을 지역에 재투자하는 로드맵도 제시했다.
중앙정부는 주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지원을 확대했다. 송전탑 설치 지역을 중심으로 도로 확장, 철도역(일명 TSMC역) 신설, 하수도 정비 등 기반시설 개선에 예산을 투입했다. 또 구마모토현 일대를 국가전략 특구에 준하는 수준으로 관리했다.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용수 확보는 기업이 주도했다. 구마모토 일대는 아소산을 중심으로 형성된 지하수 자원이 풍부하지만, 지역 농가에서는 공장 가동으로 인한 용수 부족을 우려했다. 이에 JASM은 공장에서 사용하는 지하수보다 많은 양을 다시 지하로 환원하는 '지하수 함양'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우려 해소에 나섰다.
반면 한국은 반도체 산업단지의 첫 삽을 뜨는 데만 3년 이상이 걸린다. 삼성전자 평택 공장은 2010년 부지 선정 이후 2015년에야 착공했고,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도 2019년 계획 발표 후 2022년에 공사가 시작됐다.
민간이 아닌 국가 주도로 추진되는 삼성전자의 용인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는 2023년 계획이 발표됐지만 아직 착공도 못했다. 공사를 시작하려면 부지 확보가 선행돼야 하는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현재까지 매입한 토지는 약 40% 수준에 그친 것으로 추산된다. 일부 토지주가 수용에 반발할 경우 행정심판 절차만으로도 약 6개월이 소요된다.
용인 산단에 필요한 전력 확보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전력 확보를 위해서는 동해안 지역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초고압직류송전(HVDC)망과 호남 지역과 연결되는 대규모 송전선로 구축이 필요한데, 인허가 절차가 지연되며 사업이 멈춰 있다. 송전선로 구축에 나서야 할 한국전력도 장기간 누적 적자로 대규모 투자 재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김양팽 산업연구원(KIET) 전문연구위원은 "한국의 반도체 산단은 지역이기주의와 이해관계자들 때문에 지연되고 있다"며 "기업과 지자체, 정부가 한 팀으로 뭉쳐 절차를 간소화해야 기대한 결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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