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노조가 25일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본사 강제이전 반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이재 기자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사업 차질을 겪고 있는 HMM이 노사 갈등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정부의 본사 부산 이전 추진에 반발한 노조가 총파업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에 정부 개입까지 확대될 경우 기업 경쟁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HMM 노조는 25일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본사 강제 이전 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정성철 HMM 육상노조 지부장은 "HMM은 지난 50년간 서울과 부산의 이원화된 운영을 통해 최적화된 효율성을 증명해왔다"며 "정부의 강압적인 본사 이전은 경영 효율성을 명백히 저해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날 HMM 노조는 정부의 부산 이전 추진에 반발하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오는 4월2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투쟁 수위를 높일 방침이다. 그간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은 해상노조까지 본사 이전 반대에 동참하면서 노사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HMM은 오는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2명 선임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우수한·이젬마·정용석 등 3명의 사외이사의 임기가 만료되고 박희진 부산대 경영대학 부교수와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 안양수 법무법인 세종 고문이 사외이사 후보에 올랐다. 이사 선임안이 주총을 통과하면 이사회는 기존 6인에서 5인 체제로 변경된다.

이사회 재편이 부산 이전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사회 인원 축소로 본사 이전 안건 등의 의결 정족수가 낮아져 가결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신임 사외이사 후보들이 부산 지역 및 산업은행 출신 인사로 구성된 점도 결정적이라는 평가다.


신임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해 정 지부장은 "해운업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며 "부산에도 해운·물류 전문가가 많은데 굳이 교수도 아닌 부교수를 선임한 데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의도가 있지 않나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부산 이전과 함께 민영화 가능성도 논의되고 있지만 정부는 '선이전 후매각'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2월 취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HMM 본사 부산 이전이 선결 과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 회장은 "HMM 매각은 바람직한 추진 방향이지만 지금 당장 검토하진 않고 부산 이전이 완료된 다음에야 추진하겠다"고 했다.


현재 HMM의 최대주주는 산업은행(35.42%)이며 2대 주주는 한국해양진흥공사(35.08%)다. 이재명 대통령의 부산 이전 추진 의지가 강한 만큼 신속한 이전을 위해 정부 산하 기관이 지분을 보유한 구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HMM의 경영 불확실성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중동 해상 물류망 차질이 발생, 선박 연료비와 해상 운송 보험료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기민한 위기 대응 전략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정부 개입이 계속될 경우 기업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정 지부장은 "부산 이전 시 경영 효율성이 60~70% 저하된다는 이전 타당성 결과가 나왔다"며 "파업이 시작되면 국내 수출입 물류에 큰 차질이 불가피하고 그 피해는 국민과 국가 경제가 떠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