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전기차의 저가 공습이 심호되는 가운데 지난 3일 발표된 2026년 세제개편안에 친환경차 개별소비세 감면 축소와 국내생산세액공제 대상에서 전기차가 제외되며 국내 완성차 업계의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사진=뉴시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전기차가 전기차 신차 3대 중 1대를 차지할 정도로 빠르게 시장을 파고들고 있지만 국내 완성차업계를 뒷받침할 세제 지원은 오히려 줄어드는 모양새다. 친환경차 개별소비세 감면 축소에 더해 전기차가 정부의 생산세액공제 대상에서도 제외되면서 가격 경쟁력은 물론 국내 생산 경쟁력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지난 4일 발표한 '2026년 상반기 국내 자동차 신규등록현황 분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규 등록된 중국산 전기차는 6만9513대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178.7% 급증한 수치로 전체 전기차 신규 등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6.8%에서 35.0%로 확대됐다.

중국산 전기차는 수입차 시장의 판도까지 뒤흔들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국산 수입차는 전년 대비 127.8% 증가한 7만9444대로 제조국별 점유율 1위(41.2%)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점유율은 23.5%였다. 기존 1위였던 독일산 수입차는 5만7954대로 점유율이 지난해 40.3%에서 30.1%로 하락했다.


국내 판매되는 BYD 보급형 모델과 테슬라 모델Y·모델3 등 주요 차종 상당수는 중국에서 생산된다. 중국산 전기차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산업 지원과 낮은 인건비·산업용 전기요금 등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산의 시장 장악력이 확대될수록 국내 완성차업체의 입지는 좁아지고 가격 경쟁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차의 원가를 분석해 보면 대부분 차종의 생산원가가 소비자 가격의 80%를 넘는다"며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낮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각종 지원이나 혜택이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7월3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6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세제 지원 방향은 국내 완성차업계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재정경제부가 3일 내놓은 '2026년 세제개편안'에는 '한국판 IRA'인 국내생산세액공제 대상에서 전기차가 제외됐다. 완성차업계는 정부 차원의 세제 지원을 통해 국내 생산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적용 대상에 전기차를 포함할 것을 요구해왔지만 결국 반영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생산되는 저가 차량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많이 아쉬운 부분"이라며 "정부 지원 없이 자체적인 노력만으로는 중국산 전기차와 가격 경쟁을 당해낼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소비자 판매와 직결되는 친환경차 개별소비세 감면 혜택도 축소된다. 하이브리드차의 대당 최대 70만원 개소세 감면은 올해 말 종료된다. 전기차는 현행 300만원인 감면 한도가 2027년 200만원, 2028년 100만원으로 단계적으로 줄어든다. 수소전기차 역시 현행 400만원에서 2027년 300만원, 2028년 150만원으로 축소된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감면은 2028년 말 일몰된다.


현재 전기차 구매 시 받을 수 있는 세제 혜택은 최대 530만원(개소세 300만원·교육세 90만원·취득세 140만원)이다. 혜택이 축소되면 소비자의 실구매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구매보조금 형태의 재정지원을 이어간다는 계획이지만 지자체별 예산 규모가 다르고 조기 소진 시 혜택을 받기 어려워 개소세 감면을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배터리 생산세액공제를 유지하면서도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는 지난해 9월 종료했고 일본은 전기차·반도체 등 전략산업에 국내생산촉진세제를 운용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국내 생산과 판매에 대한 세제 지원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산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기업들의 국내 생산·투자 확대 유인까지 약해질 수 있다.

이 교수는 "국내 생산에 대한 세제 혜택은 완성차에 직접 적용해야 효과가 있다"며 "배터리 기업 대부분이 적자를 내고 있어 당장 세제 혜택을 받기 어렵고 실질적인 차량 가격 인하 효과도 제한적"이라고 했다. "국내 완성차업체의 대외 경쟁력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는 만큼 정부가 업계의 어려움을 세심하게 파악해 필요한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