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조' 중동 건설시장 위험…이르면 5월 '셧다운 공포'
미·이란 무력 충돌 장기화…희망자 귀국 조치 등 비상대응체계 가동
이화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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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한 달째 이어지면서 중동 리스크가 국내외 건설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해외 현장의 셧다운 우려가 커지고 원자재 수급 차질마저 벌어질 경우 공기 지연과 비용 부담이 확대될 예정이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건설업체들은 중동 현장에 대한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이란과 가까운 중동 현장에서 플랜트 사업 전반의 긴장감이 커졌다.
이란 공습으로 라스라판 LNG 생산공장이 폐쇄된 카타르에서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LNG 수출기지 탱크 공사를, 삼성E&A가 에틸렌 저장설비 사업을 진행 중이다. 라스라판 산업단지는 이란과 인접해 추가 공습 위험도 제기된다.
인근 사우디아라비아도 불안이 확산 중이다. GS건설은 약 1조6000억원 규모 파딜리 가스 증설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자푸라 가스처리시설과 초고압직류송전선로 공사를 진행해왔다. 한화 건설부문이 참여하는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도 올 상반기 재개를 앞두고 있다.
업계는 전쟁 장기화 시 주요 플랜트와 인프라 공사의 공기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 현장을 운영 중인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전쟁 영향권에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직원 안전과 현지 상황을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 아직 공정이 중단되거나 철수에 나설 만큼 긴급 상황은 아니지만 유사 상황에 대비한 대응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도 "국가별로 발주처별로 현장 운영 지침이 달라 일부는 대기 상태에 있고 일부는 정상에 가깝게 운영되는 등 상황이 제각각"이라며 "현지 정부와 발주처 요청에 맞춰 현장을 운영하고 희망자에 한해 귀국 조치도 병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허윤홍 GS건설 대표이사는 지난 27일 국가별 위험 정도에 따라 해외 수당을 최상급지 수준으로 조정하고 가족을 동반한 파견 직원에 대해 귀국 시 가족이 임시 거주할 수 있도록 레지던스 호텔 등을 제공했다. GS건설은 중동 5개국에 직원들이 근무 중이다.
호르무즈·홍해 봉쇄 변수…물류·유가 불안에 리스크 확대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건설업체는 중동 9개국에서 약 220여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총 수주액은 1300억달러(약 175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해외 건설 수주액(472억7500만달러) 가운데 중동 비중을 25%(118억1000만달러)로 추산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전쟁 발발 후 국토교통부와 비상대책반을 운영해 기업들과 긴밀한 비상 연락망을 유지하고 있다"며 "하루에도 수차례 상황을 공유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근로자 피해나 현장 관련 특이 사항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돌발 상황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지속해서 모니터링 중"이라고 덧붙였다.
전쟁 확전 시 사우디아라비아가 방산 지출을 확대하면서 인프라 발주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누적 해외수주액 1804억달러로 전체의 17.2%를 차지하는 최대 발주국이다.
국내 건설 현장 역시 직접 영향을 받고 있다. 원유를 기초로 하는 나프타 수급 불안으로 단열재, 방수재, 페인트 등 주요 건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일부 품목은 품귀 현상을 보인다. 나프타는 플라스틱, 합성섬유, 고무, 비닐 등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로 건설 현장의 필수 마감 자재가 되는 물질이다.
레미콘 업계도 타격이 크다. 나프타와 연동된 경유 가격 상승으로 믹서트럭 운송 비용이 급등한 데다 혼화제 수급도 차질이 발생했다. 업계는 레미콘과 단열재, 아스콘(아스팔트 콘크리트) 등 일부 자재의 공급 중단을 예상한다. 공정 차질은 입주 지연과 함께 지체상금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 중견 건설업체의 경우 재무 부담이 빠르게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27일 나프타 수출을 전면 금지하며 공급 안정에 나섰지만 현장의 불안은 여전하다. 원유 수급 불안이 이어질 경우 이르면 5월부터 일부 공사 현장이 멈춰서는 '셧다운'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다.
예멘의 친이란 이슬람 무장단체 후티 반군의 참전으로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 항로 봉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물류 리스크가 커진 상태다. 원유 수출 차질로 국제유가가 상승할 경우 원자잿값이 추가로 오를 전망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자재 수급 불균형이 심화될 경우 단순한 공사비 상승을 넘어 공정 중단마저 고려해야 할 수 있다"며 "마감 자재 확보 여부에 따라 입주 일정이 좌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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